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부르고 "샤워할래요"…언성높인 구급대원 경고처분 취소

조수연 2024. 9.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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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7일 오전 7시쯤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B씨가 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지난해 11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에 시달린 구급대원에게 경고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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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경고 처분 철회 촉구 기자회견.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7일 오전 7시쯤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신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천 한 호텔에 있던 신고자 A씨는 "해외에 머물다가 암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지금 열이 많이 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상황실 근무자가 "병원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호텔로 보내주겠다"고 하자 "몸살감기로 사흘 동안 못 씻었는데 샤워할 시간을 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상황실 근무자는 "30분 뒤에 구급차가 호텔에 도착하게 해주겠다"고 했고, 출동 지령을 받은 관할 안전센터 구급차는 A씨가 샤워하는 사이 22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A씨는 구급차가 도착하고 6분 뒤에 객실에서 1층 로비로 내려왔으나 30대 구급대원 B씨로부터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일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불쾌한 마음이 수그러들지 않자 다음 날 오전 "구급대원이 불친절했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인천소방본부는 감찰 조사에 착수했고, B씨는 결국 같은 달 28일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인천소방본부는 "B씨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항상 친절하고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개인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며 "불필요한 민원이 제기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쌓은 공적과 비위 정도 등을 고려해 (서면으로) 경고 처분을 한다"며 "이후 같은 사례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면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구급대원 경고 처분 철회 촉구 기자회견. / 사진=연합뉴스


B씨가 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지난해 11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에 시달린 구급대원에게 경고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경고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119구급대원은 국가직 공무원이지만 인천소방본부가 인천시 산하 기관이어서 처분권자인 인천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씨는 소송에서 "경고 처분을 하면서 사전통지를 안 해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다"며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지장을 받았기 때문에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당시 민원인에게 '다른 응급환자를 위한 출동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그 과정에서 다소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행정1-2부(김원목 부장판사)는 B씨가 인천시장을 상대로 낸 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법원도 행정절차법 위반이라는 B씨 주장을 받아들이고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고 인천시에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소방 공무원에 대한 경고 처분은 행정절차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경우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피고 측은 조사실에서 B씨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말로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 진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경고를 취소하기 때문에 해당 처분이 적절했는지는 추가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천소방본부는 B씨가 이미 지난 2월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상황을 고려해 항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감찰 조사 결과 당시 신고자는 악성 민원인이 아니었고, 30분 지연 출동도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자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절차가 잘못됐지만 경고 처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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