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조직장도 '이사회 승인'...빨라진 인사에 책무구조도까지 '유연한 인사' 어렵다

이병권 기자, 김도엽 기자 2024. 9. 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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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책무구조도를 바꾸려면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연한 인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TF라고 해도 조직장이 임원이라면 책무를 어디까지 맡아야 할 지 논의해서 책무구조도를 변경해야 한다"며 "조직장을 어떤 직급의 임원이 맡고 어떤 책임을 질지 정해야 해서 인사를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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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빨라진 금융권 CEO 인사③
[편집자주] 5대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처음 적용되면서 CEO 인사가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3개월 간 진행되는 선임 절차에 검증의 정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현장의 피로도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빨라진 금융권 인사 레이스 장단점을 짚어봤다.

책무구조도 제출 관련 해설서/그래픽=이지혜

올해 연말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선임 못지 않게 직제 개편과 임원 인사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라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변경된 임원의 직책과 책무 등을 명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를 바꾸려면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연한 인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 초안을 제출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10월 말 조기 제출을 염두에 둔 은행들은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법적 조언을 받고 책무 범위를 정하기 위한 내용을 내부적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무구조도는 CEO(최고경영자) 등 임원들의 직책·책무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명시하는 문서다. 이사회 의결을 받고 의결일 7영업일 내에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기술서에는 직책·직위·소관부서·주관회의체 등 임원의 정보가 담기고 해당 임원이 맡은 책무·책무 세부내용·겸직사항 등이 기재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책무구조도가 인사를 어렵게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원이 맡은 책무·직무에 변동사항이 발생할 때마다 세부 내용을 새로 쓰고 이사회 의결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서다. 연말연시 등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가 이뤄지는 시기엔 더욱 복잡해진다. 임시조직인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할 때도 조직장이 임원이면 책무구조도를 조정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TF라고 해도 조직장이 임원이라면 책무를 어디까지 맡아야 할 지 논의해서 책무구조도를 변경해야 한다"며 "조직장을 어떤 직급의 임원이 맡고 어떤 책임을 질지 정해야 해서 인사를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자일(agile) 조직'에 익숙한 집단일수록 유연한 인사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자일 조직이란 빠르게 목표 업무를 달성하기 위해 모였다 흩어지는 프로젝트 조직을 말한다. 최근에는 시중은행들도 마케팅·여신 부문 등에서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는 애자일 조직을 꾸린다.

은행권 관계자는 "애자일 조직은 빠르게 구성하는 만큼 해체도 빨라서 '타이밍'이 핵심"이라며 "예컨대 단계적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임원의 책무를 추가하느라 책무구조도를 매번 고쳐야 한다면, 임원 중심의 조직을 구성하기 힘들고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도 힘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부통제 강화가 책무구조도의 핵심인 만큼 여신 부문과 리스크 부문 책임자 자리는 '무덤'이 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최근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역설적으로 크고작은 금융사고가 더 빈번하게 적발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로 은행권이 신뢰 회복을 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자리는 선뜻 가기 어려운 '독이 든 성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로 인해 인사가 어렵고 이사회 개최가 번거롭다는 의견을 두고 '금융권의 잘못된 문화'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요한 일들을 이사회 구성원이 직접 봐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 책무구조도가 이사회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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