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 비틀쥬스-스스로 장르가 된 팀 버튼이 만든 36년 만의 속편[시네프리뷰]
팀 버튼의 영화는 그 자신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말했다. 본인도 그런 저간의 평가를 의식하는 듯싶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수많은 부분에서 <비틀쥬스>를 모방한다.
제목: 비틀쥬스 비틀쥬스(Beetlejuice Beetlejuic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4분
장르: 코미디, 판타지, 공포
감독: 팀 버튼
출연: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제나 오르테가, 모니카 벨루치, 윌렘 데포, 저스틴 서룩스
개봉: 2024년 9월 4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크리스티나 리치 이외에 다른 웬즈데이는 앞으로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팀 버튼이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를 보기 전까지는. 시즌 2도 팀 버튼이 연출한다는데 아마도 이 넷플릭스 스핀오프를 통해 ‘아담스 패밀리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제나 오르테가 말고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웬즈데이를 상상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36년 만의 <비틀쥬스> 속편’ 제작 소식을 알게 된 건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접한 <비틀쥬스 비틀쥬스> 예고편 덕분이었다. 세상에나, 그대로다. 전작의 아담과 바바라 부부가 사고로 사망하는 마을 초입의 다리가 그대로 나온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로질러 가는 10대 소녀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 분)의 엄마가 36년 전 <비틀쥬스>에서 새로 이사 온 디츠 부부의 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 분)라니! 모전여전(母傳女傳)이랄까, 아스트리드의 휴대전화에는 엄마 리디아가 ‘엄마라고 주장하는 사람(alleged Mom)’이라고 저장돼 있다. 전작에서 리디아의 어머니 딜리아(캐서린 오하라 분)는 계모였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리디아와 아스트리드 모녀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원작 설정을 그대로 잇는 36년 만의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리디아는 케이블TV의 심야공포쇼 진행자다. 전작을 회상해보면 디츠 가족 중에선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였다. 영매 기질이 있으니 그 재능을 살려 업으로 삼은 셈이다. 리디아나 아스트리드는 오랫동안 고향 마을을 떠나 있었는데 사건이 벌어진다.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가 비행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정확히는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았다가 상어에게 당했지만.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고향 마을로 돌아온 모녀는 다락방에 아담과 바바라 부부가 만들어 놓았던 마을 미니어처를 발견한다. 전작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미니어처 마을 안엔 자칭 바이오 엑소시스트 전문가, 그러니까 귀신들린 집에 이사 온 인간들을 쫓아내는 능력자 ‘비틀쥬스’가 살고 있다. 비틀쥬스가 현생에 출몰하는 방법은 ‘캔디맨’처럼 그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된다. 아스트리드가 모종의 사고로 사후세계로 끌려가 버리자 전작에서 비틀쥬스와 결혼할 뻔했던 리디아는 할 수 없이 그의 이름을 세 번 불러 그를 불러낸다. 36년 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는 비틀쥬스는 결혼을 조건으로 리디아를 도우러 나선다.
36년 만의 속편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 비틀쥬스를 맡은 배우 마이클 키튼이 1951년생이니 이제 73세다. 찰스 역의 제프리 존스는 불미스러운 사고로 영화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전작의 주인공인 유령남편 아담 역의 알렉 볼드윈도 2021년 영화 촬영 중 벌어진 총기 오발 사고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사후세계 법칙’에 지박령은 125년을 꼬박 해당 집에 눌러살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아담과 바바라 부부의 역할은 어떻게 처리할까 관심이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찰스는 상어에 상반신을 먹혀 가슴 아래 쪽만 출연하고, 아담과 바바라 부부는 좋은 곳을 찾아 떠났다고 어물쩍 넘어간다.
팀 버튼 연출 스타일, 셀프 모방?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할 만한 고유의 스타일,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출발점이 됐다. 이 영화에서 비틀쥬스 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은 언젠가 비틀쥬스가 내뱉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로 연기를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했는데도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뮤지컬로도 제작돼 한국에서도 상연되기도 했다.
앞서 팀 버튼의 영화는 그 자신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말했다. 본인도 그런 저간의 평가를 의식하는 듯싶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많은 부분에서 <비틀쥬스>를 모방한다. 영화 <화성침공>(1996)에서 ‘껌 씹는 외계인’ 역으로 그의 당시 연인 리사 마리가 나온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모니카 벨루치가 비틀쥬스의 전 부인 델로레스 역으로 나와 저세상 유령들의 정기를 흡기하며 돌아다닌다. 찾아보면 이 영화가 연출되던 시기인 2023년 모니카 벨루치와 팀버튼이 열애에 빠졌다는 미국 연예가 가십보도가 나온다.
여러 차례 제작된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의 웬즈데이
앞서 베리 소넨필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리즈 <아담스 패밀리>의 딸 ‘웬즈데이’를 거론했는데, 원작은 미국 만화가 찰스 아담스가 1930년대 신문 뉴요커에 연재하던 만화다. 이게 TV 코미디 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영된 것은 1964년부터 2년간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앞서 크리스티나 리치가 웬즈데이 아담스 역으로 출연한 1991년과 1993년 영화다.
생각해보면 인터넷 시대엔 크리스티나 리치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쯤 인터넷 밈으로 흥한 ‘쳐 웃지마 니 얘기야’ 밈의 원본이 이 1960년대 TV 드라마 버전의 <아담스 패밀리>의 웬즈데이다(사진·일부 사이트에 보면 이 ‘짤’의 출처가 <오즈의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는데 잘못된 정보다).
사진 속 웬즈데이는 자신의 손으로 목을 자르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산타클로스의 실존 여부를 두고 아담 가족이 대화하는 장면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버지 고메즈와 엄마 모티시아가 산타클로스는 “진짜 있다”라고 말하자 웬즈데이는 마리 앙투아네트 인형을 선물로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단두대로 목을 자르게요”라며 그 유명한 동작을 한다.
드라마에서 1대 웬즈데이 역을 맡은 배우는 리사 로링으로 1958년생이었으니 열 살이 안 된 상태로 해당 배역을 소화했다. 결혼도 빨랐다. 1973년 15세에 결혼해 딸을 낳았고, 2023년 64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총 네 번 결혼했다.
11세에 웬즈데이 역을 맡았던 크리스티나 리치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슬리피 할로우>(1999)에도 출연했는데, <엑소시스트>(1973)에서 리건 역을 맡았던 린다 블레어처럼 ‘아역배우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비록 몽상 장면이지만 이번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출산 장면까지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는 2002년생이다.
팀 버튼이 연출해 꽤 성공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 2는 촬영 중으로 오는 11월에 제작 완료 예정이다. 팀 버튼이 연출할 다음 영화는 <50피트 여인의 습격>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1958년 제작된 동명 SF영화의 리메이크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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