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시장 '600조'… 건설업계 조직개편 등 분주

김창성 기자 2024. 9.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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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주택사업 유지하며 해외 'SMR'서 활로 모색
원전 시공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 평가… 중요 먹거리로 부상
삼성·현대·대우DL 등 유럽·중동 공략하며 매출 다각화 속도
건설업계가 SMR을 포함한 원전 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사진은 2021년 현대건설과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사막·극지 등 지역 및 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할 수 있는 SMR을 공동 개발 중인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이 미국 원전해체부지 오이스터 크릭에 첫 도입 예정인 SMR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대형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치중하던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이 600조원 시장인 글로벌 원자력발전소 시공사업의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불황이 지속되자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원전 시공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건설업계는 유럽을 최대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11일 한국원자력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총 100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것으로 전망돼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도 경기 불황 장기화로 침체됐던 사업의 활력을 다시 찾기 위해 유럽 원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술협업·국제표준 획득 등 존재감 각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소형모듈원전(SMR)에서의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물산은 미국 전문업체 지분투자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물산은 최근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 참여를 확정 짓고 글로벌 SMR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미국의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FEED를 공동 진행키로 했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세계적으로 SMR 개발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뉴스케일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462MW(메가와트)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상업 운영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루마니아 SMR 사업은 유럽 내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한 첫 번째 이정표적인 사업"이라며 "이번 FEED 계약을 통해 글로벌 SMR 사업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건설은 유럽 원전시장 공략 확대를 위해 불가리아를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불가리아는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올 초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건설사업의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 통과한 바 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글로벌 유수의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단독으로 현지 의회 승인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를 통한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청신호가 켜짐에 따라 지난 6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원전 로드쇼 2024를 개최하며 현지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원전사업 분야의 체계적인 품질보증과 이행 시스템, 우수한 실무 적용수준을 바탕으로 독일 대표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 슈드를 통해 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 ISO 19443 인증을 취득, 국내 최초 원전 전 분야 국제 표준을 인정받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원전은 물론 SMR,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처리부터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까지 원전 관련 전 분야에 걸친 핵심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매출처 다각화를 위해 SMR을 포함한 원전 사업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조직 재정비하고 대규모 투자 단행


대우건설은 최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은 후속작업으로 원자력 분야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대우건설은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한전연료·한전KPS와 성과를 이뤘다.

대우건설 원자력사업은 플랜트사업본부 원자력사업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개편으로 원자력 조직은 기존 2팀+2TF(신규원전TF팀, 원자력설계TF팀)에서 3개팀(국내원전팀, SMR팀, 원자력설계팀)이 되고 체코원전준비반 조직을 갖춘 5팀 1반 체제로 확대·개편돼 가동된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체코 신규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수도 프라하에서 '체·한 원전건설 포럼'을 열고 수주에 앞장서 수주 성과를 거뒀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급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이며 사업비만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체코 원전 계약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준비뿐 아니라 국내·외 신규원전, SMR 등 신규 먹거리 창출을 위한 밑그림"이라며 "에너지 안보 위기로 앞다퉈 원전을 건설하려는 유럽과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서 제2·제3의 체코 원전 수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L이앤씨도 미래 신사업으로 SMR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올 초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 원자력발전소 운영 및 유지 보수 전문기업인 한전KPS와 글로벌 SMR 사업 개발과 시운전, 유지 보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엑스에너지가 SMR 대표모델로 개발 중인 'Xe-100'을 적용한 글로벌 SMR 플랜트 사업 개발을 추진 중이다. SMR 플랜트 운영 및 유지 보수를 위한 기술을 공동 개발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DL이앤씨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SMR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지난해 1월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약 266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도 단행한 바 있다.

SMR은 가동 시 발생하는 높은 열을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접목한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앞으로 SMR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뿐만 아니라 운영·보수 분야까지 SMR 전 주기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각 회사가 보유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 SMR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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