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의혹' 과기한림원 왜이러나…원장 선거에 수백억원 공약 남발 '과열'

이채린 기자 2024. 9. 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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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장 부풀리기', '원장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의혹이 제기된 과학기술계 석학 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기한림원)이 현재 진행중인 차기 원장 선거에서 일부 후보가 수백억원이 드는 공약 등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금전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예년 선거와는 다르게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선거 진행 과정에서 일부 후보가 과기한림원 회원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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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석학 단체 정체성과 맞지 않아"
과기한림원 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일부 후보가 수백억원이 드는 공약 등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금전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예년 선거와는 다르게 과열된 양상을 띠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출장 부풀리기', '원장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의혹이 제기된 과학기술계 석학 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기한림원)이 현재 진행중인 차기 원장 선거에서 일부 후보가 수백억원이 드는 공약 등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금전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예년 선거와는 다르게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는 최근 임원들의 출장 부풀리기와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비위가 드러나 과학기술계 석학 단체로서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원장 선거 공약들이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석학 단체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기한림원 원장 선거에는 지난 7월 4명의 후보가 최종적으로 입후보했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정진호 서울대 약학대학 명예교수, 정필훈 서울대치과병원 교수가 입후보했다. 지난달까지 한림원 회원들에게 입후보자에 관한 자료가 제공됐으며 이달 4일부터 27일까지 전자 투표가 진행 중이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선거 진행 과정에서 일부 후보가 과기한림원 회원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한 후보는 특정 무역상을 설득해 1000억원을 기증받아 200억원을 들여 연수원을 짓고 500억원으로 검진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300억원으로는 한림원 회원들에게 매달 연구비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들도 회원에게 연구비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한림원 회원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들 후보는 공약을 소개하는 문자를 발송할 뿐 아니라 대학을 돌며 회원을 만나거나 전화를 돌려 공약을 설명하는 데 열을 올렸다. 

과기한림원 회원인 교수 A씨는 "이번 선거에 4명이나 입후보를 해 과열된 것 같다"면서 "수백억원이 드는 공약을 가지고 나온 원장 후보자는 처음 보는 데다 공약이 과연 이뤄질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현재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이 아닌 석학 단체로서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공약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기한림원 회원인 또다른 교수 B씨는 "이번 선거를 비롯해 과거 선거에서도 회원에게 금전적인 이득을 주겠다는 공약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면서 "석학 단체로서 정부, 업계 등에 과학기술 관련 독립된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공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원장 선거가 과열되고 있는 것은 과기한림원의 정체성과 역할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림원'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에 걸맞게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관여하지 못하고 과학자로서의 독립적인 목소리와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교수 C씨는 "과기한림원과 비슷한 성격의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자문하며 중요한 수상자를 결정하게 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위상을 높여준다"면서 "과기한림원 정회원이 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예로운 일이기 때문에 선정 이후에도 과학기술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겨야 한국 학계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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