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과열 경쟁 자제하라는 금융위…밸류업 ETF는 어떡하지?

최성준 2024. 9.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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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자산운용업계에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등 과열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과 업계가 모여 이익도 안 남는 출혈경쟁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는데 밸류업 ETF에서 운용사끼리 한 판 붙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투자자를 모으려면 수익률 차별화가 필요하기에 보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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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 운용업계에 ETF 베끼기 등 지적
연말 밸류업 ETF 대거 출시 예정…보수 경쟁 불가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최근 자산운용업계에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등 과열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지적이 무색하게 올해 연말 다수 운용사에서 유사 ETF가 출시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보수인하 경쟁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업계에 밸류업 ETF 출시를 부채질하고 있어서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업권 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업권 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산운용업계는 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등 단기적 수익 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운용업계의 ETF 경쟁 과열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운용업계는 당장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보수를 낮추면서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본지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점유율 '양강'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는 ETF가 펀드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관련기사: [ETF 보수경쟁 실체는]①운용사 주머니로 얼마 들어가나(9월 2일)

2023년 자산운용사 ETF 보수 수입 비교

그럼에도 보수 인하 경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운용역의 능력과 관계없이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패시브 펀드가 많기 때문이다. 기초지수가 같거나 유사하다면 ETF의 차별화는 결국 비용에서 결정된다.

실제로 출혈경쟁 문제가 나타난 ETF의 대부분이 기초지수가 같거나, 유사한 성격을 가진 상품이다. 운용업계에서도 다른 곳에서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분배 주기(분기→월), 분배 시기(매달 말일→15일) 등을 바꾸기도 하지만 액티브 ETF가 아닌 이상 패시브 ETF에서 투자자의 선호는 저보수 상품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다수의 운용사에서 연내 밸류업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발표할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의 성과와 ETF로 상장할 때의 사업성 등을 판단하기 전에 이미 대형 자산운용사는 상품의 출시를 반강제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앞서 금융위와 대통령실은 밸류업 안착을 위해 올해 4분기 중 ETF 출시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TF를 상장하는 주체는 자산운용사임에도 당국이 먼저 밸류업 ETF 출시를 공표한 셈인데 사실상 운용사의 ETF 참여를 부추기는 말이나 다름없다.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운용업계는 "밸류업 기업, 밸류업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속히 출시하는 등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현재 ETF 시장점유율 상위회사인 △삼성운용 △미래에셋운용 △KB운용 △한투운용 △신한운용 △키움운용 △한화운용이 밸류업 ETF 출시를 계획한 상태다.

운용업계에서는 당연하게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 ETF가 다수 상장하는 데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이 지적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정작 당국에 의해 이어질 상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베끼기 ETF를 자제하라고 했지만 연말에는 이미 10여 개의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나올 예정"이라며 "다른 운용사가 낸 상품을 쓱 베껴서 내는 것과 발단은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보수를 낮추고,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불필요한 경쟁이 일어나는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과 업계가 모여 이익도 안 남는 출혈경쟁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는데 밸류업 ETF에서 운용사끼리 한 판 붙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투자자를 모으려면 수익률 차별화가 필요하기에 보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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