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가려도 반드시 잡힌다”…부산 한복판서 심야 폭주한 오토바이족 20여 명 전원 검거, 리더는 구속

부산 경찰, 번호판 가린 오토바이 폭주족 26명 송치 예정
경찰 CCTV 분석으로 가리기 전 번호판 추적해 검거

지난 3월 2일 부산 서면 도로 한복판에서 폭주 중인 오토바이족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번호판 가려도 반드시 잡힙니다."

부산 시내 한복판을 활주하며 심야 폭주를 즐긴 오토바이족 20여 명이 경찰에 전원 검거되고 이들의 리더는 구속됐다. 경찰은 전국의 오토바이 폭주족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같은 범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위반(공동위험행위), 자동차관리법 위반(번호가림) 등 혐의로 오토바이 폭주족 리더인 A(30대) 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함께 한 B 씨 등 25명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무리는 지난 3월 2일 새벽 2시쯤부터 2시간 넘게 오토바이 20대로 서면교차로, 연제구청, 광안리해수욕장 앞 도로, 수영교차로 일대를 떼 지어 다니며 신호를 무시하고 곡예 운전하면서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위력을 행사해 시민에게 불안감을 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배달 대행 일을 하면서 알게 된 B 씨 등 8명과 심야 오토바이 폭주를 공모한 뒤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참가자를 모집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 씨 일당은 범행에 사용된 오토바이 중 15대의 번호판을 청색 테이프로 가리고 2대는 번호판을 떼 경찰 추적을 피하려 했다. 오토바이 3대는 아예 구청에 이륜차 사용 신고를 하지 않아 번호판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등 2명은 증거 인멸을 하기 위해 범행에 사용한 오토바이를 온라인 중고 장터에 팔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오토바이를 운전한 20명 외에도 동승자 3명과 오픈 채팅방 운영자 3명을 공동위험행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입건된 이들 중 22명은 만 19세 이하, 4명은 2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명은 배달업 종사자이고, 나머지 동조자들은 과거 배달 경력이 있는 일용직 종사자나 무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범행 동기를 묻자 A 씨 일당은 "대구, 천안 등 다른 도시에서 심야 오토바이 폭주가 이슈가 된 것을 보고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즉흥적으로 채팅방을 개설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A 씨는 범행 전날인 3월 1일에도 대구지역 오토바이 폭주에 가담하고, 잇단 폭주 영상을 배포하며 다른 폭주 행위까지 계획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경찰은 "A 씨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도주할 우려도 있었다"며 "방범용 CCTV 수십 개를 분석해 A 씨 일당이 번호판을 가리기 전 영상을 확보 추적해 검거했다. 활개 치는 폭주족은 번호판을 가려도 반드시 잡혀 처벌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