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만난 이재도·김승기 감독 “이정현과 중복? 20점씩 넣을 겁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또 만났습니다. KT, KGC(현 정관장) 시절에 이어 또 만나게 돼 반가울 것 같습니다.
김승기 일단 성실한 선수잖아요. 운동 열심히 하고, 힘도 좋은데 연차가 쌓일수록 기술까지 더해졌죠. KT 시절에는 지배하는 경기가 가끔 나왔지만, KGC에서 저에게 배우면서 모든 부분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LG로 갔죠. LG 있을 때 성적도 괜찮았고요. 소노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줘야죠. 같이 우승 한 번 더 해보고 싶네요. 그래서 제가 (이)재도를 데려온 겁니다.
이재도 재밌는 인연인 것 같아요. 계속 함께했기 때문에 취향부터 스타일까지 너무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적응이 쉬웠어요. 감독님은 선수를 많이 믿으시고, 믿으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에요. 저도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다시 만난 만큼 최고의 경기력으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하고 싶어요. KT 시절에는 사실 너무 무서웠어요(웃음). 많이 혼나기도 했죠.
이재도 선수는 김승기 감독의 첫인상이 기억이 나나요?
이재도 KT에서 코치로 계실 때 처음 뵈었어요. 너무 무서웠죠(웃음). 혼도 정말 많이 났어요. 그런 기억이 남아있네요.
김승기 그땐 많이 혼났어야 하는 선수였어요(웃음). 이제는 굳이 말을 많이 안 해도 되는 선수가 됐죠. 지난 시즌에 재도 같은 선수만 있었으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을 거예요. 정현이가 많이 성장한 데다 재도까지 왔기 때문에 이제 4쿼터에 역전을 당하지 않는 팀이 될 겁니다.
그때의 김승기 감독과 시간이 지나서 만난 지금의 김승기 감독. 바뀐 점이 있을까요?
이재도 그대로이신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조금 더 많이 웃으시고, 유해지시긴 했어요. 아무래도 옛날 코치하셨을 때는 저한테 더 신경을 써주셨죠. 지금은 전체를 보셔야 하는 위치잖아요. 그게 좀 다르긴 한데 거의 비슷하신 것 같아요.
이제는 ‘김승기 양아들’이라는 타이틀이 이정현(소노) 선수로 넘어갔어요.
이재도 (이)정현이한테 말해야 하는데…제가 예전에 아들이었다고요(웃음). 정현이도 그동안 정말 많이 혼났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의 이정현이 만들어졌겠죠. 많은 질책을 받았을 텐데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저랑 같은 팀이 됐는데 혹시나 혼자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저한테 좀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함께 표지 촬영을 해본 소감은 어떤가요?
김승기 기분이 묘하네요. 프로에서 10년 정도 알고 지냈는데 둘이서만 사진 찍은 적이 있나 싶은데…. 재도야. 같이 사진 찍은 건 처음 아니냐?
이재도 그런 것 같아요. 웨딩 촬영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이정현, 이재도 조합에 대해 중복이라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승기 전혀 문제없습니다. KGC 시절에도 포지션 중복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다 해결하며 국가대표까지 성장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걸 이해 못하겠어요. 같이 뛸 땐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고, 번갈아 가며 체력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는 조합입니다. 저는 득점력을 지닌 포인트가드를 선호하는 감독인데 중복으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면 둘이 합쳐 20점 정도 올리겠죠. 저는 각각 20점씩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갈 거예요.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김승기 어떤 시즌보다도 빠른 농구를 보여줄 겁니다. 종종 수비가 무너지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10경기 정도일 거예요. 40경기 이상은 공격도, 수비도 시원시원한 농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트렌드가 그렇잖아요. 두려워하지 않고 슛을 많이 던져야 하죠. 정현이나 재도 뿐만 아니라 5명 중 빅맨만 제외하고 다 외곽에서 던져야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농구를 한 게 7년 정도됐는데 올 시즌은 선수 구성도 잘 이뤄졌으니 더 짜임새 있는 농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이재도(444경기)는 이정현(삼성, 636경기)과 더불어 대단한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로에서 2명 모두 지도한 감독은 전창진, 김승기 감독 단 2명뿐인데요. 몸 관리와 관련해 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김승기 정현이는 몸이 선천적으로 좋아요. 튼튼하거든요. 술 마시고 뛰어도 잘할 스타일이죠(웃음). 재도는 몸 관리를 알아서 잘해요. 몸이 단단한데 자기 관리까지 더해지니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거죠.
김승기 감독은 그동안 승승장구해왔다. 정관장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맛봤고 데이원으로 팀을 옮겨서 치른 2022-2023시즌에는 팀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와중에서도 플레이오프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최근 10년간 KBL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긴 감독이다. 그런 그에게 2023-2024시즌은 자존심에 흠집이 난 시간이었다. 소노의 창단 감독으로 야심차게 나섰지만 구단 창단 시기가 늦어지면서 국내선수 구성을 원하는대로 하지 못한데다 외인 선발 실패까지 이어지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대형 트레이드, FA 영입으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이제 다시 ‘김승기 농구’의 진가를 보여줄 때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팀이 조금만 더 빨리 창단했다면 선수 구성이 더 잘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국내선수부터 외국선수 영입까지 제대로 안 됐잖아요. 물론 팀 입장에서는 창단 작업이 늦었고, 첫 시즌인 만큼 성적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았다 해도 감독 입장에서는 이겨야 하잖아요. 제가 너무 조급하다 보니 외국선수를 잘못 데려왔고, 실수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부상도 끊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즌 중반 이정현이 어깨 부상을 당하며 8연패에 빠졌습니다. 가장 뼈아픈 변수였을 것 같습니다.
(이)정현이 부상만 아니었다면 해볼 만했다고 생각해요. 정현이가 다친 경기 전까지 4연승하며 5위까지 올라서 ‘승부를 걸 수 있겠구나’하던 찰나였거든요. 정현이가 다치면 안 되는 시점이었는데…. 아쉽지만 플레이오프에 못 올랐기 때문에 오프시즌에 전력 보강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누가 부상으로 잠시 빠진다 해도 6강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전력이 됐습니다.
그동안 맡았던 팀들은 대부분 평균 득점이 상위권, 못해도 중간은 갔는데 지난 시즌은 9위(79.2점)였습니다. 요인을 꼽는다면?
선수 구성이 안 되니 득점력도 떨어지는 게 당연한 거죠. 득점할 선수가 정현이뿐이었으니까요. 모두 정현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정현이가 패스했을 때 득점으로 마무리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으니까 지난 시즌 같은 상황은 안 나올 거예요.
다시 이정현 얘기를 이어갈게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이정현의 활약상을 어떻게 봤나요?
갖고 있는 능력 그대로 하더라고요. 이정현이 이정현 한 거죠. (이정현의 올 시즌 MVP 가능성은?) 스스로 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저는 도와줄 뿐인 거죠. MVP가 될 거라 장담할 순 없겠지만, MVP 레벨의 선수라는 인식은 계속 심어줬으면 합니다.
이정현이 서머리그에 도전했으면 한다는 얘기도 했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해봤으면 한다는 의미였어요. 그냥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일단 한국에서 최고가 되어야 도전 할수 있는 기회도 주어질 수 있겠죠. 미국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곳이잖아요. 서머리그든, G리그든 미국에서 도전할 기회가 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만약 이정현이 G리그나 B.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면?
출혈이 있더라도 미국이라면 보내줄 수 있어요. 언제까지 이현중, 여준석만 바라봐야 합니까. 정현이가 됐든 누가 됐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죠. 다만, B.리그는 보내고 싶지 않아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투자를 많이 해서 리그가 많이 성장한 것은 맞지만, 선수들의 수준을 본다면 KBL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조금만 더 투자에 신경을 쓴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라도 아시아 정상에 오를 수 있어요. 실력이라는 면에서는 KBL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B.리그 진출은 반대입니다.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FA 시장에서 강상재를 비롯한 A급 선수를 노린다는 설이 있었는데 실제로 고려한 선수가 있었나요?
전혀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제가 싫다고 했어요. 저는 가성비를 따지는 스타일이거든요. 미안한 얘기지만, 보상까지 주면서 데려올 정도의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있었다면 제가 적극적으로 움직였겠죠.
백업만 많아요(웃음). 일단 재도와 정현이, (최)승욱이, (정)희재를 주전 라인업으로 보고 있어요. 이들이 적어도 20경기, 많으면 30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해요. 여기에 지난 시즌 각각 2승의 값어치를 한 (백)지웅이, (박)종하와 같은 백업들의 지원이 이뤄지면 6강은 충분히 갈 수 있어요. 플레이오프만 오르면 모르는 일입니다. 지난 시즌에 5위(KCC)가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저희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재밌게 해봐야죠.
KGC 감독 시절 임동섭(당시 삼성)의 기량에 대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내렸던 게 기억납니다.
손목 스냅을 보며 슈터 자질이 대단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여기에 신장까지 갖춘 선수였죠. 이제는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장점을 살려 성공, 성공이라기보단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임)동섭이의 장점은 누가 봐도 슛이잖아요. 골밑에 들어가서 무리하게 리바운드 잡으려다 보면 다칠 수 있어요. “외곽에서 네가 잘하는 거 해”라는 말만 해줬어요.
전력 보강이라는 측면에서 올 시즌은 제대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은 외국선수뿐만 아니라 아시아쿼터도 칼 타마요 외에는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었어요. 타마요를 못 데려올 바엔 비중이 적은 아시아쿼터를 데려와서 정현이를 제대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론제이 아바리엔토스 같은 스타일의 아시아쿼터가 왔다면 정현이가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키우기 위해선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거든요. 이전 시즌에는 (이)대성이를 보낸 것처럼요. 정현이가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선수를 데려와도 문제없습니다. 그래서 재도를 데려왔고, 아시아쿼터 계약도 잘 이뤄졌어요. 아시아쿼터는 내년 1월쯤 합류할 예정입니다. 전력이 잘 갖춰진 만큼 최소 4강까지 도전하는 팀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접 미국에서 만나 계약한 앨런 윌리엄스, 자넬 스톡스에 대한 기대감도 클 것 같습니다.
1옵션을 따로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둘 다 성실하다는 게 느껴져서 기대가 됩니다. 스톡스는 영화 사업으로 인해 공백기가 있었지만, 농구를 놓은 적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테스트를 해보니 실제로 감각은 여전했습니다. 다만, 이들을 데리고 어떤 수비를 하는 게 제일 효율적일지에 대해선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거짓말 안 보태고 제가 갖고 있는 수비 작전이 100개라면, 지난 시즌에는 1개만 썼어요. 작전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풀코트프레스부터 지역방어, 트랩 등 올 시즌은 별별 수비 다 할 겁니다.
이적생임에도 주장을 맡긴 정희재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열심히 하라는 얘기도 따로 안 할 정도로 코트 안팎에서 베테랑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요. 주장이 성실하니 후배들도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팀에는 배고픈 선수가 많아요. (임)동섭이, (김)영훈이, (홍)경기는 말할 것도 없이 죽기살기로 하고 있죠. 정현이도 아직 배고플 거예요. 재도는 우승도 하고, FA로 연봉도 많이 받았잖아요. 누릴 거 다 누려서 배고프진 않겠지만(웃음), 그래도 변함없이 열심히 하는 선수고요. 배고픈 선수들이 모여서 기대가 됩니다.
플레이오프 승률 2위(.636), 최다승 4위(35승)입니다. 단기전만 가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클 것 같아요.
그렇죠. 노하우라고 말하기엔 그렇지만, 잡아야 하는 경기를 위해 아껴 놓는 수가 있어요. 꼭 전술적인 게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코멘트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방법이 매번 통할 순 없어요. 그랬으면 54승 했겠죠(웃음). 6강만 오르면 판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국선수 합류 이후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전력만 봤을 때 올 시즌 판도는 어떻게 예상되나요?
모든 팀들이 전력 보강을 했잖아요. 물러설 팀이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지난 시즌 6강에 올라갈 거라고 예상했던 팀들이 다 올라갔는데 올 시즌은 모르겠어요. ‘저 팀을 잡으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며 시즌을 치르는데 아직까진 어느 팀을 확실히 잡아야 할지 계산이 나오지 않네요. 어느 때보다 피 튀기는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이재도(33, 180cm)의 이번 오프시즌을 두 단어로 설명하자면 운명의 장난과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때 우승을 합작했던 절친과 트레이드 맞상대가 되어 팀을 옮겼고, 이적한 팀에는 신인 시절부터 자신을 지도해줬던 스승과 다시 만났다.
하늘색 계열의 유니폼이 아직 어색하지만,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한양대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흰색과 파란색이 섞여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프로 데뷔한 한 지 10년? 1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처음 깨달았어요. 제가 쿨톤이었다는 것을요. 너무 기쁘네요(웃음).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만큼 여러 가지로 팀에 잘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 중이에요.
트레이드 2번 포함 총 3차례 소속팀이 바뀌었어요.
지난날을 봤는데 각 팀에 거의 3년 정도씩 있었더라고요(웃음).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저를 긍정적으로 봐주신 분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KBL뿐 아니라 NBA만 하더라도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전혀 개의치 않아요. 제가 아직 필요해서 움직이는 선수임에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절친(전성현)과 트레이드, 사람 일은 참 모르는 것 같아요.
일단 (전)성현이랑은 드래프트 동기기도 하고, 대학교 때부터 프로까지 참 많은 순간을 함께 했어요. 트레이드 맞상대가 됐다는 것에 대해 정말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죠(웃음).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발표 후 통화를 했는데 둘 다 딱히 할 말이 없었어요. 어떠한 과정으로 트레이드됐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저희가 이제 어린 선수도 아니었고, 서로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응원의 말을 주고받았어요.
전 소속팀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창원 팬들에게 이관희(DB) 선수와 함께 이른바 '도관희'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팀을 떠났는데요?
(이)관희 형이 LG를 향해 칼을 많이 갈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관희 형을 만나는 LG가 조금 더 뭐랄까 긴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저는 제3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관전할 생각이에요. 물론 저도 맞대결을 모두 이기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야죠. LG에서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요. 많은 사랑을 받았죠. 감사한 마음을 당연히 가지고 있어요.
이정현(소노)과 만남을 많은 팬이 기대해요. KBL 판 ‘돈빙듀오’라고들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먼저 이야기를 흘렸어요(웃음). 원래 NBA를 안 보는데 이번 댈러스 매버릭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되게 재밌게 봤어요. 뭔가 선수 조합 등이 댈러스와 소노가 비슷하게 맞춰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재미 삼아 언급을 하게 됐는데 계속 언론에 나오더라고요(웃음). 시즌이 다가올수록 뭔가 비교될 것 같아서 슬슬 부담되기 시작했어요. 이제 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웃음). 걱정은 되지만 또 기대되는 부분도 많아요. 이정현이라는 좋은 선수와 만나게 되었잖아요. 제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질 것 같아요. 흥미롭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수도권 생활, 어떤가요?
창원 생활에 만족감이 컸는데, 확실히 수도권 생활이 편한 것 같아요(웃음). 아무래도 가족들이 제일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세요. 제가 프로 데뷔한 이후 본가랑 가장 가까워졌거든요. 아내도 일 때문에 바빠서 원래 한 달에 한두 번 볼까 말까였는데 지금은 주말마다 봐요. 왔다 갔다 하는데 전혀 부담도 되지 않아요. 농구 외적으로도 편안함과 편리함을 주는 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들이 좋아하는 건 괜히 싫어했죠. 그냥 똑같이 가는 느낌이 별로였어요. 저만의 길, 생각하는 걸 좋아했죠. 우리나라에서 4번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진 않잖아요? 이런 부분이 오히려 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또 왠지 빨라 보이는 느낌도 있고요(웃음). 큰 의미로 시작한 건 아닌데 지금은 애정이 생겨서 제 삶 속 모든 것을 4번에 맞추고 있어요. 예를 들어 차 번호판도 4가 들어가는 걸로 했고, 시간도 4시 44분을 제일 좋아해요. 4를 제외한 짝수들까지 다 안 좋아하게 됐어요. 그 정도로 애착이 강해요(웃음).
이재도 하면 또 현재 444경기 연속 출전 기록(역대 2위, 1위는 삼성 이정현의 636경기)을 빼놓을 수 없어요.
숫자가 말해주듯이 한국 농구 역사상 제 위로 한 명밖에 없죠. 너무 좋은 의미의 기록이기 때문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비결이라고 하면 너무 많죠. 그런데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하고 싶어요. 또 건강하게 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요.
그리고 또 자부심이 있는 기록이 있다고요?
통산 5000점 2000어시스트 600스틸 기록이에요. 통산 여덟 번째로 달성했어요. 전설인 선배들과 제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저에게 큰 의미예요. 제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 기록들을 보면서 자존감을 올려요. 자신에 대해 의심이 들 때 약을 줄 수 있는 좋은 기록들이죠.
뱅크슛을 잘 쏘기로 유명하죠. 제 기억에는 2023년 11월 30일 서울 SK전 기억이 남아있어요. 개인 최다인 7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셨는데, 이 중 무려 6개가 백보드를 맞고 들어갔어요.
이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는 이상한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평상 시에 잘 쏘지 않는데 그날 이상하게 감이 좋았어요. 1, 2개가 들어간 이후 계속해도 되겠다 싶었죠. 그게 7개까지 이어졌어요(웃음). 근데 또 그 경기 이후 잘 안되라고요. 차기 시즌에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혼자 있을 때 재충전의 시간은 어떤 걸로 갖나요?
장 보는 걸 좋아해요. 혼자 있을 때 괜히 마트 둘러보고 올 때도 있어요.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그냥 버티자는 생각이 대부분이에요. 아니면 연습과 운동으로 모면해 왔던 것 같아요.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루틴이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경기 때 신는 양말, 농구화 다 정해져 있고요. 마시는 커피부터 해서 듣는 노래 플레이리스트까지 있어요. 또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코트에 나가요. 약간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 같아요. 신인 때부터 해왔는데 그만큼 매 경기 필요했고, 절실했던 거죠.
혹시 다음 시즌 기사 제목으로 나갔으면 하는 문장이 있나요?
음…. ‘소노 승리 이끈 사령관 이재도’? 역시 이재도라는 느낌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웃음). 돋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 위치에서 제 몫을 하는 그런 선수라는 분위기로요!
새로운 팀에서 새 시작, 또 새신랑. 2024년은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큰 것 같은데요?
그래서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은 호기심을 유발하잖아요. 트레이드 당시에는 정말 놀랐고, 사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죠.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요. 나중에 농구 인생을 돌아봤을 때 좋은 희극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새로 만나게 되는 고양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성현이랑 아무래도 비교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양 팬분들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어떤 상징이었는지 잘 알고 있어요. 부담이 되긴 하지만, 저만의 색깔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많은 응원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시간을 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꼭 보답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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