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은퇴식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2012 런던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 [김사니 인터뷰②]
남정훈 2024. 9. 11. 09:57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지난 6월 KYK인비테이셔널에서 열린 국가대표 은퇴식으로 흘렀다. 김사니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쳐요. 여기에 내가 들어가도 되는 건가,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때도 그래도 되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만큼 다시 팬들을 만난다는 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라면서 “입장 전만 해도 애써 태연한 척 했는데, 점점 제 순서가 다가오는데 ‘혹시 내가 계단을 내려갈 때 하이파이브하는 팬들의 손이 안 나오면 어쩌나’ 이런 걱정까지 했다니까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김사니의 이름이 호명됐고, 그가 등장해 계단을 내려갈 때 수많은 팬들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사니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제 손이 어찌나 떨렸던지. 근데 제가 한 팬의 하이파이브를 놓쳤나 봐요. 그 팬 분께서 ‘언니, 기다렸어요. 저 하이파이브 해주고 가셔야죠’라고 소리치셔서 다시 다가가서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계단을 내려오는 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난 아직도 많이 미움 받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어서...”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은퇴식이 끝나고 라커룸에서도 김사니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날 원래 여행 계획이 있어서 뒤풀이를 가지 않았거든요. 여행을 가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기자님 연락 왔을 때도 울고 있었어요. 여행 도착해서 (김)연경이나 다른 동생들 연락이 왔을 땐 진짜 대성통곡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눈물 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은퇴식 얘기를 한 김에 과거 국가대표 시절의 얘기도 나눴다. 김사니가 꼽는 국가대표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나 경기는 언제였을까. 그는 “아무래도 2012 런던 올림픽이죠.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에 런던 올림픽 영상들이 자주 뜨는데, 특히 브라질전은 정말 우리가 잘했더라고요. 그때 당시만 해도 세계 최강 중 하나인 브라질을 이길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그때 영상 보면 (김)연경이는 거의 신이에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여자배구 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브라질을 3-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도 이탈리아를 3-1로 꺾고 1976 몬트리올 이후 36년 만에 여자배구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4강서 미국에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해 4위에 그쳤지만, 2012 런던은 ‘4강 신화’라는 이름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경쟁력을 입증한 대회로 남아있다.
김사니는 “4강 신화를 이룩한 2012 런던과 2020 도쿄 멤버가 서로 맞붙는다면 2012 런던 멤버가 이길 것 같아요. 멤버가 너무 좋았어요. 경기를 조율하는 제 입장에서도 줄 곳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브라질전은 지금 봐도 저희가 진짜 멋있더라고요”라면서 “물론 런던 때 제가 대표팀 내에서 가장 비난도 많이 받아서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역시 2012 런던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라고 설명했다.
1981년생인 김사니는 한 살 위인 1980년생의 이숙자(現 KBSN스포츠 해설위원), 이효희(現 도로공사 코치)와 함께 오랜 기간 V리그 최고 세터를 두고 경쟁했다. 김사니는 “언니들이나 저랑 제각기 강점이 달랐어요. 언니들과 정말 친하지만, 묘한 경쟁심도 있었죠. 언니들이 있었기에 저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죠”라고 말했다.
김사니가 기억하는 가장 경쟁심이 컸던 때는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1년을 뛰고 다시 V리그로 유턴해 IBK기업은행에서 뛰었던 첫 시즌인 2014~2015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IBK기업은행의 창단멤버였던 이효희는 2014~2015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이효희의 빈자리를 김사니가 대신하게 된 모양새였다. IBK기업은행이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2전 전승을 거두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면서 V리그를 대표하는 두 세터인 김사니, 이효희의 맞대결이 챔프전에서 성사된 것이다.
김사니는 “당시 효희 언니는 IBK기업은행에서 우승도 많이 했고, 세터 최초로 정규리그 MVP도 타면서 최고의 자리에 있었죠. 그에 비해 저는 아제르바이잔 가기 전까지 V리그에서 우승을 한 번밖에 못해본 세터였거든요. 그래서 그 챔프전이 둘의 비교가 확 되는 상황이기도 했고, 아제르바이잔에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던 저는 ‘이번에도 지면 난 계속 지는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진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네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챔프전의 결과는 IBK기업은행의 3전 전승 승리였다.
IBK기업은행에서 김사니는 2016~2017 챔프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기록하고 2016~2017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IBK기업은행은 여자부 최초로 김사니의 등번호인 9번을 영구결번하며 레전드에 걸맞는 대우를 했다. 이어 코치직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한 김사니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3년간 해설위원을 경험한 김사니는 2020년 5월, IBK기업은행의 코치로 선임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IBK기업은행 유일의 영구결번 선수였던 만큼 코치직을 거쳐 언젠가 감독에도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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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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