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론' 野 이소영 "진성준 '1% 과세론'은 증시 이해 없는 것"

신민경 2024. 9. 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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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강행 땐 아스팔트 포장 안 하고 통행세 걷는 격"
'금투세 대상자 1% 불과' 주장엔 "증시 이해도 낮다"
"본질은 상법 개정…선행돼야 밸류업도 가능"
이소영 의원.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은 필요하지만, 시기적으로 지금은 적절치 않다"며 금투세 유예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의원은 야당인 민주당에서 대표적인 금투세 유예론자다.

이 의원은 지난 10일 경제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출연해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엉망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지금은 (금투세 도입이) 적절치 않다"며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은 하고 통행세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말 여야는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를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예정대로라면 2025년 1월1일부터 금투세가 시행돼야 하지만 현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론'을 적극 띄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금투세 강행'(보완 후 예정대로 시행)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진성준 당내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대한 반론도 내놓았다. 앞서 진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대상자가 국내 주식투자자 약 1400만명의 1%에 불과하다"며 "금투세 폐지 땐 기득권자들의 카르텔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금투세라는 게 1%에만 부과되므로 99%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은 증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1%가 가진 게 전체 주식의 53%에 해당된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000만원 이상 수익 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주장도 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투자 결정 시 바라보는 기대수익률에는 세금이 당연히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이 세금을 내고도 충분한 수익이 날 만한 시장인가'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로선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단순히 기간만 정해 유예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시 1년, 2년 기간을 정해서 유예하면 그땐 지금보다 수용성이 높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가 공감대를 만들어 어느 정도 시점이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풍성하게 논의하는 게 급선무"라며 "일단 기술적으로, 법적으로는 먼저 유예를 해두되 그 사이 열심히 도로 포장도 하고 그 사이 교통량이 많아지면 재논의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 금투세 법안은 폐기하고 새 정책방향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기존 '(증권)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체계에서 '수익에 부과하는 체계'로 넘어가려면 거래세를 0으로 만들면서 넘어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거래세를 0으로 만들지 못하고 양도세도 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부칙에 2년 미룬 시행일을 담는 방식보다는, 지금 계류된 법안은 포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든 시점에 새로운 법안을 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금투세 관련 당 분위기는 어떤가' 묻는 질문에 "이미 금투세는 여야 합의된 사항이므로 기정의 상태는 '시행'인 것이고 이것을 바꾸려고 하면 여러 토론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유예할 것인가 시행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는 토론이 한 번도 이뤄진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원래 당내 분위기는 비공식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정책위 소속 위원들 위주로 발언이 나가다보니 민주당은 (예정대로 금투세) '시행' 입장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다"며 "요즘에는 다른 의견들도 많이 확산하는 것 같고 당내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겠단 명분으로 '밸류업'을 하겠다고,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하는데 상법 개정을 논하지 않고 밸류업과 금투세 폐지를 얘기하는 것은 '혹세무민'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우리 주식시장만 전근대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나는 것인데 존재하지도 않는 금투세를 갖고 폐지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건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증여세의 경우에도 상속 앞둔 재계가 세금 문제로 주가를 누르는 현상이 있고 이 부담을 줄여주자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데 지배주주가 세금 아까워서 주가 누르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윤리적인가.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우리가 상증세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앞으로 이사회가 이런 장난을 치지 못하게 상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금투세 유예할테니까 정부는 우리가 주장하는 상법 개정 받아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는 24일 민주당은 금투세와 관련해 '다대다' 형식의 공개 토론회를 연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유예 주장을 펴온 이 의원은 불참한다. 이 의원은 "주식시장 이해도 낮은 의원들이 많아 쟁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내부적으로 의원들끼리 의제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는 숙의토론이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하필이면 제가 출장으로 참석이 어려운 시점으로 토론회가 확정돼 발표됐고 실제 당 정책위에서 '(일정을) 조정해서 참여해달라'고 말한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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