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 ‘넛 크래커’ 될라…한국 자동차에 드리운 ‘2대 변수’

권재현 기자 2024. 9. 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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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비야디(BYD)의 국내 시장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럽과 중국 시장을 겨냥한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도 임박한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계로선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 첨단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앞세운 미국 업체의 협공에 고스란히 노출된 모양새다.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그동안 상용차(버스·화물차)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온 BYD가 지난 6월 한성자동차, 도이치모터스, 삼천리모터스 등 3개사를 딜러사로 선정하고, 승용차 판매를 위한 전시장과 애프터서비스(A/S) 센터 등 국내 네트워크 확보 추진에 나섰다. 올해 중으로 20곳, 2026년까지 70곳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또 BYD는 씰(Seal), 돌핀(Dolphin), 아토(Atto)3, 카르페(Carpe), 파리(Fari), 헤일로(Halo) 등 6개 차종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 중 씰·돌핀·아토3 등 3개 모델은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KAMA는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은 “우리 시장이나 후발국 시장 등에서는 (중국 전기차에) 가격 경쟁력이 크게 밀리는 실정”이라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생산 방식의 혁신 및 공급망 효율화 등이 필요하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 원천 파악을 위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BYD의 국내 상륙으로 안방에 불이 떨어졌다면 해외에선 테슬라가 다음달 10일 로보택시를 공개하며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를 넘어 새로운 모빌리티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로드맵을 보면 테슬라는 다음달 대규모의 FSD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완전자율주행 상태에서 자동으로 주차·출차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차량이 사용자가 있는 장소로 찾아가거나, 지정한 장소로 이동하는 기능 등을 담아 현재 시판 중인 ‘오토 파일럿’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FSD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내년 1분기부터 중국과 유럽에서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FSD 장착 로보택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연일 오름세다. 2027년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류 최초로 1조달러(약 1350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조만장자’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상반된 전략으로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두 ‘공룡’ 사이에서 자칫하면 길을 잃고 오도 가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포비아(공포증)까지 겹쳐 가뜩이나 전동화 작업이 더딘 상황에서 또 하나의 절박한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인 모셔널과 포티투닷(42dot), 본사 소속 자율주행사업부를 통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약 7조4000억원을 투입해 로보택시 실증 사업과 상용화 투자 확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도로를 활발히 누비고 있는 테슬라 차량보다 한정된 공간의 시범 서비스 수준에 그치다 보니 당장 자율주행 관련 학습에 필요한 수집 데이터의 양 자체가 적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는 차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란 목표 아래 과감하게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공세와 프리미엄 플랫폼을 지향하는 테슬라의 추진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민·관의 정교하고도 꾸준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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