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 중 8명뿐…군의관 투입, 효과 없고 군 의료만 붕괴”

군인권센터 “군 의료 현장 평소에도 진료 한계”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환자가 진료 지연 안내문을 지나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응급실 미수용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군의관 250명을 응급의료 현장에 배치하기로 한 가운데, 이런 조처가 군 의료 현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1일 성명을 내고 “응급실에 ‘응급의학 비전문 군의관’을 투입하는 건 군과 민간 모두에 의료 혼란을 일으킨다”며 “특히 군 의료를 붕괴시키는 군의관 응급실 투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장병 건강권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 군에 복무하는 군의관은 2381명이다. 이번 파견으로 전체의 10%가 넘는 군의관이 민간 의료 현장으로 차출되는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대부분의 군부대가 의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서·산간 지역에 있어, 군 의료 현장은 평소에도 진료 능력에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이번 파견으로 군 의료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군인권센터는 이번에 파견되는 250명 군의관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8명에 그치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군인권센터는 “응급의학은 엄연히 전문의 과정이 별도로 있는 진료과로, (이번 파견은) 비전문 인력이 ‘생색내기용’으로 배치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짚었다.그렇다고 앞선 조사에서 육·해·공 군을 통틀어 104명에 그치는 걸로 집계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대거 차출될 경우 “당장 응급환자라도 발생한다면, 이미 필수 인력이 모두 빠져나가 마비된 군 의료체계로는 정상 대처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라고 단체는 우려했다.

실제 군의관 투입은 민간 병원 현장에서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4일 전국 5개 병원에 사전 배치된 군의관 15명 가운데 일부가 부대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아 부대 복귀를 요청했다”(이대목동병원 관계자), “본인들이 실제 (응급의학과) 전문의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고 인턴 정도 업무만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등의 이유였다. 군인권센터는 “군의관의 진료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고 짚었다.

군인권센터는 “‘군의관 땜빵’ 비상 의료 대책은 응급의료 현장 문제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되레 군 의료체계까지 덩달아 붕괴시키는 안보 저해 행위”라며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군의관 동원 파견을 즉시 중단하라”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