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3승이 필요' 한국은 폴란드를 꺾을 수 있을까? [데이비스컵 프리뷰]
대한민국 남자테니스대표팀(감독 김영준)이 2024 데이비스컵 월드그룹Ⅰ에 출전한다. 지난 2월, 캐나다와의 최종본선진출전에서 패하며 월드그룹Ⅰ으로 3년 연속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조별예선 출전이 좌절된 한국 대표팀은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그룹Ⅰ 원정 경기를 갖는다. 대표팀은 9일, 격전지로 출국해 현재 현지 적응 훈련 중이다.
폴란드로 대결 상대가 정해졌던 2월만 하더라도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단식 에이스 선수 1명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이비스컵인데, 폴란드는 후베르트 후르카츠(세계 8위) 보유국이기 때문이었다. 작년 세계 톱 10에 처음 오른 후르카츠는 이번 시즌에도 꾸준히 톱 10 자리를 유지 중이다. 비록 상반기(호주오픈 8강, 프랑스오픈 16강)에 비해 부진한 하반기(윔블던 64강, US오픈 64강) 그랜드슬램 성적으로 인해 임팩트는 다른 세계 정상권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지만, 현재 ATP 최고 강서버 자리를 유지 중인 후르카츠는 존재감만으로도 한국에 충분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다행히도 후르카츠가 이번 폴란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회 단식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폴란드 투톱은 카밀 마이치르자크(Kamil Majchrzak, 163위)와 막스 카스니코프스키(Maks Kasnikowski, 173위)다. 세계랭킹은 이번 대회 한국 에이스 역할의 홍성찬(세종시청, 141위)와 유사한 랭킹의 선수들로, 후르카츠에 비한다면 존재감이 매우 떨어진다. 한국에게는 큰 위협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한국 선수 명단 / 랭킹
홍성찬 / 141위
권순우 / 344위
남지성 / 587위 (복식 122위)
정윤성 / 700위 (복식 210위)
송민규 / 복식 420위
폴란드 선수 명단 / 랭킹
카밀 마이치르자크 / 163위
막스 카스니코프스키 / 173위
마틴 파벨스키 / 661위
얀 지엘린스키 / 복식 27위
카롤 드제비에츠키 / 복식 120위
단체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본 필수 조건은 상대의 약점이라고 파악되는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지난 2년간 한국이 데이비스컵에서 파이널스 조별예선에 오를 수 있던 결정적인 반전 포인트는 남지성-송민규 복식이었다. 국내 유일의 복식 남자 전문 선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남지성과 송민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승리하며 단식 선수들에게 역전 기회를 제공했었다.
하지만 냉정히 올해 복식 분위기는 한국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송민규는 아시아권 ITF 월드투어 위주로만 출전하며 세계랭킹이 급락했다. 남지성-송민규 조로 출전한 마지막 경기는 2월 데이비스컵 최종본선진출전 캐나다 전이었다. 이번 폴란드와의 경기에서도 남지성-송민규 조로 출전할 것이 유력해 보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상대의 복식이 꽤 강하다는 것이다. 폴란드 복식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얀 지엘린스키-카롤 드제비에츠키 조는 냉정히 한국 조에 비해 최근 실적이 매우 우수하다.
올해 ATP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한 바 있는 지엘린스키는 복식랭킹 27위에 올라있다. 위고 니스(모나코)와 주로 호흡을 맞추는데 올해 라이브 복식랭킹은 10위를 기록 중이다. ATP 투어에서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는 강호다.
드제비에츠키는 ATP 챌린저 대회에서 주로 뛰고 있다. 같은 국적의 피오트르 마투세브스키와 주로 활약하며 챌린저 복식 우승 1회, 준우승 4회의 성적을 올해 기록 중이다. 랭킹과 최근 실적 등 모든 면에서 복식은 폴란드가 한국에 비해 앞서 있다 봐야 한다. 한국의 복식은 이번 경기에서 필승 카드로 분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이 폴란드를 꺾기 위해서는 단식 선수들의 활약이 매우 중요해졌다. 홍성찬과 권순우가 나설 것으로 보이는 단식인데, 상황은 나쁘지 않다. 아무리 이번 경기가 폴란드에서 펼쳐지는 원정경기라 할지라도,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이 익숙한 하드코트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되려 폴란드 선수들은 올해 하드코트 경기 실적이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올해 단식 하드코트 본선 성적
승패 / 승률 / 평균세트 / 평균게임
(ATP 투어, 챌린저, ITF 데이비스컵 포함)
한국
홍성찬 30승 20패 / 60.00% / +0.22 / +0.46
권순우 4승 4패 / 50.00% / -0.13 / -0.75
폴란드
카밀 마이치르자크 1승 1패 / 50.00% / 0.00 / +1.00
막스 카스니코프스키 9승 9패 / 50.00% / +0.11 / -0.22
올해 모든 단식 경기 성적(예선 포함)
승패 / 승률 / 평균세트 / 평균게임
한국
홍성찬 41승 25패 / 62.12% / +0.30 / +0.70
권순우 5승 9패 / 35.71% / -0.57 / -1.64
정윤성 6승 10패 / 37.50% / -0.38 / -1.44
폴란드
카밀 마이치르자크 32승 11패 / 74.42% / +0.81 / +3.30
막스 카스니코프스키 31승 22패 / 58.49% / +0.30 / +0.64
마틴 파벨스키 1승 5패 / 16.67% / -0.83 / -2.00
코트별 출전 경기 수 (예선 포함)
전체 / 하드 / 클레이 / 잔디
한국
홍성찬 66 / 63 / 1 / 2
권순우 14 / 9 / 4 / 1
폴란드
카밀 마이치르자크 43 / 7 / 36 / 0
막스 카스니코프스키 53 / 23 / 30 / 0
어깨 부상으로 작년 시즌을 통째로 날리다시피 했던 권순우는 올해 주로 높은 등급 대회에서 보호랭킹제도를 쓰며 출전했다. 전체 경기 수는 14경기에 그치지만 그래도 하드코트 경기 수가 가장 많은 9개다. 본인이 성적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하드코트 대회로만 선호해왔다.
<이번 대회 폴란드 선수 중 단식 랭킹이 가장 높은 마이치르자크, 그렇지만 이 선수에게 2승을 거두는 것이 한국 단체전 승리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반면 폴란드의 투톱 선수들은 클레이코트 선호도가 매우 높은 선수들이다. 물론 이 선수들이 주로 출전했던 유럽의 3~8월 챌린저 등급 대회들이 대부분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들은 같은 기간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보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를 선호했다.
이번 대회 폴란드 단식 에이스 역할의 마이치르자크가 오히려 상대하기 쉬울 전망이다. 마이치르자크는 올해 전체 4대회, 7경기 하드코트 경기를 치렀다. 이 중 본선에 오른 적은 단 1대회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상대적으로 하드코트 성적이 매우 좋지 않은 선수라 분석할 수 있다.
마이치르자크보다는 낫지만 카스니코프스키 역시 하드코트 성적이 랭킹에 비한다면 인상적이지 않다. 올해 하드코트 10대회 출전했으며, 챌린저 50 등급이었던 포르투갈 오에이라스 1차 실내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2월 20일에는 홍성찬과 퓨네챌린저(CH100) 1회전에서 만나 승리했다. 랭킹은 카스니코프스키가 조금 더 낮지만, 이번 단체전에서는 실질적인 폴란드 에이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홍성찬은 이번 늦여름, 좋은 흐름을 꾸준히 타며 본인 최고랭킹을 경신했다. 그리고 권순우는 네임밸류만 놓고 보면 이번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 중 톱이다. 아무리 원정 경기라 할지라도 하드코트를 선호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는 소리다.
복식이 강점이 아닌 이번 단체전 경기에서 한국은 현실적으로 단식에서 3승을 거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분위기라면 마이치르자크와의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카스니코프스키와의 경기에서 최소 1승을 따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리고 홍성찬과 권순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이 폴란드를 꺾는다면 내년 2월 열리는 2025년도 데이비스컵 최종본선진출전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반면 패한다면 월드그룹Ⅰ 플레이오프로 한 단계 더 내려간다.
13일 열리는 단식 두 경기가 전체 경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세부 경기 일정은 12일 발표된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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