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 애매해? 둘 다 사봐"…그 반품은 진짜 공짜였을까
[편집자주]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로 10년 만에 13배 성장했고 3년 안에 30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반품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은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 수준을 넘어 손실을 야기하는 경영 리스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커머스 반품 증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대안과 관리 방안을 모색해본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반품 규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쿠팡, 네이버 등 대형 이커머스와 홈쇼핑 업체가 '무료 반품' 서비스를 강화하고,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도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반품 절차를 간소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의 반품 처리 비용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10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택배 물류 물동량 통계 등을 분석해 반품 처리 비용을 추정한 결과 지난해만 약 4조5000억원 이상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산정방식은 국내 연간 택배시장규모를 고려해 이용자의 1인당 평균 반품 비율과 비용을 반영했다. 지난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한국통합물류협회, 통계청 자료 등을 토대로 국내 택배시장 규모를 추산한 결과 2022년은 41억2394만건, 2023년은 1~8월 합산 기준 31억1766만건으로 집계됐다.
쿠팡은 지난 4월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 월 구독료를 7890원으로 인상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와우 회원은 무료 반품 비용으로 연간 16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는 회원 1인당 연평균 반품 횟수를 32회로 보고, 1회당 반품비 5000원(비회원 기준)을 적용한 결과다.
쿠팡은 민홍철 의원실이 공개한 택배 물류 통계를 재가공해서 2023년 택배 물량(46억7647만건)을 추정했다. 이를 그해 경제활동인구(2920만명)로 나눠 1인당 연간 택배 물량을 160회로 판단했다. 여기에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가 발표한 이커머스 반품률 추정치 20%를 반영해 연평균 반품 횟수를 산출했다.
쿠팡의 반품 비용 산출 공식을 역산하면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에서 약 9억3500만개의 반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반품 비용은 4조6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쿠팡의 와우 회원 1400만명 기준으로는 2조2000억원대 반품 처리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반품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2018년 업계 첫 무료 반품 서비스를 도입한 쿠팡이 소비자에게 반품 비용을 청구하는 오픈마켓에 주력하는 업체보다 반품률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품목별로는 의류, 신발 등 패션잡화 반품률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발, 의류 제품군은 반품률이 30% 이상인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반품 물량이 늘어날수록 이커머스 업체의 비용 부담은 커진다. 추가 물류비가 투입될 뿐만 아니라 재입고된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 위한 검수 및 양품화 비용까지 더해져서다. 현재 반품 처리에 따른 비용은 재무제표상 판매관리비에 반영되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특성상 언제까지 영업손실을 떠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최근 국내 이커머스 매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연간 국내 택배 물동량은 이미 50억건을 넘어섰다"며 "쿠팡과 네이버 외에도 무료 반품 서비스를 시행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반품 규모와 처리 비용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로켓배송을 자주 이용하는 40대 김 모 씨는 의류와 신발을 구매할 때 비슷한 사이즈를 2개씩 골라서 주문한다. 오프라인 매장처럼 입어볼 수 없는 이커머스 특성상 딱 맞는 옷을 한 번에 고르기 쉽지 않아서다. 그는 "신발이나 티셔츠는 브랜드별로 사이즈가 달라 하나만 고르면 잘 안 맞는 경우도 있다"며 "쿠팡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다른 사이즈로 2개 주문하고 잘 안 맞는 제품은 반품한다"고 했다.
고객이 반품 요청한 상품은 어떻게 처리될까.
쿠팡은 고객이 반품한 제품을 배송 직원이 수거해 수도권에 위치한 반품 전용 물류센터로 옮긴다. 회수한 상품은 전담 직원이 직접 검수해서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외부 포장에 경미한 손상만 있는 새 상품은 '미개봉', 상품을 개봉했지만, 사용감이 없는 제품은 '최상', 상품 개봉 후 사용해 작은 흠집이 있지만 정상 제품이라면 '상', 상품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작은 흠집이 있거나 일부 구성품이 누락됐거나 교체 가능성이 있다면 '중'으로 판단한다.
쿠팡에는 반품 제품을 재판매하는 '반품 마켓' 코너가 따로 있다. 가전, 의류, 신발,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 제품별로 세부 등급이 표기돼 있다. 할인율은 제품 상태, 반입 시점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새 상품과 거의 동일한 상태인 경우 10% 내외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중' 등급 제품 중 재고 소진 처리 기간이 길어진 경우 80~90% 할인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반품 마켓도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로켓배송과 30일 이내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법상 반품 허용 기간(통상 7일)보다 완화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일상 용품이 아닌 계란, 우유, 육류 등 신선식품은 소비자가 반품을 신청해도 회수하지 않는다. 상품 훼손 등 사유가 명확하면 환불 조치하되, 해당 상품은 소비자가 자체 폐기하도록 안내한다.
쿠팡처럼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쇼핑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제품 처리 절차를 거친다. 각 사별로 자체 검수 시스템을 운영해 최대한 재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걸러낸다. 이 과정에서 실제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물류비 이상 투입되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품 택배비, 검수 후 양품화 비용 등을 고려하면 반품 1건당 약 8000원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1만원 이하 저가 상품의 환불 요구 시 별도 회수 절차 없이 소비자 폐기 요청과 함께 환불 조치하는 것도 결국 비용 문제 때문이다. 회수 비용이 제품 판매 이익보다 크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보다 자금력이 월등한 알리도 막대한 영업손실을 야기하는 '무제한 환불' 정책은 지양하는 추세다. 최근 초저가 제품을 제외한 일반 상품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와 '반품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반품 요청이 들어오면 AI 시스템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할 테니 구매한 제품을 그냥 사용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소비자 의향을 묻는 식이다.
동남아 시장 1위 이커머스 쇼피는 최근 국내 시장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는데 반품으로 환불 처리된 상품 가격의 50%를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분산한다. G마켓, 11번가 등 제3판매자의 오픈마켓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소비자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을 청구하면 관련 택배비를 청구한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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