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험 손익 감소에도…"보험료 깎아줄게" 유혹하는 손보사들
손보사들 자동차 보험 할인 특약 경쟁
우량고객 확보·전체 보험료 인하 면피
올 상반기 줄어든 자동차보험 손익에도 불구하고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할인 특약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기존에 출시했던 '안전운전 할인 특약' 등의 혜택을 확대하고, '첨단 안전장치 할인 특약' 구간을 새로 만드는 등 보험료 깎아주기 경쟁이 한창이다.
평소 안전한 주행 습관을 준수하는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내년 차보험료 인하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순이익은 3322억원으로 4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동기 5559억원과 비교하면 40.2%(2237억원)나 빠졌다.
올 초 평균 2.5% 수준의 보험료 인하로 상반기 자동차보험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2%(1244억원) 감소한 10조5141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손해율은 올해 상반기 80.2%로 지난해 동기 78%보다 2.2%포인트 올랐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8~80% 안팎으로 손해율이 이보다 높으면 차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손해율은 80%대 중반~90년대 초반을 기록했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지난해 누적 손해율(80.7%)에 근접하는 등 상승 추세가 예년에 비해 가파른 편"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손보사들은 할인 특약을 크게 늘리는 등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겠다"며 판촉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선 업계 선두사 삼성화재는 여러 가족이 자동차를 함께 이용할 때 실제 운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보험 가입자 연령이나 범위를 좁힐 수 있는 '운전자 범위 한정 특약' 구간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부모 2인+자녀' 한정에서 '1인 운전가능자(부모 중 1명 택)+자녀' 한정으로 묶을 수 있게 했다. 차를 모는 부모연령이 35~64세라면 보험료를 기존 대비 9.5% 할인해준다.
DB손보는 다음 달 1일부터 개인의 운전습관과 연계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UBI(Usage Based Insurance) 안전운전 할인 특약 할인율을 확대한다. T맵, 카카오내비를 이용할 경우 신차 기준 최고 할인율이 기존 16.6%에서 18.3%로 상향된다. 네이버 지도 할인율은 20.8%에서 22.4%로 오른다.
현대해상 역시 마찬가지로 내달부터 UBI 안전운전 할인 특약을 업무용까지 확대한다. 무선인터넷 연결 자동차인 커넥티드카의 경우 기준을 충족하면 업무용차도 보험료를 10% 할인해준다. 이달 초부턴 업무용에도 차선이탈 경고장치, 후측방 충돌 경고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를 단 개수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주기로 했다. 기존엔 개인용에만 할인이 적용됐다.
손보사들이 잇달아 할인 특약을 출시하는 건 안전운전이 기본인 우량 고객 및 신계약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대형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85.4%로 전년 말 대비 0.1%포인트 확대됐다.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존 특약을 강화하고 안전운전을 유도해 우량 고객 확보와 손해율 방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전체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손보사들이 할인 특약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경상환자 과잉진료 방지 등 자동차보험 관련 정책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차보험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보험료 인하로 손해율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데다, 여름철 장마와 폭우, 겨울철 폭설 등에 따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추가 보험료 인하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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