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변화 늦고 세대교체 시도는 아직…'갈 길 먼 홍명보호'
(무스카트[오만]=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홍명보호가 오만전 진땀승으로 첫 A매치 기간을 웃으며 마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월 A매치 기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냈다.
'약체' 팔레스타인과 홈 1차전에서 0-0 충격의 무승부에 그쳐 가뜩이나 대한축구협회에 실망한 팬들의 분노를 키웠으나 11일 끝난 오만과의 2차전 원정 경기에선 3-1 승리를 거두며 처음 승점 3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홍명보호가 우여곡절 끝에 첫 승리를 거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은 대륙 최고의 팀들이 경쟁하는 무대다.
다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술과 경기 내용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사용하는 4-2-3-1 전술을 들고나왔다.
팔레스타인전과 전열은 비슷했지만, 선발 명단에서 선수가 다섯 명이나 바뀌었고, 전술적으로는 더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홍 감독은 오세훈(마치다)을 최전방에 놓고 2선에는 왼쪽부터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배치했다.
이들이 되도록 중앙에서 밀집하며 포진하고 좌우 풀백인 이명재(울산), 설영우(즈베즈다)가 높은 위치까지 공격 가담토록 했다.
황희찬이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중반부터는 오만이 주도권을 잡고 한국 진영을 괴롭혔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상대를 잘못 읽는 실수가 한국이 주도권을 경기 중반 잃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박찬하 위원은 "한국의 공격 형태는 오만이 밀집수비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한 거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오만은 밀집수비를 하는 팀이 아니었고, 우리 풀백의 과도한 전진은 상대의 측면 공격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전반 중반부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던 한국은 전반 막판 동점 골을 내줬다.
오만 우위의 흐름은 후반 중반까지 이어졌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오만이 실점한 다음에 더 많이 밀고 올라왔는데, 결국 후반 초반까지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홍 감독의 전술 변화가 늦었던 점을 지적했다.
홍 감독이 첫 교체 카드를 쓴 시점은 후반 23분이었다.
오세훈, 설영우 대신 이재성(마인츠), 황문기(강원)를 넣고 상대 압박에 고전하던 박용우(알아인)를 아래로 내려 김민재(뮌헨), 정승현(알와슬)과 스리백을 형성토록 했다.
이후 다시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손흥민의 결승 골로 승기를 잡는다.
막판 다시 4-2-3-1 전술로 돌아가며 안정을 꾀한 한국은 추가시간 주민규(울산)의 쐐기포로 3-1 승리를 매조진다.
전술 변화의 방향성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다만, 변화의 시점이 일렀다면 더 수월하게 승리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승패와 별개로 이번 2연전 중 세대교체를 위한 실험을 거의 해 보지 못한 점도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K리그를 주름잡는 '영건' 양민혁(강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K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미드필더인 정호연(광주) 등이 이번 2연전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현재 한국은 선발 평균 연령이 30세에 육박하는 '노령 팀'이다.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대교체가 시급한 시점이다.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등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 베테랑을 위해서라도 세대교체는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박문성 위원은 "대표팀의 경기력이 고르지 못한 건 주축 선수를 '갈아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한국과 중동을 오가느라 힘겨운 3차 예선 일정 속에서 주축 선수들을 계속 풀타임 뛰게 하면 컨디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감독이 바뀐 지 얼마 안 됐으니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배준호(스토크시티), 양민혁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 선수들의 뒤를 어느 정도 받쳐줄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하 위원도 "미래에 잘 뛸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한편, 플랜 A도 빨리 정해야 한다"면서 "내용, 결과에 미래를 향한 기대, 희망까지 팬들에게 다 안겨줘도 홍 감독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돌아설까 말까다"라고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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