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폴란드 ‘워메이트50’, 50㎏ 탄두 싣고 1000㎞서 타격 ‘위력’[Who, What, Why]

정충신 기자 2024. 9. 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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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현대戰 게임체인저’ 자폭형 무인기
韓, ‘로템-L’ ‘하피’ 등 운용중
폴란드서 연내 200여대 도입
北, 최근 자폭드론 2종 공개
이스라엘산 ‘하롭’과 유사해
천궁·K2 모형 등 공격 실험
실전배치땐 한미연합군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방과학원 무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자폭형 무인기(드론)를 만지며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최초의 드론 전면전”이라고 표현하면서 자폭드론이 현대전에 빠질 수 없는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휴전선을 경계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 역시 전 세계의 ‘드론 경쟁’ 추세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이 2022년 말 수도권 영공 무인기 도발에 이어 올해 들어 11일 현재까지 17차례에 걸쳐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부양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복합 도발’에 나서면서 남북 간에도 ‘드론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8월 말 신형 자폭드론 2종을 전격 공개하면서 ‘자폭드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北, 이스라엘산 유사한 신형 자폭드론 2종 공개… 南은 폴란드·이스라엘산 도입 추진 =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지난달 24일 국방과학원에서 이스라엘산 하롭(HAROP) 레이더 파괴 자폭드론, 히어로(HERO) 계열 자폭드론을 연상케 하는 2종의 신형 자폭드론을 공개했다. 하롭과 유사한 드론이 한국군 천궁 지대공미사일 체계의 다기능레이더와 비슷한 표적에 명중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히어로 계열 드론처럼 생긴 기종은 K2 전차를 모사한 표적을 파괴했다.

1990년대 무인기를 도입한 북한의 자폭드론 기술은 드론 개발·운용의 선구자인 이스라엘에 크게 못 미치는 걸음마 수준으로 평가됐는데, 이번 신형 2종 공개로 개발 수준이 뛰어오른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파키스탄, 예멘 후티 반군 등으로부터 운용 기술과 생산방식을 전수받아 양산→ 실전배치→ 전술 체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전력에 위협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한미연합군 지상 작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이 자폭드론을 보병·특수전부대는 물론 기계화부대에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먼 거리에서도 한미연합군 부대나 장비를 타격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우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성능이 검증된 폴란드산 및 이스라엘산 자폭드론 대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저렴한 순항미사일’로 불리는 자폭드론이 현대전의 총아로 주목받으면서 자폭드론 도입을 위한 남북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폭드론은 정찰 드론과 달리 이륙 후 복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기술적 난도가 낮고,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정밀타격이 가능한 ‘저비용 고효율’ 무기체계다. 김형석 한국대드론산업협회(KADIA) 드론센터장은 “전문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종류는 북한 드론은 10여 종, 수는 500∼600대 또는 300∼1000대까지 다양하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정찰용에서 공격용으로 무인기 시각을 바꿨다는 것으로, 평시에는 정찰용이나 체제 선전용으로, 전시에는 한·미 동맹에 대한 감시정찰과 타격 수단으로 드론을 사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란드의 군용 드론. 바르샤바에 있는 WB일렉트로닉스가 만들고 있으며 국내 도입이 유력하다. WB일렉트로닉스 홈페이지 캡처

◇軍, ‘로템-L’ ‘하피’에 폴란드산 ‘워메이트’ 수입 검토… 국산은 아직 ‘베일’ 속 = 우리가 연내에 폴란드로부터 들여오는 자폭드론은 약 200대, 총 146억 원 규모다. 우리가 폴란드에 K2 전차, K9자주포, FA-50 다목적 전투기 등을 대량판매하고, 이에 따른 절충교역 대상으로 자국산 무인기 구매를 결정한 것. 현재 가장 유력한 수입 기종은 ‘워메이트’로, 지난 3∼6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MSPO 2024’에서 WB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는 신형 ‘워메이트50’을 공개했다. 기존 워메이트 드론에 비해 크게 설계돼 50㎏ 탄두를 싣고 비행할 수 있고, 최대 1000㎞ 거리에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전 모델과 달리 ‘폭발물’ 하나의 페이로드(탑재체)만 갖고 있어 전투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WB일렉트로닉스는 발사대를 통해 이륙하는 드론 기종인 ‘워메이트 TL-R’도 첫선을 보였는데, 무인 자동차 위에 설치되는 이 드론은 발사관을 통과해 날개와 ‘V자형’ 꼬리가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워메이트’는 대당 수천만 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이 무인기로 러시아 핵심 전력들을 대거 타격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 위력이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 중인 무인기 수량은 대략 8000대 안팎으로, 현재 보유한 자폭드론은 참수작전부대로 알려진 육군 특수임무여단에 배치된 ‘로템-L’과 공군의 ‘하피’ 등 극소수다. 나머지 대부분 드론은 북한 장사정포 진지 등을 확인하는 정찰용 무인기다. 지난해 9월 국군의날 기념행진에서 공개됐던 국산 자폭드론도 있지만,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영상 기반의 소형 자폭 무인기 발사기술, 자폭 무인기 발사대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방산업체 대상으로 공고하기도 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ADD가 2016년부터 군사용 자폭드론 개발에 나섰지만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돼 실체를 알기 어렵다”며 “드론작전사령부에 S-2란 이름으로 배치된 자폭드론, S-4란 이름의 튜브발사용 공격 드론 정도만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FPV 드론. 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

대당 41만 ~ 69만원·1인칭 시점(FPV) 정밀공격… 첨단 유도무기 대체 ‘활약’

‘최초 드론 전쟁’ 우크라전서
러 핵심전력 타격, 위력 입증

‘최초의 드론 전면전’으로 불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군이 처음 전쟁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한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자폭드론은 최첨단 유도무기의 훌륭한 대체품으로 활약하며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평가받고 있다.

11일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FPV는 대당 300∼500달러(약 41만∼69만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중량, 1인칭 시점과 원격제어를 통해 최첨단 유도무기 못지않은 정밀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매 순간 상황 판단을 통해 변칙적 공격을 하는 FPV 드론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급은 아니더라도 이미 전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로 떠올랐다.

FPV 드론은 공격 임무가 실패해도 자폭 대신 정찰 임무를 계속 수행하거나 귀환시켜 재정비 후 언제든 재출격할 수 있다. 별도의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그 위력을 보장할 수 없는 첨단무기와 달리 FPV 드론은 14시간의 기본 훈련만 받으면 누구라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러시아군의 주요 방공자산과 전차, 장갑차 등을 타격했고, 일반 보병까지 공격하면서 러시아군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FPV 드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정밀유도무기는 물론 극심한 포탄 부족에 허덕이던 절박함이 있었다. 전쟁 장기화와 서방세계의 군사적 지원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선택한 것이 바로 FPV 드론이다. 정밀유도무기와 포탄이 부족하자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FPV 드론에 수류탄과 급조폭발물(IED)을 장착해 러시아군을 성공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고무된 우크라이나 지휘부는 최전방 전투부대들이 부족한 첨단 유도무기를 대체하는 FPV 드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크루즈 미사일 재고가 부족한 러시아 역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랜싯’ 드론으로 우크라이나군 지상병력을 공격하고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1’과 ‘샤헤드-136’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기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 샤헤드-136의 대당 가격은 2만 달러로 러시아 크루즈 미사일 가격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이란에 샤헤드-136 드론 2400여 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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