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못한 기록? 시즌 주인공은 아니지만..올해도 변함없는 ‘꾸준함의 화신’ 라미레즈[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분명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라미레즈는 또 한 번 탄탄한 1년을 보냈다.
2024시즌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쇼헤이(LAD), 애런 저지(NYY)의 2파전이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각각 MVP를 수상할 것이 유력한 두 선수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타니는 전인미답 50-50에 도전 중이고 저지는 또 한 번 60홈런 고지를 노리고 있다.
두 선수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향해있지만 올시즌 좋은 활약을 한 선수가 둘 뿐인 것은 아니다. 비록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또 한 번 굉장한 시즌을 만든 선수가 있다. 바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주포 호세 라미레즈다.
라미레즈는 9월 10일(한국시간)까지 141경기에 출전해 .271/.330/.514 34홈런 106타점 36도루를 기록했다. '순위권'은 아니다. OPS 0.844는 전체 17위의 기록. 홈런 34개는 공동 8위, 도루 36개는 전체 5위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fWAR(5.0)와 bWAR(5.3) 모두 'TOP 10'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라미레즈의 활약이 평범한 것은 아니다. 라미레즈는 올시즌 또 한 번 의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타니의 50-50 도전에 모든 이목이 집중돼있지만 라미레즈는 오타니를 제외하면 올시즌 30-30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다.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바비 위트 주니어(KC, 30HR-28SB)와 프란시스코 린도어(NYM, 30HR-27SB)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30-30이다.
라미레즈의 30-30은 통산 두 번째. 157경기 .270/.387/.552 39홈런 105타점 34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MVP 3위에 올랐던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현역 선수 중 30-30을 두 번 달성한 선수는 라미레즈와 지난해 전인미답 40-70을 기록한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ATL) 단 두 명 뿐이다. 오타니도 아직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인 라미레즈는 꾸준함의 화신이기도 하다.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주전이 된 라미레즈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시즌 OPS 0.800 이상을 기록했다. 8년간 6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네 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으며 MVP 투표에서 7차례 득표했다. MVP 2위 1회, 3위 2회, 4위 1회, 6위 1회 등 그저 '득표'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풀타임 빅리거가 된 후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도 2019년 단 한 시즌 뿐. 2019시즌과 단축시즌(2020년)을 제외한 6시즌에서 모두 152경기 이상에 출전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기록한 fWAR는 48.3. 이는 해당기간 야수 전체 4위의 기록이다. 해당기간 라미레즈보다 더 높은 fWAR를 기록한 선수는 무키 베츠(53.3), 저지(49.8), 린도어(49.7) 뿐이었다.
삼진을 많이 당하지 않는 능력도 라미레즈의 강점. 라미레즈는 데뷔 후 한 번도 시즌 90개 이상의 삼진을 당한 적이 없다. 2016-2024시즌 빅리그에서 4,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50명의 타자 중 라미레즈(5380타석, 645삼진)보다 삼진을 적게 당한 타자는 진 세구라(4007타석, 554삼진)와 알렉스 브레그먼(4760타석, 637삼진) 단 두 명 뿐이다.
기준을 5,000타석 이상으로 좁히면 라미레즈는 최소 삼진 압도적 1위다(2위 호세 알투베 5044타석 712삼진). 그렇다고 볼넷을 고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해당기간 라미레즈가 골라낸 볼넷은 549개. 5,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13명의 타자 중 5위다(1위 카를로스 산타나 729개). 9년간 기록한 통산 성적은 1,254경기 .283/.358/.520 242홈런 808타점 218도루. '3할타자'는 아니지만 준수한 정교함과 뛰어난 장타력, 빠른 발, 선구안, 삼진을 당하지 않는 능력까지 그야말로 '흠 잡을 곳이 없는' 타자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과 두자릿수 도루를 달성한 라미레즈는 20-20을 올해까지 총 6번 달성했다. 2020년 단축시즌(17-10)이 중간에 끼어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6년 연속인 셈. 현역 중 가장 꾸준한 호타준족이 바로 라미레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라미레즈는 12시즌 통산 1,434경기에서 .278/.352/.501 250홈런 852타점 238도루를 기록했다. 마이크 트라웃(378-212), 앤드류 맥커친(318-219), 알투베(228-313), 크리스티안 옐리치(204-205)와 함께 200홈런, 200도루를 달성한 6명의 현역 선수 중 한 명이다. 그 중 홈런과 도루 모두 23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라미레즈 뿐. 통산 '300-300'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라 할 수 있다.
100년이 훌쩍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통산 300홈런 30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총 8명 뿐이다. 통산 300-300 역시 시즌 40-40만큼이나 어려운 기록이다. 통산 400-400을 달성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단 한 명, 배리 본즈(762-514) 뿐이다.
20세 어린 나이에 데뷔한 라미레즈는 1992년생으로 곧 32세가 된다. 30대 중반에 곧 접어들지만 그렇다고 나이가 아주 많은 노장은 아니다. 아직 몇 시즌은 충분히 더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할 수도 있다. 꾸준히 20-20을 달성하고 있는 라미레즈가 30-30을 또 해낼 경우 본즈 이후 처음이자 빅리그 역대 2번째 400-400고지를 밟는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다.
꾸준한 선수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록 시즌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라미레즈는 올해도 변함없이 제 몫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자료사진=호세 라미레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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