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정규리그 MVP는 김도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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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팬이라면 단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A는 김도영(20·KIA 타이거즈), B는 카일 하트(31·NC 다이노스)다.
그리고, (나이는 차치하고) 만약 A가 엔씨(NC) 소속의 외국인 타자이고, B가 기아(KIA) 소속의 국내 투수라면 선택이 쉬울까 하는.
세밀한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팀 승리 기여도·스포츠투아이 기준)을 살펴보면, 김도영이 6.74, 하트가 5.95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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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타자다. 10일 현재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5(3위), 171안타(4위), 35홈런(2위), 128득점(1위), 100타점(6위), 38도루(공동 5위), 장타율 0.643(1위), 출루율 0.419(3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은 이미 달성했다.
#B는 투수다.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44(1위), 13승(2위), 탈삼진 172개(1위), 승률 0.867(1위)를 기록 중이다. 여차하면 투수 트리플 크라운(투수 주요 지표인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 하는 것)을 비롯해 승률까지 투수 4관왕에 오를 수 있다.
프로야구팬이라면 단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A는 김도영(20·KIA 타이거즈), B는 카일 하트(31·NC 다이노스)다. 다만 궁금했다. 이름, 소속팀, 국내/외국인 선수 신분 등 외부적 요인을 제외하고 그저 객관적 성적만 놓고 봤을 때 과연 누구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을까 하는. 그리고, (나이는 차치하고) 만약 A가 엔씨(NC) 소속의 외국인 타자이고, B가 기아(KIA) 소속의 국내 투수라면 선택이 쉬울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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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도영의 올해 활약은 아주 눈부시다. 아직 수비적인 면에서는 미흡한 면이 다소 있지만 공격적인 면은 흠잡을 데가 없다. 방망이 컨텍트 능력, 장타력, 선구안, 빠른 발 등 모두 갖췄다. 고교 때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아직 프로 3년 차의 스무살에 불과하다.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의 기록도 달성했다.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은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 2015년 에릭 테임즈(NC) 이후 리그 3번째 대기록이다. 프로야구가 사상 초유의 1000만 관중을 바라볼 때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기질 또한 충분히 엿보인다. 소속팀 기아는 김도영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정규리그 1위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인기도 성적도 다 잡은 모양새다.
하트의 경우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되고, 공인구 반발계수가 높아진 탓에 도래한 타고투저 시대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하트를 비롯해 제임스 네일(2.53·KIA), 찰리 반즈(2.98·롯데) 셋 뿐이다. 다승 부문에서는 2위지만 원태인(13승·삼성)과 1승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기록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타고투저 속에 2~3점대 평균자책점 선수가 리그에 단 12명 뿐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는 것도 아픈 구석이다.
세밀한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팀 승리 기여도·스포츠투아이 기준)을 살펴보면, 김도영이 6.74, 하트가 5.95를 기록 중이다. 둘 모두 타자, 투수 부문 1위다.
이전 MVP나 골든글러브 투표를 살펴보면 국내 선수에게 후했던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98년이 한 예다. 당시 리그 최다 홈런 기록(42개)을 세운 타이론 우즈(당시 OB 베어스)는 정규리그 MVP를 받았으나 정작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수상은 놓쳤다. 기자단 투표에서 이승엽(당시 삼성)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리그 MVP가 골든글러브는 수상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 2012년 골든글러브 때도 장원삼(157이닝 투구 17승6패 평균자책점 3.55)은 우승 프리미엄(삼성) 등에 힘입어 브랜든 나이트(208⅔이닝 투구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를 제치고 황금장갑을 꼈다. 외국인 선수는 잠깐 리그에 머무는 ‘이방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주관성이 결부되는 투표에서 불이익을 받는 면이 없지 않다.
어차피 MVP는 김도영일까. 개인 성적, 팀 성적, 그리고 리그를 이끌어 갈 미래 창창한 국내 선수라는 점에서 MVP 투표란에 이미 ‘김도여’까지는 적혀진 듯하다. 나머지 받침 ‘ㅇ’에 대한 고민은 아직 달성 가능한 ‘투수 트리플 크라운’ 때문일 듯하고. 투수 트리플 크라운 또한 리그 43년 역사상 지금껏 4명(선동열, 류현진, 윤석민, 에릭 페디)만이 갖고 있는 대기록이라서 그렇다. 물론 김도영이 40홈런-40도루 고지를 밟으면 게임은 끝날 것이고.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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