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빌런’ 오명 벗는다…비철금속 3사 ‘3색 전략’
[비즈니스 포커스]
고려아연·영풍·LS MnM 등 비철금속 기업들이 친환경 전략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강력한 규제를 시사했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ESG는 선택 영역이 아니라 의무화 및 규제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SG 경영이 기업 생존과 직결된 화두가 되면서 온실가스 다(多)배출 산업인 비철금속업계도 관련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ESG 경영 강화에…3사 모두 3년간 배출량 감소
한경비즈니스가 고려아연·영풍·LS MnM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3사의 스코프1(직접배출)과 스코프2(간접배출) 합산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3년간 감소 추세다.
생산량이 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나는 구조지만 환경설비 확충에 지속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전반적으로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과 비교하면 고려아연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327만7964tCO2eq(이산화탄소 환산 톤)으로 전년(345만416tCO2eq) 대비 약 5% 감소했다. LS MnM은 50만8660tCO2eq으로 전년(53만1316tCO2eq) 대비 4.26%가량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영풍은 107만2322tCO2eq에서 110만9765tCO2eq으로 3.49% 증가했다. 지난해 석포제련소 가동률이 80%로 감소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폭 증가한 것은 가동률 하락에 따른 실적 감소로 신규 설비 투자 규모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ESG 경영 기반 구축이 상대적으로 늦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은 올해 6월 ESG 전담조직인 지속가능경영팀을 신설하고 7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 발간한 바 있다.
고려아연, 신재생에너지로 제련소 돌리고 비용도 절감
고려아연은 2030년까지 주요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측정 및 감축해 2050년까지 저탄소 및 무탄소 메탈을 생산하는 ‘그린 메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주요 생산제품의 전 생애주기(LCA)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최소화해 4단계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저탄소 그린 메탈 생산을 목표로 글로벌 환경규제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아연, 은, 동에 대해 PAS2050 기준의 전과정평가(LCA) 기반의 탄소발자국 산정을 완료하고 카본 트러스트의 PCF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는 연, 금, 반도체 황산까지 인증을 확대한다. 2026년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도 전과정평가 기반의 탄소배출량을 산정해 향후 실제 배출량을 기준으로 그 정밀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제련소는 공정상 전력 소비가 크기 때문에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고려아연은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 태양광, 풍력 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력비용 절감도 추진한다.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아크에너지의 호주 내 태양광발전 시설과 맥킨타이어의 풍력발전 시설 가동으로 그린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해당 생산량을 국내 온산제련소에 도입해 전체 사용전력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태양광발전을 통해 73MWh(60kW)의 전기를 생산 및 운용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축 안전 교육장에 78kW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추가 설치해 올해 태양광발전량이 120MWh로 예상된다.
영풍, 폐수 100% 재사용 ‘무방류 시스템’ 도입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 입지한 만큼 수질과 대기·토양오염 부문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총 463억원을 들여 2021년 5월 세계 제련소 최초로 ‘폐수 재이용 시설(무방류 시스템·ZLD)’을 도입해 공정 사용수를 전량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공정에 재이용하고 있다.
공정에 사용하고 남은 폐수를 정수 처리한 다음 폐수 재이용 설비를 통해 증발, 농축 과정을 거쳐 수증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물을 100% 회수, 공정에 전량 재사용한다. 남은 불순물은 고형화해 폐기물로 처리한다.
석포제련소는 이를 통해 2년 연속 연간 방류량 ‘제로(0)’를 달성했다. 폐수 재이용 시설의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4000㎥이다. 현재 하루 평균 2000~2500㎥의 공정 사용수를 이 시설로 처리해 전량 공정에 재이용하고 있다.
고농도 염폐수 처리 해법을 고심하고 있는 2차전지 업계와 2차전지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지자체도 무방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러 석포제련소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폐수 재이용 시설 외에도 낙동강 물 환경 보호를 위해 총 7000억원 규모의 종합 환경투자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제련 사업 특성에 따라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자체 폐열발전 시스템 및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운영, 주민주도형 오미산 풍력발전 사업에 제련소 소유 초고전압(154kV) 전력망 무상 공여 등이 대표적이다.
LS MnM, AI 활용 ‘디지털 제련소’ 구축
LS MnM은 2017년부터 온산제련소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원료 도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과정의 데이터를 통합 수집하고 데이터와 시스템에 기반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능형 자율제어 제련소로 구축하기 위해 ‘OD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ODS 프로젝트는 1단계 기반 다지기(2019~2020년), 2단계 확대·고도화(2021~2022년), 3단계 최적화·자율화(2023~2024년)로 진행된다.
LS MnM은 1단계를 통해 제련소 업무의 모든 영역을 디지털화해 업무 플랫폼을 구축했고 원료의 도입부터 제품의 출하 전과정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를 AI 기술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2단계를 통해서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지능형 공정 자율제어 모델을 개발 및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3단계에서는 ODS 시스템을 고도화해 조업, 설비, 에너지, 환경 영역에서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예측모델을 적용하고 AI 비전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ODS 프로젝트를 통한 자율 운전 체계를 확대해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굴뚝 오염물질 자동 측정기기를 통해 오염물질 발생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환경설비운영도 최적화하고 있다.
아울러 LS MnM은 조업 부재료로 사용 중인 유연탄을 우드펠릿으로 교체해 연간 2만9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도 했다.
올해는 폐열로 생산된 스팀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가변운전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블로워(Blower) 모터 인버터’를 적용해 전력 사용량을 연간 약 3800MWh 줄이고 온실가스 1800톤을 더 저감할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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