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이너시아,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의 백지수표를 거절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 2024. 9. 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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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스타트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첫 만남

가수나 아이돌을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해 유행했던 오디션 포맷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종종 있습니다. 보통은 일반적인 투자심사와 유사하게 다소간 딱딱하게 진행되지만, 창업을 주제로 한 스타트업 전문 유튜브 채널에서 제대로 된 기획으로 힘을 준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명의 심사위원 중에 하나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흥미로운 제안이라 금세 수락은 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보통 예선부터 시작되는 심사 과정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어서 걱정도 조금 되었습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서류 심사, 1차 짧은 면접 같은 대면 심사, 그 이후에는 다양한 기획 요소들이 들어가는 토너먼트처럼 진행이 됩니다. 그 중 심사위원으로서 제일 고역인 점은 서류 심사와 1차 심사인데요. 워낙 참가팀들이 많고, 검토해야 하는 내용들도 많지만, 확률적으로 투자할 만큼의 매력을 가진 팀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날도 아침 일찍부터 정말 여러 팀들이 5분여씩 올라와서 각자의 사업을 발표하고, 평가하는 날이었고, 이미 상당수의 팀들을 리뷰하면서 약간 지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한 팀이 올라왔는데요. 세 분의 여성 공동창업자들이 하얀색 가운을 입고, 큰 판넬에 빨간색 피로 추정되는 것들이 잔뜩 칠해져 있는 것을 들고 올라왔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쇼맨십으로 어필하려는 팀들도 종종 있기 때문에, 아, 또 그런 팀 중에 하나겠거니… 하고 다소 심드렁하게 앉아있었지만, 그들의 피칭이 시작되면서 자세를 고쳐앉고 깊게 빠져들었습니다. 해당 팀의 발표가 끝난 직후 쉬는 시간에 오디션 프로그램 주최기관의 대표님에게 ‘오디션 프로그램 기간 동안 실제 투자를 해도 되냐’고 물어봤고, 그 후 실제로 백지수표에 가까운 투자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저와 해당 스타트업이 페어를 이뤄서 최종 2등을 차지했고, 그 후 여러차례 교류를 이어가며 결국 오디션이 끝나고 난지 1년여가 지난 뒤에 투자를 실제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팀이 바로 이너시아라는 팀입니다.

피칭 중인 김효이 대표. /이너시아 제공
방송 후 박지웅 대표(왼쪽 두번째)와 이너시아팀이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패스트벤처스 제공

◇이너시아가 하려는 일 : 기술 기반의 소비재 브랜드

이너시아는 유기농, 친환경 소재의 생리대를 만듭니다. 생리대라는 것이 여성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기에 친환경, 유기농 소재를 활용해서 생리대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종종 있는데요. 그렇게 보면 단순히 생리대를 만든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너시아는 단순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천연 흡수체 ‘라보셀(LABOCELL)’을 통해 대다수의 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생리대 속 미세플라스틱 딜레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지혈 소재에서 착안해 생리혈을 잘 흡수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천연 흡수체를 개발한 것입니다. 즉, 일종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셈입니다. 생리대를 포함한 많은 소비재 브랜드들이 원천기술에 기반한 차별화 요소보다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설득하려고 하는데 반해, 제품 그 자체를 다르게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 그리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B2C 형태로 제공하고 설득하는 것은 작은 스타트업이 해내기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너시아 팀이 여성 과학자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너시아의 김효이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KAIST 원자력공학 학/석/박사과정 출신이고, 다른 두 명의 공동창업자 또한 같은 KAIST 원자력공학 학/석사과정 연구실 동기들입니다. 이들은 철저히 기술 DNA를 바탕으로 출발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제품 그 자체를 차별화시키는 것에서 사업의 출발점을 삼았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본인들의 전공 분야에 인접 영역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좀 더 시야를 넓혀서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바꾸면서 생리대라는 아이템을 찾게 되었고, 그 영역에서의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너시아를 보면 다이슨이 많이 떠오릅니다. 단순히 세련된 디자인이나 브랜딩이 아닌, 기술을 통해 제품 그 자체를 바꿔냈고, 또 그 기술을 중심으로 첫 제품 분야에만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의 과감한 도전을 이어나가,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어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시작된 차세대 다이슨의 탄생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패스트벤처스, 이너시아 제공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너시아 팀이 여성 과학자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너시아의 김효이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KAIST 원자력공학 학/석/박사과정 출신이고, 다른 두 명의 공동창업자 또한 같은 KAIST 원자력공학 학/석사과정 연구실 동기들입니다. 이들은 철저히 기술 DNA를 바탕으로 출발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제품 그 자체를 차별화시키는 것에서 사업의 출발점을 삼았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본인들의 전공 분야에 인접 영역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좀 더 시야를 넓혀서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바꾸면서 생리대라는 아이템을 찾게 되었고, 그 영역에서의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너시아를 보면 다이슨이 많이 떠오릅니다. 단순히 세련된 디자인이나 브랜딩이 아닌, 기술을 통해 제품 그 자체를 바꿔냈고, 또 그 기술을 중심으로 첫 제품 분야에만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의 과감한 도전을 이어나가,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어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한국에서 시작된 차세대 다이슨의 탄생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왜 매력적인가, 앞으로 무엇을 기대하는가?

생리대 시장은 투자 대상으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폐경기 이전에 사실상 모든 여성들이 고객이 될 수밖에 없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반복 구매를 해야 하는 소모품적 성격이 있는 필수 소비재이기 때문에, 제품력이 좋다면 재구매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생리대를 포함한 여성용품 시장은 거의 5,000억에 달하는 큰 시장입니다. 거기에 더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있었던 소위 ‘생리대 파동’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생리대라는 제품에 대해서 갖는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눈높이가 더 높아졌습니다. 원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오래된 전통의 강자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생겼고, 만약 이를 성공적으로 침투해낸다면 생리대가 가진 반복 구매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소모품이라는 면에서 큰데 안정적인 규모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생리대 하나가 아니라 이미 다른 분야로 제품 라인업을 매우 빠르게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여성용품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웰니스 브랜드로 자리잡아 나가는 과정에서 건강식품, 트러블패치, 미스트 등의 라인업 확장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이는 특히 OEM 업체에 의존해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통해 라인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 하나 하나를 기술 기반으로 접근해서 확실한 차별화 요소를 심어서 나간다는 면에서 더욱 인상적입니다.

/패스트벤처스, 이너시아 제공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창업팀의 역량인데요. 신기하게도 이너시아의 창업팀은 대학원 재학 중에 창업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렇다할 회사 경험이 없이 시작한 아주 젊은 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때마다 놀라운 것은 빛의 속도로 창업가로 변신하고, 또 빛의 속도로 레벨업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회사의 본질에 대한 고민, 성장에 대한 갈증, 빠른 학습과 흡수, 네트워크의 확장과 활용에 이르기까지, 만나봤던 성공적인 창업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매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하나씩 탑재해나가는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올초에 에이피알이라는 스타트업이 조 단위 회사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뛰어난 제품력과 압도적인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큰 성과였는데요. 이너시아를 보며 기술 기반의 넥스트 에이피알이 탄생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합니다. 기술력, 제품력, 마케팅력이라는 3박자를 모두 갖춘, 넥스트 에이피알, 한국의 다이슨이 여기에 있습니다.

/패스트벤처스, 이너시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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