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세균, 한 번에 14개씩 증식…양치질은 하루 세 번인데

곽노필 기자 2024. 9. 11. 09: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그런데 입 안 미생물 중에 한 번에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게리 보리시 포사이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입 속 박테리아 세계에 이렇게 독특한 번식 전략을 가진 미생물이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다음에는 박테리아의 이런 전략이 우리 입과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노필의 미래창
치태에 가장 많은 막대 모양 박테리아
하루 0.5mm씩 자라 치태 지지대 역할
입 안 치태에 서식하는 대표적 미생물 가운데 하나인 코리네박테리움 마트루코티. 긴 막대 모양으로 한 번에 최대 14개로 다중분열한다. 시카고대 해양생물학연구소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사람의 입 안에는 500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군집을 이루며 번성하고 있다.

이처럼 액체나 고체 표면에 미생물이 달라붙어 이루는 군집체계를 바이오필름(biofilm, 미생물막)이라고 부른다. 입 안에서 바이오필름이 형성되는 대표적인 장소가 치태와 충치 부위다.

보통 박테리아는 1개 세포가 2개로 분열하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그런데 입 안 미생물 중에 한 번에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미국 시카고대 해양생물학연구소와 미국치과협회 포사이스연구소 공동연구진은 치태에 가장 많은 박테리아 가운데 하나인 코리네박테리움 마트루코티(Corynebacterium matruchotii)가 한 번에 최대 14개로 쪼개지는 다중분열 방식으로 번식한다는 걸 발견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 번에 분열하는 세포 개수는 모세포의 길이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길쭉한 막대 모양의 이 박테리아는 막대 한쪽 끝으로만 자라면서 서로 엉겨붙는다. 이런 구조로 인해 이 박테리아는 치태의 지지대(스캐폴드) 역할을 한다.

치태에 있는 고슴도치 구조. 가운데 자홍색으로 표시된 것이 코리네박테리움 마트루코티다. 시카고대 해양생물학연구소 제공

아무리 열심히 이를 닦아도 치태가 생기는 이유

논문 공동저자인 제시카 마크 웰치 포사이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암초에는 산호가 있고 숲에는 나무가 있듯이 우리 입 안의 치태에는 코리네박테리움이 있다”며 “코리네박테리움은 주변의 다른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있는 공간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생물학연구소가 개발해 2016년 발표한 클라시-피시(CLASI-FISH)라는 이름의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치태 안의 미생물군집이 고슴도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코리네박테리움 마트루코티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 박테리아 군집이 하루에 최대 0.5mm까지 자랄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는 아무리 부지런히 양치질을 해도 곧바로 치태가 다시 생기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코리네박테리움 마트루코티의 군집. 시카고대 해양생물학연구소 제공

편모가 없는 대신 몸을 길쭉하게 늘리는 듯

치태 안의 이 박테리아는 왜 이런 독특한 방식의 증식을 하게 됐을까?

피부와 코 안에 서식하는 코리네박테리움의 다른 종은 이것처럼 한쪽 끝으로만 증식하거나 다중분열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똑같은 막대 모양을 하고 있지만 길이도 짧다.

연구진은 이 박테리아에는 이동 도구로 쓸 수 있는 세포소기관인 편모가 없다는 데 주목했다. 편모가 없는 대신 몸을 길쭉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동하면서 긴 막대 중간중간을 잘라 증식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오필름은 작은 열대우림과도 같다”며 “치태라는 매우 조밀한 서식지가 이런 증식의 촉진제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동저자인 게리 보리시 포사이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입 속 박테리아 세계에 이렇게 독특한 번식 전략을 가진 미생물이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다음에는 박테리아의 이런 전략이 우리 입과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pnas.2408654121
Tip extension and simultaneous multiple fission in a filamentous bacteri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