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안 내고 싶다"...성실하게 냈더니, 기초연금 깎인 노인 60만명
감액 금액 1인당 평균 8만3000원꼴
지난해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 중에서 약 60만명이 국민연금을 받아서 기초연금을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동시 수급자 현황' 자료를 보면, 급속한 고령화로 전체 노인인구가 늘고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노인 규모도 커지면서 기초연금 수급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20년 565만9751명, 2021년 597만3059명, 2022년 623만8798명, 2023년 650만8574명 등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을 받아도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으로 소득 하위 70% 안에 들기만 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동시 수급자는 2020년 238만4106명, 2021년 265만36명, 2022년 290만9733명, 2023년 317만5082명 등으로 매년 늘었다.
하지만 기초연금 제도에는 '기초연금-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감액 장치'가 있어서 일정 금액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이렇게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의 적용을 받아 기초연금을 삭감당한 수급자는 2020년 42만1713명, 2021년 38만9325명, 2022년 48만2479명 등에 이어 2023년 59만1456명으로 60만명에 육박했다.
국민연금 연계 감액으로 기초연금을 온전히 못 받고 깎인 2023년 수급자는 기초연금 전체 수급 노인(650만8574명)의 9.08%, 기초연금-국민연금 동시 수급자(317만5082명)의 18.6%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연계 감액 금액도 2020년 292억4500만원, 2021년 276억1600만원, 2022년 365억1200만원 등에 이어 2023년에는 492억2500만원으로 거의 5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연계 감액 대상자는 1인당 평균 8만3226원꼴로 기초연금을 깎였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과 '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간 평균액)을 고려해 산정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대체로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1.5배) 이상 국민연금을 받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액이 감액된다.
예를 들어 올해 현재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월 33만4814원)의 1.5배인 월 50만2000원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따지면 일반적으로 가입 기간이 11년 이하면 기초연금 전액을 받지만, 가입 기간이 12년을 넘으면 1년씩 길어질수록 기초연금액이 약 1만원씩 줄어든다.
기초연금을 시행하면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기초연금액을 깎는 규정을 만든 것은 전체 연금 수혜 측면에서 공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감액하는 방식을 두고서는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연계 방식이 복잡한 데다 성실한 국민연금 납부자의 불이익이 커져 국민연금 장기 가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공적 연금제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깎는 일이 없도록 이 제도를 폐지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때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 도입됐다. 시행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2018년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오르는 등 금액이 단계적으로 계속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최대 30만원을 주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금씩 오르는데, 올해는 1인당 최대 월 33만4814원(단독가구 기준 최고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기에 소득이 적은 노인의 만족도가 높다.
기초연금은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 만 65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한 달의 한 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기초연금을 받을 자격이 되는데도 신청하지 않으면 제때 받지 못해 그만큼 손해를 본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연령별로 보험료를 차등 인상해 현행 9%→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기존 40%→42%로 상향한다는 개혁안이 도출됐다. 내야할 보험료의 인상률(+4%p)이 받아야할 수급액 상승률(+2%p)보다 크고, 가입자 수와 연계해 수령액을 자동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인구감소 등 영향으로 향후 수급액은 줄어들 수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납부로 형성된 연기금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오로지 100% 정부 재원(세금)으로 마련된다. 그런데 의무가입으로 납부하는 국민연금의 혜택은 축소되는 반면, 소득만을 고려해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인상되는 현 상황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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