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강현기 DB금투 파트장 "지금은 약세장 초입…금리인하 후 본격 하락"
"9월 FOMC 금리 인하하면 주가에 경기부진 본격 반영…현금이 최고 상책"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진행된 미국 고용시장 모멘텀 둔화를 고려할 경우 미 주식시장의 적정 수준은 현재와 다를 것으로 추정한다."(5월27일)
"상식의 관점에서 현재의 주식시장은 적정한가?"(6월17일)
"미국에서 고용시장 모멘텀 약화가 시작되고 있기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6월24일)
16년차 베테랑 애널리스트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올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중 가장 먼저, 강하게 주식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던 7월 초에는 "'삼의 법칙' 지표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알리는 경계선인 0.5%포인트에 근접했다"며 하반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주가 하락을 예견한 덕분에 최근 여기저기서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는 그는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약세장, 베어마켓 초입"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반등하는 '베어마켓 랠리'가 찾아올 순 있으나,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동안에는 주식시장도 이에 따라 추세적으로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다음은 강 파트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시장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 경기 부진은 꽤 진척돼 있으며 이를 주식시장이 뒤늦게 반영하고 있다. 지난 1년 7개월간 콘퍼런스보드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주식시장은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경기 부진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되며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데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겠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지표로 보면 미국 경제는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것 같다. 최근 발표된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3% 증가했는데 침체라고 하기엔 너무 높은 것 아닌가.
▲ 일반적으로 경제 연착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향후 경기 반등의 가능성이 존재해야 하고, 다음으로 중앙은행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경기는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 경기 부진은 팬데믹 이후 과도했던 부양책의 부정적 영향 때문이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미국 연준에 의해 무제한 양적완화가 시행됐으며 미 행정부는 가계에 현금을 직접 공급했다. 이에 따라 과잉 수요가 창출됐다. 부풀려진 수요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에도 적극성을 갖게 했다. 다만 부양책의 영향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수요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래를 준비해 왔던 기업들의 움직임 역시 오류를 정정하며 하향 수정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최근 하락하는 모습과 부양책 경로가 동일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 연준의 금리 정책 역시 오류가 있었을 여지가 존재한다. 그동안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강건한 미국 고용시장을 누그러뜨려야 하며 이를 위하여 고금리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다만 지난달 21일 미국 노동부의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데이터 수정 발표에서도 나타났듯이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고용시장은 뜨겁지 않았다. 연준이 미국 고용시장의 온도를 잘못 측정했다면, 지난 기간의 금리 정책 역시 오류였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는 선제적 금리 인하와 거리가 있다. 따라서 경기 부진은 향후로도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경기가 하락을 시작할 땐 우선적으로 봐야 하는 지표는 선행지수 계열인데, GDP는 동행지수다.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은 뒤 저녁 식사를 하듯 선행지수가 내려간 다음에 동행지수도 약해진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의 3분기 GDP는 2.5%인데 여기서도 이미 경기 둔화가 묻어나고 있다.
-- 시장이 지속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되나.
▲ 통상 경기 부진이 나타나면 금리가 인하되는 동안 주식시장이 하락했다. 연준은 경기 부진이 진행될 경우 실질금리를 '0'(제로) 이하로 만들었다. 현재 미국의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는 2.6%다. 이러한 실질금리가 '0'에 이를 때까지 주식시장이 내려갈 수 있다.
-- 코스피 '바닥'은 어디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보나. 또 바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을 봐야 하나.
▲ IT버블 붕괴 당시 한국시장은 바닥이 주가순자산비율(PBR) 0.75배 부분에서 형성됐다. 이걸 지금 환산해서 보면 2,100포인트 정도다. 이 정도면 더 못 내려가고 옆으로 기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 같다.
단, 하단 포인트에 중요성을 두기보다는 금리 인하기 동안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금리와 주가가 동반 하락할 때는 금리가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주식시장 역시 바닥을 형성한다. 이런 현상은 경제주체의 대출 행태와 관련이 있다. 경제주체는 경기가 부진하다면 금리가 인하돼도 당장 대출을 하지 않는다. 지금 대출을 해도 양호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대상물이 마땅하지 않고 조금 더 기다리면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금리가 저점이라는 생각이 들면 경제주체는 그때부터 대출을 일으킨다. 이 시기에 주식시장도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시작한다.
--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I에 대한 빅테크들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며 '피크아웃' 추세를 보일까.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위험하다며 AI 투자를 이어나갈 거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 미래를 바꿀만한 혁신 기술에 의한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더라도 현실 경기가 부진하면 이와 같은 산출물을 소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혁신 기술 관련 주식이 하락하게 된다. '닷컴 버블' 당시를 예로 들면, 인터넷은 2000년대 초반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현실 경기가 부진해지자 닷컴 관련 주식은 하락했다. 현실 경기가 부진해지면 IT 기술에 의한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돼도 이를 소화해 줄 수 있는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를 목도한 경제주체가 IT 기술로의 전환 속도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자 관련주가 하락했다. 이러한 논리는 현재의 AI 기술에도 여실히 적용된다. AI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거다. 하지만 현실 경기가 부진한 지금 AI 관련주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 9월 FOMC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텐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부진으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하락하기 시작해도 주식시장은 이를 즉각 반영하지 않고 일정 기간 상승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경기 부진에 대한 증거가 뚜렷해지며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주식시장은 이미 꽤 진행된 펀더멘탈 하락을 급하게 반영했다. IT 버블 붕괴 전후 당시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2000년 4월부터 하락했지만, 주식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2001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했다. 금융위기 전후를 봐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2006년 3월부터 하락했지만, 주식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2007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했다. 이번 역시 동일한 틀에서 볼 수 있다. 올해 9월 FOMC부터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굳어지면서부터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후 주식시장은 그동안 미뤄왔던 펀더멘털 하락을 본격적으로 반영해 갈 것이다.
-- 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 추가 청산 가능성은 있지만 주식시장의 메인 이벤트는 아니다. 선후관계를 봤을 때 기술주가 하락해서 청산이 이뤄진 거지, 일본에서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일본 쪽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을지라도 투자해서 많이 벌면 청산을 안 하더라. 마이너스통장 뚫어놓고 금리가 점점 높아지는 시기라도 투자수익률이 충분하면 거둬들이진 않는다. 그런데 만약 투자 대상물에서 크게 문제가 발생하면,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청산을 해버린다. 엔 케리 트레이드는 여러 현상 중 결과지 원인으로 보기는 부족하다.
-- 채권은 이미 최소 3∼4차례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에서도 채권을 사야 하나? 만약 고점에 물려 있는 주식 투자자라면 앞으로 투자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나.
▲ 국채 장기물은 실질금리가 '0'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까지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자산시장 전체로 보면 국채 장기물을 추천한다. 다만 한국 투자자가 미국채에 투자할 경우 환 헤지를 하시는 것을 권한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식 투자 전략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절대 수익률 관점에서는 주식시장 자체를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금화가 가장 좋은 선택이다. 상대 수익률 관점에서는 배당주를 추천한다. 금리가 인하될 때 배당주의 상대 성과가 양호했다. 다만 이것은 상대 수익률 관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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