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내년 의대증원 백지화?…한동훈 말 진실이면 협의체 참여가능"
"'모여서 무슨 얘기인들' 韓 발언 진실성있게 지켜진다면 의사 협의체 못 들어갈 이유 없어"
내년 의대증원엔 "정부 2월 발표부터 위법…백지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제안에 이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론'에까지 "모여서 무슨 얘기인들 못하겠나"라고 '전제조건 없는' 열린 태도를 보이자 의료계 일각에선 "진실성 있게 지켜진다면 의료계 쪽도 (협의체에)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11일 개인 자격으로 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의 전날(10일)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장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협의체에서 해당 논의를 제한해선 안 된단 것이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4월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속 얘기했는데 사실 여당이 관심도 주지 않다가, 이제서야 여당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한 것을 상당히 환영한다"며 "다만 이 협의체가 2025년 증원 원점 재검토·백지화 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아마도 의료계는 어떤 단체도 안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재승 교수는 의대 입학정원(기존 연 3058명) 내년도 증원(1509명)을 지난 2월 결정한 것부터가 불법이고, 이를 백지화해야 1만2000여명의 사직·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복귀할 유인이 생기며, 그동안 현장 의사들이 지적해온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증원된 신입 의대생들조차 휴학 대오에 동참할수도 있다고 내다했다.
방 교수는 "이번 의료사태에 제일 의료계 핵심은 교수도 아니고 의협(대한의사협회)도 아니다. 전공의들인데 지금 제가 받는 느낌은 2025년 증원을 백지화한다고 해도 내년 3월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쪽은 30% 들어오면 많이 들어온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 대표의 기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론'은 대안이 아니었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로 의료붕괴는 내년 3월부터 진짜 시작이다. 군의관·전문의·공중보건의 전부 다 배출이 안 되고 내년 의대생이 진짜 4500명이 되면 7500명을 교육할 수도 없고 교육계도 무너진다"며 "지난 3~4월부터 저희가 계속 말씀드렸지만 응급실부터 (붕괴가)시작됐는데 정부도 국민도 그렇게 저희 말을 듣지 않으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다음 붕괴 시작은 중환자실로 예상한다. 각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중환자 중에 진짜 중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오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대부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며 "(추가로) 급한 응급실 환자가 왔을 때 준중환자실로 올려서 다시 수술을 할 수가 없다"며 전원과 정규수술도 무너진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정규 중환자실에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으니까, 정규 수술을 한 그 환자가 중환자실로 나갈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5학년도 증원을 백지화해도 전공의가 돌아올까 말까인데 그것조차 논의를 안 한다면 안 풀린다는 것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도 방 교수는 "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난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됐는데 내년도 의대 증원을 되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엔 "저는 2000명(증원)을 올해 정부가 발표한 것 자체가 고등교육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 발표는 (법령상) 1년10개월 전 공지를 하게 돼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2월에 2000명을 발표했다. 적어도 2020년 하반기엔 발표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완전히 어기고 정부가 2000명을 먼저 발표하고 의료계 쪽은 계속 '2000명 증원을 고정하지 말고 의사 수 증원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계속 '2000명은 못 건드린다'고 수시원서 접수 때까지 시간 끌기를 했다"며 "정부가 '이만큼 양보했으니 의료계 너희도 양보해야 되잖냐' 하는 건 완전히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방 교수는 내년 의대증원을 백지화할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엔 "저도 3수를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수험생 심정을 잘 알지만 수험생들은 20만명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5000만명이다. 지금 길거리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20만명 때문에 5000만 국민이 희생할 순 없다"고 불가피론을 폈다.
그는 의대 교육환경에 대해서도 "내년 실제로 정부안대로 4500명 신입생이 들어오면 휴학 중인 3000명에 7500명인데 당장 강의실이 없고 실습재료도 없다"며 "제대로 교육할 수가 없는데 제가 진짜 걱정하는 건 새로 들어온 4500명도 또 휴학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체감 후 '이런 환경에서 의사 못 하겠다'는 반응이 잇따를 것이란 예상이다.
나아가 "그리고 정부를 못 믿겠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도저히, 도저히 이 한국 의료와 교육계를 살릴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거듭 "지금 의료사태를 만든 건 힘있는 정부"라며 "2000명이란 얼토당토 않은 (숫자가)법적 근거가 없단 건 고등법원에서 5월에 벌써 나왔다"고 철회를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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