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기다리게 하지말라” 지적한 구급대원에 ‘경고’ 징계...法 “방어권 불충분, 취소해야”
의견 진술 등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에게 내려진 징계는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 1-2부(재판장 김원목)는 소방공무원 A씨가 자신에 대한 경고 처분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해 이뤄졌다며 인천시장을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 적용을 받는 행정청이 권익을 제한하는 징계 처분을 할 경우,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하지만 A씨에 대한 의견 진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7일 오전 출동 지령을 받고 신고가 접수된 인천의 한 호텔로 출동했을 당시 신고자 B씨에게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B씨는 앞서 “해외에 머물다 암 치료를 위해 한국에 왔는데 열이 많이 난다”고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를 호텔로 보내주겠다”는 상황실 근무자에게 “몸살감기로 사흘간 못 씻었는데, 샤워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상황실 근무자는 30분 뒤 구급차가 호텔에 도착하게 해주겠다고 했고, B씨는 구급차가 도착하고 6분 후 호텔 1층으로 내려왔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불쾌한 마음이 지속돼 다음날 “구급대원이 불친절했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인천소방본부는 감찰에 나서 같은 달 28일 A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인천소방본부는 “A씨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매사 친절하고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함에도 개인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불친절한 민원 응대로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쌓은 공적과 비위 정도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을 한다”며 “이후 이런 사례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직무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A씨는 경고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지난 2월 “경고 처분을 하면서 사전통지를 안 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받았기 때문에 인천소방본부가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소방본부는 경고 처분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A씨가 지난 2월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상황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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