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치매, 한시름 놓겠네”…세계 첫 먹는 치료제 내놓는다는 K스타트업
알츠하이머 치료제 CV-01
동물실험서 치료효과 입증
6월 식약처 임상 승인받아
위고비 못잖은 히트약 될 것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49·사진)는 10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 치매 치료제 개발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국이 먼저 개발에 성공하면 위고비 못지 않은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되어 K-바이오의 입지를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큐어버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CV-01’을 개발 중인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전 인류적 과제로 떠오른 치매는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먹는 약이 없다.
때문에 CV-01이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먹는 치매약’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위고비의 인기 덕에 시가총액이 5700억달러(약 770조원)으로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노보 노디스크 사례가 한국에서 재현되는 것도 꿈은 아니란 평가다.
큐어버스를 이끄는 조 대표는 지난 2012년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설립 당시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2020년까지 신약 발굴 관련 다양한 국책과제 연구를 책임진 연구자 출신 경영인이다. 그는 신약 개발 경험을 살려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202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로 자리를 옮긴 뒤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같은해 10월 큐어버스를 창업했다. 큐어버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약 87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약 2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치매 치료제는 현재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주사제 형태의 항체 치료제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쓰이고 있다. CV-01은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된 항체 치료제와 달리 뇌의 염증을 줄이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저분자(Small molecule)’ 약물이다. 치매 환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조 대표는 “저분자 약물은 항체 치료제 대비 분자의 크기가 훨씬 작은 약물로 뇌를 보호하고 있는 장막을 통과해 원활히 침투하기 쉽다”며 “양산도 기존 항체치료제 대비 쉽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이어 “기존 쓰이는 항체 치료제는 효과를 보는 환자가 30% 정도로 제한적이고 뇌부종 같은 부작용도 있지만 치매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빠르게 승인을 받은 측면도 있다”며 “CV-01이 개발되면 치매 치료제 시장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큐어버스는 먹는 치매약을 기획한지 2년여만에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CV-01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올해 9월부터 내년말까지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건강한 젊은 성인과 노인 11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이 진행된다. 임상 1상은 건강한 사람에게 약을 투여한 뒤 부작용 등을 관찰해 약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절차다.
조 대표는 “CV-01은 치매에 걸리게 설계한 동물모델(쥐)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인지기능 개선 등 충분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약 투여 결과 치매 증상이 완치에 가깝게 회복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기존 약의 적응증상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는 혁신 신약이 2년여만에 임상 승인을 받는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라며 “큐어버스의 치료제 개발 능력과 성공 가능성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큐어버스는 먹는 치매약 CV-01 외에도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CV-02’도 내년말 FDA에 임상계획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CV-02는 간 기능 악화 등 기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의 부작용을 해결한 제품”이라며 “2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추진해 이르면 3년 안에 기업상장(IPO)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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