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인사시즌…'은행 CEO 인사' 피로도 높다

김남이 기자 2024. 9.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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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빨라진 금융권 CEO 인사②
[편집자주] 5대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처음 적용되면서 CEO 인사가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3개월 간 진행되는 선임 절차에 검증의 정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현장의 피로도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빨라진 금융권 인사 레이스 장단점을 짚어봤다.

NH농협지주·하나은행,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사항/그래픽=윤선정

임기만료 3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금융지주·은행 CEO(최고경영자) 승계절차가 오히려 금융회사 조직과 문화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검증시간을 위한 최소 시간을 설정했지만 후보군 간의 과열 경쟁, 현 CEO의 레임덕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은행 내부규범에는 CEO 선임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지주는 이달 초 CEO 경영승계절차 개시 시기를 지주회사와 은행은 '임기만료일 3개월 전'으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기존에 40일에서 2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주주총회 등의 소집통지 기간 등에 걸리는 기간은 별도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꾸면서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에 CEO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전에는 특정한 개시시점 없이 '이사회가 은행의 상황과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시'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신한금융도 '은행장 경영승계절차 임기만료 3개월 전 개시' 등 자회사 경영승계계획을 개정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으로 경영승계절차 개시 시점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 반영된 것이다. KB금융도 조만간 내부규범을 개정할 예정이고,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자회사 대표이사 경영승계 계획을 따로 세운 상태다.

CEO 후보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면밀하게 평가·검증하기 위해서 3개월이라는 시간 규정을 뒀지만, 오히려 긴 시간이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긴 인사검증 기간 등으로 인해 조직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은행장은 임기만료 직전 1~2개월 전 승계절차를 시작했다. 은행장 후보가 대부분 금융그룹 내부 인사이고,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인사평가와 성과검증 등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연 1회 이상 후보군을 이사회에 보고한다. 지난해 말 연임이 결정된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경우 경영승계 절차가 처음 시작된 것은 임기만료 한 달 전이었다.

A은행 관계자는 "후보 대부분이 그 자리(후보군)에 오르기까지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고, 후보군을 평소에 관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명시적으로 3개월 전부터 시작이라고 할 경우 조직 내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장 교체가 유력시될 경우 후보군 간의 과열 경쟁이 우려된다. 3개월 전부터 현 은행장의 레임덕이 시작되고, 후보군 간에 파벌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내외부 투서가 남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파벌 같은 것이 남아있을 경우 후보군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움직이지 않아도 밑에서 이른바 라인이 움직일 수 있다"며 "오히려 조직 내에 피로도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행장도 3개월간 진행되는 인사절차에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제약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부분 금융지주나 은행에서는 CEO 인사가 필요 이상으로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별도로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시점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이내에 차기 CEO 선임절차가 마무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분한 인사 검증 등을 위해 3개월 전부터 승계절차를 시작한다는 규정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번에 규정을 개정한 하나은행도 해당 규정을 갖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후보도 많은 주목을 받는 지주 회장과 내부 인사가 대부분 선임되는 은행장은 선임 과정에서 다른 부분이 많다"며 "은행장은 공식적인 숏리스트 발표도 없이 임기 만료 직전에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사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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