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성장 저해”···국제결제은행의 경고

김세훈 기자 2024. 9. 1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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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과거 부채가 성장을 촉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영향보다 커지는 국면이 됐다는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발표한 정례보고서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BIS는 2000년대 초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돼 신흥국에서 민간신용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분석했다. 민간 신용은 금융 기관을 제외한 기업, 가계 등 민간 비금융부문의 부채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2000년 이후 1.3배 이상 늘었고, 중국에서는 2배 이상 늘었다.

민간신용 증가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부채가 늘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실물자산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신용 증가만으로 성장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부채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BIS는 강조했다. 부채와 성장의 관계가 처음에는 정비례하다가 어느순간 반비례로 돌아서는 ‘역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BIS는 “한국과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 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했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BIS 기준)에 달한다. 이중 가계부채가 100.5%, 기업부채가 122.3%이다.

BIS는 제조업 등 다른 업종에서 건설·부동산업으로 신용이 옮겨가는 현상도 주목했다. 건설·부동산업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 대출 쏠림이 성장에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더 많이 증가한 국가일수록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 감소가 더 컸다.

BIS는 “역 U자형 관계는 고정적이지 않다”며 “정책 대응을 통해 민간 신용의 성장에 대한 역 U자형 관계는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BIS의 경고는 최근 통화정책에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위험을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한국은행 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손쉽게 경제를 이끌어오던 과거 정책 대응을 지적하며 “그런 고리는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고도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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