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태큼스 러 내륙 타격해도…전세 역전 '게임 체인저' 못된다(종합)

김성식 기자 이창규 기자 박재하 기자 2024. 9. 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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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UDCG서 사거리 제한 '해제' 요청…바이든 "조율 중" 가능성 시사
美·英 외무장관 이번주 우크라 합동방문…오스틴 국방 "이미 드론 쓰는데"
우크라이나 제55 독립 포병 여단 소속 장병이 지난해 5월 동부 도네츠크주(州) 아우디우카 마을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하기 위해 세자르 자주곡사포에 155㎜ 포탄을 탑재하는 모습. 2023.5.3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이창규 박재하 기자 =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공격에 사용할 길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끈질기게 요구했던 사항이 관철돼 국경 인근에 국한됐던 서방의 공격 허용 범위가 4개월 만에 추가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의 기대와 달리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킬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뉴욕으로 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그것을 조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 내로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과 공동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맥카울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텍사스)은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블링컨 장관과 회담한 내용을 토대로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에이태큼스 사거리 제한 철폐 방침이 발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블링컨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나도 영국 측 카운터파트와 함께 우크라이나로 가서 에이태큼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브리핑받은 내용을 보면, 국경을 넘어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최대 무기 지원국인 미국은 지난해 10월 에이태큼스를 처음으로 인도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사거리 165㎞짜리 구형 모델만 보냈다. 지난해 5월 서방국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던 영국도 같은 이유로 자국의 '스톰 섀도(Storm Shadow)'를 사거리 사거리가 560㎞에 달하는 내수용이 아닌 240㎞짜리 수출용만 넘겨줬다.

2022년 10월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동해안에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발사 훈련을 하는 모습. 2022.10.0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그러나 1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동·북부 전선에서 지난 2월부로 러시아군이 주요 요충지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에 미국은 지난 5월 300㎞짜리 신형 에이태큼스 모델을 인도하면서 공격 범위를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미사일 사용을 '방어 목적'으로만 국한해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있는 군사 기지는 여전히 공격 범위에서 제외됐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해 우크라이나 공격의 시발점인 러시아 내륙 군사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지난 7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런던에서 양자회담을 한 뒤 영국 내각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요청했다. 지난 6일에는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개전 이래 처음으로 대면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토에서도 장거리 능력을 보유해야 러시아가 평화를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연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또다시 서방을 상대로 외교전에 돌입한 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전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6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인 서부 쿠르스크주(州)를 침공해 한달간 서울 면적(605㎢) 두배에 달하는 1300㎢를 점령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이 러시아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핵심 병참기지인 포크로우스크 마을을 넘겨주게 생겼다. 당초 쿠르스크 진격 작전으로 계획했던 동부 전선 내 러시아군의 퇴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작전 실패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과 영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와 스톰 섀도로 러시아 내륙 공격에 돌입하더라도 이러한 동부 전선의 열세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6일 UDCG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무기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순 없다"며 러시아가 활공폭탄 탑재 전투기를 이미 에이태큼스 미사일 사거리를 넘어서는 공간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이미 무인기(드론)를 사용해 스톰 섀도 사거리를 훨씬 넘어서는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6월 우크라이나 군이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시스템 훈련을 받고 있는 독일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레른에 있는 훈련소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4.06.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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