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대한제국공사관, 美 국가사적지 됐다

19세기 워싱턴DC에 설치된 30여개국
재외공관 중 원형 간직한 유일한 건축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하 ‘주미공사관’)이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의 국가사적지(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공식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11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미국 내무부 소속 국립공원관리청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식 지정 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다. 한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한국의 역사가 중심이 되는 장소가 미국 국가사적지가 된 것은 처음이다.

국가사적지는 한국의 국가유산(옛 ‘문화재’)과 유사한 제도다. 미국 국가사적보존법에 따라 역사적 중요성이나 예술적 가치에 따라 등재되는 지구(District), 건물(Building), 구조물(Structure), 사물(Object) 등을 국가사적지로 등재한다.

국가유산청은 주미공사관이 워싱턴DC에 설치된 한미 외교 현장으로 미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장소라는 점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건물 내·외부 모두 원형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우리 국가유산청 주도 하에 복원되어 역사적 공간으로 재현됐다. 19세기 워싱턴DC에 설치된 30여개국 재외공관 중 당시의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주미공사관 건물은 1877년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Seth L. Phelps)의 저택으로 지어졌다. 백악관에서는 약 1.5㎞ 떨어져 있다.

조선은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고,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을 미국에 보냈다. 조선은 1889년 2월부터 주미공사관 건물에 공관을 설치했다. 이후 1905년 11월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외교권을 뺏길 때까지 16년 간 운영됐다.

일제는 1910년 한일병합 이후 5달러에 건물을 매입했다. 같은 해 민간인에게 팔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아프리카계 미국 군인들의 휴양시설로 이용됐다. 이후 화물운수노조 사무실, 미국 흑인여성협회 사무실, 개인주택 등으로 이용됐다. 2003년 재미교포 사회에서 공사관 건물 매입 움직임이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국가유산청이 2012년 10월 매입했다.

정부는 주미공사관 건물을 보수하고 복원 공사를 한 뒤 2018년 5월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해 운영 중이다. 1·2층은 복원과 재현 공간으로, 3층은 한미관계사 콘텐츠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