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제작, 10억부터 시작 "평균 초6, 데뷔까지 6년"[창간20주년 기획]
-[2004 아이돌과 2024 아이돌②]에 이어서
미스틱스토리 뮤직엔터사업부문 한정수 대표는 "한 그룹을 데뷔 탄생시키기까지 레이블과 연습생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과거엔 평균 2~3년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평균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라며 "해당 레이블에선 활동 중인 아이돌 팀의 활동 기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론칭하는 것이 보편적이어서 레이블 당 신규 아이돌 팀 론칭의 텀이 현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긴 편이었으나, 현재는 대형 레이블 경우에는 동시에 여러 팀을 론칭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멤버 구성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한국 출신만이 아닌 국가별 멤버를 고려하고, 남녀 혼성은 지양하고, 동시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해외 시장을 거점으로 한국 시장과 별개로 론칭하는 국가별 로컬 아이돌 론칭은 오디션 등 한국과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론칭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기반의 아이돌 론칭과 상대적으로 아직은 짧은 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C 관계자 역시 하나의 그룹이 탄생하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C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준비 자체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연습생 기간은 많이 달라서 평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대부분 10대 초반,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연습생을 뽑아서 트레이닝을 시키기 때문에 대략 4~6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볼 수 있다"라며 "여러 데모 곡뿐만 아니라, 안무, 의상 피팅, 헤어, 메이크업 등을 다양하게 테스트하기 때문에 데뷔 직전까지도 멤버 구성이 바뀔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10배 이상 상승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 대표는 "물가 상승이 반영돼 증가한 면도 크지만, 과거에 비해 연습생 기간 동안 투입해야 하는 비용 대상이 늘어나 전체 규모가 증가했다. 과거에 연습생 캐스팅부터 데뷔 앨범 론칭까지 1~2억 원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약 10배 이상 증가해 최소 10억원부터 투입 비용이 형성되고 레이블의 규모에 따라 그 이상인 경우도 많아졌다"라고 분석했다.
곡 구성 측면에서도 과거와 달라졌다. K팝의 영향력이 넓어진 만큼 한국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시장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고심한다는 것. 한 대표는 "과거엔 1~2명의 한국 기반 작곡가 중심으로 구성된 프로듀서를 통한 곡 준비가 위주였다면, 현재는 1인 중심의 프로듀서보다 레이블 자체적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확보한 곡들을 기반으로 악곡을 준비하는 형식이 보편적이다. 곡 준비의 방향성 또한 과거에는 한국 시장에서의 흥행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구성했다면, 현재는 레이블과 기획하는 아티스트의 지향성에 따라 국내외 음악 트렌드를 고려해 악곡 구성을 하는 편으로 변화했다"라고 했다.
아이돌 시장은 레드오션 중 레드오션인 상황. 하지만 규모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넓어진 시장에 따라 크게 상승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표는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아이돌 사업을 하는 사업자의 수가 늘어났으나 사업자 수 증가에 따라 사업자 규모의 롱테일 구조는 더 강화되고 있는 경향"이라고 봤다. 이어 "과거엔 메이저 제작사의 수가 현재에 비해 많은 편이었으나, 현재는 메가 메이저 4사와 대기업 기반 메이저 2사, 상장사 기반 메이저 4사, 그리고 그외 규모의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그 외 사업자로 구분돼 제작사 간 격차가 커지는 현상이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중국 중심이었던 K팝 주요 타깃 시장의 수가 과거에 비해 현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CD 등의 본원적인 음악 상품 외에 사업 구조가 확대됨에 따라 K팝이란 산업은 여전히 상승 잠재력(upside potential)이 유효하다고 시장 내에서 판단하고 있다"라며 "해외 마켓의 확대와 관련 사업 다각화에 따라 메이저 사업자가 아닌 사업자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고 산업 내에서는 판단하고 있으나 사업자의 역량이 그만큼 받쳐줘야 그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사업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인 것이 현재 산업 내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D 측은 수십억원의 제작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으로 곡비와 진행비를 손꼽았다. 곡비는 말 그대로 앨범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등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듀서 섭외 비용이고, 진행비는 멤버들의 의식주 비용과 데뷔 프로모션 진행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통칭한다. 특히 소속사 내 전문 프로듀서 유무에 따라 곡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소속 프로듀서의 존재 여부가 곡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D 측의 설명이다.
또한 D 측은 진행비에 대해 "뮤직비디오 촬영시에는 멤버, 스태프들의 식비와 이동비만 해도 하루에 수백만원이 깨진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찍을 때 보통 30명 이상의 스태프들이 움직인다. 특히 요즘은 뮤직비디오도 한 편이 아닌, 퍼포먼스 비디오와 수록곡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버전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마케팅 비용도 빼놓을 수 없다. 홍보가 없으면 뜰 수가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홍보 비용도 굉장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데뷔를 앞둔 아이돌그룹들은 시작부터 전 세계 K팝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데뷔 트레일러, 티저 포토·영상, 하이라이트 메들리 등 프로모션을 위한 다양한 소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D 측은 "이러한 프로모션 비용에만 약 1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인조 걸그룹 E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E는 데뷔까지 약 3년이 걸렸으며, 소속사는 멤버들을 모집하기 위한 캐스팅 비용과 데뷔 전 트레이닝 비용으로만 매년 약 2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E 측은 데뷔 앨범을 위해 약 20억원을 쏟아부었다.
E 측은 "5~6년 전만 해도 아이돌그룹 제작 비용에 수십억 원이 필요하진 않았다"면서 과거와 법적으로 달라진 표준 근로 계약 환경을 언급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예계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1주 52시간 근로 시간 준수 및 원거리 야외 촬영으로 인한 이동 시간의 근로 시간 포함을 규정했다.
이에 E 측은 "예전에는 1박 2일 동안 밤을 새며 뮤직비디오를 찍어 힘들더라도 약 2~3억 원이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표준 근로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4~5일은 필요하며, 과거 대비 촬영팀의 임금도 상승돼 진행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급격하게 변화된 헤메스(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비용도 아이돌 제작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E 측은 "인력에 대한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심지어 요즘은 튀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의상도 명품 브랜드 옷을 입혀야 한다. 제작 의상보다 명품 옷을 사입해 아티스트 콘셉트에 맞춰 리폼하는 게 추세다. 때문에 헤메스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허지형 기자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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