CJ 빠진 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 순항할 수 있을까
고양시 'K-컬처밸리' 사업, 8년 만에 CJ와 협약 해제한 경기도 '공영개발' 추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경기도가 지난 9일 K-컬처밸리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가 사업 협약 해제를 수용했다면서 매각했던 상업용지 소유권을 경기도로 찾아와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매각한 상업용지의 소유권을 도로 찾아와 사업 원안 그대로 추진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위해 상업용지 반환금 예산편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경기도의회에 추경예산안 1524억원 편성을 요청했다. 만약 도의회에서 추경안을 통과해주지 않으면 CJ의 자금원인 키움증권이 경기도에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K-컬처밸리 사업 관련 여야 갈등으로 8개 상임위원회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K-컬처밸리는 어떤 사업이고 왜 논란일까.
2조원짜리 K-컬처밸리 사업은 왜 멈췄나
K-컬처밸리 사업은 2000년대 초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수도권 숙박시설 확충 등을 위한 한류월드 사업에서 시작됐다. 이후 2006년 경기도가 문화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주거지구, EBS 통합 사옥, JTBC 일산 스튜디오, 빛마루방송지원센터 등이 들어섰다. 이어 대형 K팝 공연장(아레나)을 포함해 테마파크와 상업시설을 조성하려는 게 'K-컬처밸리 사업'이다. 10년간 20만개 일자리와 3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되는 총사업비 약 2조원에 달하는 경기 북부 최대 개발사업이었다.
경기도가 지난 2015년 'K-컬처밸리'란 이름으로 공모를 해 CJ그룹이 90% 출자한 CJ라이브시티와 2016년 사업협약을 맺었다.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의 경기도 소유 땅에 2021년까지 해당 사업을 완공하기로 했다. 그러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CJ가 11개월간 경기도의회에서 행정 사무조사를 받고 수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에서야 아레나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아레나 공사가 중단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CJ 측이 7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였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한국전력의 대용량 전력 공급 유예 통보 등이 이유였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에 완공 기한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경기도는 이를 거절했고 사업이 늦어졌으니 CJ 측에 이에 따른 지체상금(연 250억원 가량)을 내라고 했다. CJ 측은 지체상금을 깎아달라고 요청했고 경기도는 특혜가 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이후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 즉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안을 지난해 12월 말 의결했고 CJ 측은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경기도가 지난 3월 조정안을 거절했다. 이어 경기도는 지난 7월1일 K-컬처밸리 복합문화단지 사업 협약 해지를 발표했다.
현재 공정률은 전체 사업 대비 3%, 첫 사업으로 추진하던 아레나만 볼 때 17% 진행됐는데 경기도 입장에선 CJ 측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CJ 측은 지난달 14일 “경기도의 일방적 사업협약 해제 통보에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차례 발송했지만 구체적인 해제 사유를 문의하는 공문에 한 달 넘게 대답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경기도가 사업추진 의지가 부족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CJ 측은 사업 중단을 원한 적은 없지만 사업 정상화를 위해 협약 해제 결정을 받아들이되 아레나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지난 5일 밝히면서 경기도와 CJ의 갈등관계는 일단락됐다. CJ 측은 경기도 협약해제에 대해 불복 소송을 할 경우 개발이 중단된 채 법적분쟁만 최소 5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업 지속성 의구심 전한 지역언론
고양시 측에선 사업이 공전되는 사태에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고양시민들(일산연합회)은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CJ라이브시티 아레나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기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당초 K-컬처밸리는 고양시를 한류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 매머드 청사진이었다”며 CJ가 전체 사업에서 빠지고 아레나(공연장)만 짓겟다고 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국내 최대 규모지만 K-컬처밸리 전체 사업(콘텐츠 경험시설, 문화 콘텐츠 업무시설, 랜드마크 시설 등) 중 일부”라며 “2027년 완공한다는 서울 아레나가 고양 아레나 공연장과 큰 차이가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동안은 '경기도의 대안을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이제 'CJ 대안도 미덥잖다'고 여길 수 있다”며 “'K-컬처밸리'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CJ가 빠지고 경기도가 공영개발사업으로 추진하는데 대한 불신도 있다. 경인일보는 지난달 28일 사설 <K-컬처밸리 공영개발, '언제까지'가 핵심이다>에서 “8년 걸려 엎어진 사업을 공영개발 사업으로 복구하는데 그만큼의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K-컬처밸리 공영개발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완료 시기를 명시한 사업 일정을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부지에는 한류천이 흐르는데 수질 이슈도 있다. 고양신문 2020년 12월 <CJ라이브시티 어쩌나…고양시 “한류천 수질개선 어렵다”>기사에 따르면 해당 한류천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발견되면서 하천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 경기도가 2011년 수변공원을 계획해 270억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악취가 나는 상황이며 고양시와 협력해 한류천 수질개선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공사 일정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산 시민들은 지난 4일 고양시청 앞 시위에서 한류천 수질개선 사업이 선행됐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개선하지 못한데 고양시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안은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경기도의 CJ라이브시티와의 K-컬처밸리 사업 계약 일방해지 관련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 등에 관한 국정감사 요청에 관한 청원' 성립요건(30일간 5만명)을 채워 해당 사안은 지난 2일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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