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보영 "상받고 운 것, 처음이에요..'청룡'은 응원의 의미"(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문지연 2024. 9. 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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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주연상 박보영 사내=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24.08.19

'레전드 수상소감'을 남긴 주인공 박보영(34)의 여우주연상은 감동 그 자체였다. "너무 부끄러워서 그날의 영상을 다시 보지 못한다"던 그였지만, 박보영의 수상소감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면서 많은 이들을 울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는 여러모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처음으로 정신병동이라는 공간을 드라마의 주무대로 가져온 시도도 새로웠고, 주인공인 다은(박보영)이 실제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모습까지 그려내면서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한 작품 내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박보영이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극찬과 함께 여우주연상을 선사했다.

시상식 당일 레전드 수상소감도 화제였다. 박보영은 눈물을 쏟으며 마이크 앞에 선 뒤 떨리는 목소리로 "혹시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시면 좋겠다"고 말해 많은 이들을 울렸다. 박보영은 시상식 당일을 돌아보면서 "너무 부끄러워서 나도 내 수상소감을 다시 못 보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주셔서는 '나 정말 눈물이 찔끔 났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내가 소감을 말했을 때 그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날 예상을 정말 못해서 너무 당황했다. 떨면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다행히도 작품을 했을 때의 그 마음이 생각나서 '이러려고 했었지'하는 마음으로 얘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을 받고 눈물을 보인 것도 처음이었다. "상을 받고 울었던 것이 내 기억에는 처음이었다. 벅찼다. '정신아'는 나에게도 의미가 컸던 작품이었고, 다은이라는 역할도 내게는 큰 의미가 있어서 조금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끼리는 '작품 좋은데, 많이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축하한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었다. 단톡방에서도 (이)이담이가 '보영 언니와 (노)재원 오빠 올랐다'고 바로 올리더라. 욕심을 부리자면 상을 받으면 좋지만, 후보에 오른 게 너무 좋다고 했었다. 사실 내 상도 컸지만, 작품상이 나에게는 너무 큰 의미였다.(웃음)"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주연상 박보영 사내=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24.08.19

실제로 '정신아'는 박보영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준 작품이 됐다. 그동안 숨기기에 급급했던 마음 속의 병환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 실제로 '정신아'를 시청한 이들이 박보영에게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았다. 박보영은 "나도 다은이에게 공감을 했던 것이, 다은이 대사 중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가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라'는 게 있는데, '근데 그렇게 얘기해서 그 사람이 싫어하면 어떡하나'라고 한다. 그게 엄청나게 공감이 됐다. 나도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엔 그게 좋아졌다. 또 칭찬일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사실 스스로를 칭찬하지 못했고, 누가 칭찬하는 것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그냥 하는 말이구나' 했었고, 스스로에 대해 의심도 많이 하고 스스로에게 박하기도 했는데, 다은이를 하면서 나에게 칭찬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칭찬일기를 써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주연상 박보영 사내=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24.08.19

'과속스캔들'부터 '늑대소년', '피끓는 청춘',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그리고 '정신아'에 이르기까지 박보영의 연기는 늘 도전이었고 변신이었다. 박보영은 "욕심을 부리고는 있는데, 잘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을 주신 것을 보니 잘 가고 있다고 해주시는 것 같아서 용기를 내 좀 더 잘 나아가 보려고 한다"면서 "그래서 '청룡' 트로피는 나에게 큰 의미다.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응원 같은, '지금처럼 잘 가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늘 내가 연기를 해가면서 '이게 맞는 건가, 이 시도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응원의 마음이 참 큰 것 같다. 지금은 잘 받아들이면서 나아가고 있다. 상을 받고는 또 나에 대한 칭찬이 잘 안 되더라. 이 작품의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놓치지 않은 내 자신에게 칭찬 말이다. 이 작품과 다은이를 놓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칭찬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2006년 데뷔해 내년이면 데뷔 20년차를 맞이하는 그다. 또 2009년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과속스캔들'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후 올해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신인여우상을 받고 참 맹랑한 수상소감을 했었다"면서 웃은 박보영은 "이제 20년차,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참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나를 믿고 잘 가면 될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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