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尹, 지지율 반등 조짐이 없다…“추석 밥상에 의료대란‧고물가 오를 것”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없다…‘오만과 불통’ 변화 있어야 지지율 반등”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30%선이 무너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 불참 등으로 협치 의지를 보이지 않은 데다 추석을 앞두고 의료대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권 내에서조차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 한 지지율 회복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6일(9월1주차) 전국 18세 이상 2508명에게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를 물은 결과 긍정 29.9%, 부정 66.1%였다. 지난주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4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며 0.3%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30% 선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지지율에서 드러나는 윤 대통령이 처한 위기는 복합적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경제 상황과 의료대란 위기 등의 상황에 대한 대통령실의 명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터져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 나서 여러 현안에 대한 설명을 한 이후 지지율이 더 떨어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29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브리핑에서 의료개혁과 친일 논란, 채해병 특검, 당정관계 등에 대해 설명했지만 국민이 직면한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대통령실의 말바꾸기를 중단해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지난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화답하며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을 고수하던 대통령실이 한 발 물러서자, 마침내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루 만에 재논의 조건을 제시한 것을 두고 정부가 협의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지난 8일에는 다시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갖고 오면 무슨 안이든 논의할 수 있다는"는 애매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여야는 물론 의료계까지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당정이 힘을 합쳐 의료대란 위기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친한계를 제외한 대통령 만찬 등으로 당정 갈등을 이어가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여당 수도권 중진 의원들을 몇몇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2시간가량 '번개 모임'을 가졌다. 만찬에는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선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 갈등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정 갈등이 또 다시 노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친한계 인사들은 겉으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위한 실무에 집중하는 중이라 당정 관계에 파열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국민의힘 핵심 인사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번개모임은 늘상 있었으니 당정갈등이라 볼 수 없다. 한 대표와의 만찬 일정도 추석 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그 타이밍에 굳이 친한계 인사를 배제한 모임을 가졌다는 자체가 당정 간의 불협화음이 재차 불거지는 모양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추석 밥상 소재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원망과 비판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간 사람들은 전국 민심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인사,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판단, 친일파 논란, 고물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추석 이후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없다"면서 "의정갈등 문제도 용산에서 '뭐든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속내도 그런지, 추석이 다가오며 위기감이 커지니 겉으로만 대화에 응하자는 것인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논란, 대통령의 오만‧불통 이미지 변화 등이 없이는 대통령 지지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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