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서 할머니 안고 뛰어내린 손자, 숨진 것 모르고 안부 물어”

소방대원들이 4일 오전 6시30분쯤 수원시 권선구 탑동에 위치한 3층 높이 상가주택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30대 손자 품에 안겨 불이 난 집에서 뛰어내렸던 90대 할머니가 치료 도중 끝내 숨진 가운데, 손자가 아직 이 소식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녕하세요. 할머니 구한 손자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해당 사건의 가족 중 한명”이라며 “많은 분의 위로 속에 저희 할머니는 잘 모셔드리고 왔다”고 했다. 이어 “사건의 당사자인 손자는 저의 사촌 동생”이라며 “화상으로 인해 현재 치료 중인 상태인데 할머니 돌아가신 걸 모르고 안부만 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동생 녀석이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엄마처럼 모셨는데 불의의 사고로 이별하게 되어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원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데 동생에게 용기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새벽 경기도 수원시 한 상가 건물 3층에서 불이 나 집에 있던 30대 손자가 90대 할머니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건물에 붙은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렸다. 지붕 위로 떨어진 할머니는 의식 저하 상태로 구조됐으며, 손자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당초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할머니는 치료받던 도중 이날 정오쯤 결국 숨졌다.

이웃 주민들에 의하면 최근까지 직장을 다녔던 손자는 할머니가 고령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거동이 힘들어지자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불이 났을 당시에도 두 사람은 같은 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손자는 현재 서울 영등포의 한 화상 전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