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입단→18세 132일 A대표 발탁' 양민혁, 끝내 기회는 없었다...'손-이-황' 황금 2선에 막혀 데뷔전 무산

[스포탈코리아] 박윤서 기자= 기대를 모았던 양민혁의 대표팀 데뷔전은 끝내 무산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1차전 홈에서 팔레스타인과 무승부를 거두며 위기에 몰렸으나 오만을 제압하며 기사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경기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비판을 받았던 홍명보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대거 변화를 줬다.

홍명보 감독은 조현우 골키퍼를 제외한 선발 10명 가운데 5명을 교체하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전방 공격수에 오세훈을 택했고 황희찬, 박용우, 이명재, 정승현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대신 지난 경기 선발이었던 주민규, 이재성, 정우영, 황문기, 김영권이 벤치에서 시작했다.

축구 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초특급 유망주' 양민혁은 선발 명단에 포함되진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 경기 명단 제외의 설움을 딛고 교체 명단에 자리하며 기대감을 올렸다.

한국은 초반부터 오만을 거세게 압박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으로 이어진 황금 2선은 계속되는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괴롭혔다. 선제골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전반 10분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중앙에 있는 황희찬에게 패스를 건넸다. 황희찬은 감각적인 터치 이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오만도 지켜 보고만 있진 않았다. 상대적 전력에서 한국에 뒤처짐을 인정한 듯한 오만은 선수비 후역습 형태로 우리의 골문을 호시탐탐 엿봤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결실을 봤다.

오만의 알 사디는 왼쪽 측면 깊숙한 곳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문전 앞으로 강하게 붙였다. 이는 정승현의 몸을 스치며 그대로 골문 구석을 향했다.

동점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시작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좀처럼 오만의 집중 수비를 뚫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설영우 대신 황문기를 오세훈 대신 이재성을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다.

아쉽게도 양민혁은 선택받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 변화는 적중했다. 황문기는 측면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에 위협을 가했다.

또한 이재성 투입 이후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으로 이어지는 공격 2선의 움직임이 더욱 원활해졌다. 세 선수는 포지션의 구애 없이 공격 전 지역을 누볐고 간헐적인 1선 침투로 전반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37분 손흥민은 수비 집중 견제에 둘러 쌓인 이강인의 패스를 건네받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오만 수비진이 대형을 갖춘 상황이었지만, 이를 모두 피해 갈 만큼 예리한 슈팅이었다.

손흥민의 득점 이후 급해진 오만은 승점을 위해 공격적인 태세로 전환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40분 박용우 대신 정우영을 투입하며 지친 3선에 균형을 유지했고 후반 44분엔 이강인, 황희찬을 불러들이고 엄지성, 주민규를 투입했다.

양민혁의 국가대표팀 데뷔전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11분 손흥민의 헌신적인 질주 이후 주민규의 추가골이 터지며 3-1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 등 여러 이슈가 있는 상황 속 적진에서 챙긴 승점 3점은 그 어느 때보다 귀했다. 다만 K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1월 토트넘 홋스퍼 이적을 눈앞에 둔 양민혁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양민혁은 올 시즌 K리그가 배출해낸 최고의 재능이다. 그는 아직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않았을 2006년생의 나이에도 리그 29경기에 나서 8골 5도움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국내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이달의 선수, 이달의 영플레이어, 이달의 골까지 3관왕을 차지했으며 이달의 영플레이어 상의 경우 무려 4달 연속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는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홍명보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홍명보 감독은 양민혁에게 18세 132일이라는 어린 나이에 태극 마크를 부여했다. 이는 18세 175일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보다 빠른 페이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양민혁은 시종일관 치열했던 이날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사진=KFA, 프로축구연맹,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