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비계만, 옷은 빨아서…'황당 환불' 남 일이 아니다

김민우 기자, 하수민 기자 2024. 9.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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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반품 늪에 빠진 이커머스(下)
[편집자주]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로 10년 만에 13배 성장했고 3년 안에 30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반품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은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 수준을 넘어 손실을 야기하는 경영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커머스 반품 증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대안과 관리 방안을 모색해본다.
"수박 맛없어, 환불해줘" 막무가내…껍데기만 달랑 들고 왔다
/사진=김근수

#지난 3월 '삼겹살데이'를 맞아 대형마트 업계는 비계와 살코기 함량에 만족하지 못할 시 100% 반품·환불을 내걸었다. 삼겹살의 3분의 2가 비계로 구성된 '비계삼겸살'이 논란이 되자 대형마트가 품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같은 조건을 악용해 삼겹살에서 살코기 부분은 다 먹고 비계부분만 일부 남긴채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등장했다.

유통업계의 반품정책을 악용한 이른바 '블랙컨슈머'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모든 유통업계의 숙제다. 특히 신선식품에 대해 유연한 반품정책을 진행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수박을 다먹고 껍데기만 두세개 들고와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설에는 사과와 배의 윗등을 잘라서 차례상에 올랐던 것으로 보이는 과일들을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었다고 한다.

대형마트 업계는 부당한 문제제기로 보이는 이같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전부 환불을 해주고 있다. 상습적으로 환불을 반복하거나 다먹은 상품을 환불하는 등 부당한 환불요구가 일부 있지만 이들을 '블랙컨슈머'로 규정하지 않는다. 블랙컨슈머로 관리할 경우 선량한 소비자가 환불과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과거 '100% 환불 보장' 등 마케팅으로 이용했던 대형마트 업계는 현재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이런 표현을 공식화하지 않는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품질에 만족을 못했다면 환불을 해준다는 게 모든 대형마트의 모토"라며 "삼겹살 같은 경우 비계함량에 대한 만족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듯이 식품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 환불요청이 들어오면 그대로 진행해준다"고 말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도 "신선식품의 경우 공식적으로 환불보장을 내걸지 않아도 고객이 불만족스럽다고 하면 100% 환불을 해주고 있다"며 "그래도 시민의식이 높아진 탓인지 10년 전보다 '황당한' 환불요구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무료반품'을 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홈쇼핑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명백하게 입은 흔적이 남아있는 옷을 반품요청하거나 세탁한 흔적이 있는데도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 명절에는 구입한 한복을 한번 입고 다시 돌려보내는 사례도 흔하다.

C홈쇼핑의 경우 반품 택배비와 상품을 검수하는 양품화비 등을 포함해 반품 1건당 3000원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의류 상품 반품은 1일 의류 주문량의 15% 내외로 접수될 만큼 반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비대면 쇼핑 플랫폼 특성상 여러가지 색상과 사이즈를 한번에 주문하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이즈에 맞지 않는 상품을 돌려보내는 무료 반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탓이다.

C홈쇼핑 관계자는 "무료 반품은 홈쇼핑 업계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장점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일부 부당한 반품, 환불요구가 있기는 하지만 식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은 환불을 진행해준다"고 말했다.

이커머스는 반복적으로 부당한 반품행위를 할 경우 사용제한을 걸기도 한다. 100% 반품 환불을 보장하고 있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비정상적인 반복적인 행태가 감지되면 일반적 환불절차가 아닌 별도의 처리방침을 통해서 반품과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낚시대를 구매하고 폐건전지를 반품한다거나 하는 사례가 있다"며 "비정상적인 행태가 반복적으로 감지되는 사용자의 경우 구매제한을 걸기도 하는데 극히 일부 사례"라고 말했다.

"무료 반품 해줄게" 고객 모시는 이커머스…사회적 비용은 누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없음. 추석을 일주일 앞둔 10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형 이커머스가 '무료 반품' 서비스를 앞세운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품 비용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분산시킬지 관심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무료 반품 서비스 확대가 업계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서비스 비용이 소비자나 판매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 등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무료 반품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경쟁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물류 서비스는 하방 경직성이 높기 때문에 환경 문제가 커진다고 무료 반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이머커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반품 물류량은 늘어날 가능성 높다"면서 "결국 무료 반품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그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는 C커머스 열풍에 이어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이탈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무료 반품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이 백화점 상품을 반품할 때 지출한 배송비 3000원을 SSG머니로 다시 적립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쇼핑도 물류 솔루션 '도착보장'을 이용하는 판매자에게 '반품안심케어'의 사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반품안심케어는 일종의 보험 서비스로,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가 고객의 반품을 받아줄 때 배송비를 건당 7000원까지 보상해 준다. 무료 반품 시스템을 안착시킨 쿠팡 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도 국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반품·환불 문턱을 낮추는 상황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업계가 무료 반품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충성 고객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면서도 "그 프로모션 비용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거나 판매자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는지는 세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무료 반품 정책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중단하기 어렵지만 비용이나 환경 문제가 얽혀있는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라고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절대강자가 없는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무료반품, 무료배송 등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유통업의 당연한 생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면서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라도 반품 관리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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