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아너’ 허남준 “父김명민 ‘미친놈’ 칭찬 행복, 장점투성이 선배였죠”[EN:인터뷰①]

황혜진 2024.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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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치 솔리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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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배우 허남준이 선배 김명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9월 10일 방송된 10회를 끝으로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연출 유종선)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아버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흥미로운 부성 본능 대치극이 숱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허남준은 극 중 김상혁을 연기했다. 김상혁은 우원시를 손에 쥔 조직의 권력자이자 부친 김강헌(김명민 분)의 장남이다. 김강헌의 잔혹성을 빼닮은 인물답게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의 아내에게 강제로 마약을 주입하고 겁탈함으로써 송판호 아들 송호영(김도훈 분)에게 김강헌 차남 살해 동기를 유발했다.

5일 뉴스엔과 만난 허남준은 '유어 아너' 캐스팅 과정에 대해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제 연기를 좋아해 주셨다. 일단 생긴 것부터 나쁘게 생겼다고 해 주셨고, 연기도 좋아해 주셨다. 전 출연할 수 있다면 무조건 감사한 입장이었다. 오디션장에서 제가 선보인 연기가 특별히 다르거나 뛰어난 건 아니었고, 제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바이브를 독특하게 봐주신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듣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상의하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8월 12일 1.7%(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유어 아너'는 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끝에 9월 3일 방송된 8회로 자체 최고 수치 4.7%를 찍었다.

허남준은 "김상혁의 경우 사랑받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해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 몰랐지만 작품을 좋아해 주실 거라고는 예상했다. 선배님들이 연기도 정말 잘하셨다. 현장에서 직접 연기하시는 걸 보며 '역시 너무 잘하시네'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의 글도 처음부터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허남준은 8월 12일 열린 '유어 아너' 제작발표회에 불참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함께하지 못한 것. 생애 첫 제작발표회가 될 뻔한 자리였던 만큼 아쉬움은 배가됐다. 허남준은 "많이 아쉬었다. 처음으로 하는 제작발표회여서"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사실 그 자리에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 두 분(손현주, 김명민)도 계셨고, 성격이 정말 좋은 (김)도훈이랑 검사 역의 정은채 님까지도 계셔서 갈 수 있었다면 떨리더라도 큰 힘이 됐을 것 같다. 그게 좀 많이 아쉬웠다. 건강은 잘 회복했다. 멀쩡해졌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실감 나게 구현하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였냐는 질문에는 "잔혹하고 난폭한 면모는 글에도 그렇게 표현돼 있었고, 드라마로 봤을 때도 그렇게 편집이 됐다. 사실 청소년 시청 불가인 다른 작품처럼 정말 잔인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캐릭터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중간의 합의점 안에서 보여줘야 했기에 제 캐릭터의 난폭하고 잔혹한 느낌은 오히려 편집됐을 때 커졌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상혁은 "어떻게 해야 아버지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대사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며 결핍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허남준은 "김상혁의 폭력성이나 난폭함 등은 사실 현실의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얘만의 합당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다. 대표적으로는 그냥 충동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김상혁에게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보다 이 세상에 중요한 게 없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런 김상혁과 실제로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냐는 물음에는 "일단 연기를 하려면 아주 조그맣지만 그래도 저랑 닮은 부분부터 출발하는 게 편하다. 저도 되게 충동적이다. 즉흥적이고 승부욕 같은 것도 정말 세서 뭔가를 도전할 때도 함부로 안 한다. 꽂히면 너무 파고드는 성격이어서"라고 답했다.

허남준은 "그렇다고 해서 그게 상혁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출발이었던 것 같다. 완전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사람으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하는 친구다. 현실의 제가 하는 것들은 저란 사람으로서 목표 같은 걸 이뤄가기 위함이지만 저와 작게나마 닮았다고 느낀 부분에서 시작했다. 그런 것들을 할 때 나오는 김상혁의 천진난만함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선배들 역시 허남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재환 작가는 5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1화, 2화에서 허남준 배우가 나왔을 때 '저 캐릭터가 이런 느낌을 준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크게 놀랐다. 그다음에 온 생각은 '미안하다'였다. 교도소에 잡힌 이후로 저렇게 좋은 배우를 위해 잡힌 분량이 적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표정이나 아주 디테일한 액션들이 제가 머릿속으로 그려냈던 김상혁을 뛰어넘었다. 제가 그린 김상혁은 2D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픽사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고 상찬했다.

김명민은 제작발표회에서 "슛 딱 들어가면 미친놈이 돼 버리는 배우다. 심성 자체가 착하고 준비를 끝까지 마음속으로 잘해 보려고 하는 게 있더리.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완전 다른 사람이다. 순수함, 겸손함 속 나오는 에너지가 폭발적인 배우라는 칭찬을 꼭 해 주고 싶다. 여러분은 남준이가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준은 김명민의 칭찬에 대해 "집에서 생중계로 봤고, 기사도 봤다. 사실 코로나를 걸렸던 시기라 어디 갈 수도 없었다. 보고 제 휴대전화에 그 부분을 동영상으로 남겨 놓았다. 가족들도 그 기사를 찾아보고 행복해하셨다. 주변 어른 분들이 정말 유명한 스타인 선배님들이 칭찬을 해 주셔서 더욱 좋아해 주셨다. 저도 진짜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1대 1로 있을 때 '네가 좋아'라고 말씀하시진 않지 않나. 근데 함께 있을 때도 사실 엄청 느껴졌다. 저에게 진짜 편하게 대해 주셨고, 많은 것들을 알려 주셨다. 당시에도 너무 감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감사함을 느꼈다. 제작발표회 이후 연락을 드리려다가 수줍어서 못 했다. 연락처는 있다. 조만간 연락을 드리려고 한다. 사실 제가 좀 소심하다. 과하게 다른 사람들이 지금 어떤 상황일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명민 말마따나 현장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허남준은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진짜 감동받았다. 진짜 놀란 게 사실 전 제가 떠는지도 모른다. 긴장한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아무리 연습을 해 가도 현장에 가면 모든 것들이 바뀌어 있다. 바뀌어 있는 것들이 더 좋은 게 훨씬 많지만"이라고 말했다.

허남준은 "선배님들과 연기할 때 내가 구멍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여기서 뭐 해야 하지, 저기서 뭐 해야 하지, 뭘 더 하고 뭘 포기하면 좋을지 생각을 하며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선배님들이 와서 챙겨 주셨고, 저도 옆에 가서 여쭤 봤다. 그래서 제 모습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이 보일 줄 알았다. 항상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어른 분들의 공통점인데 이 사람의 순수한 면모를 볼 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고 알려 달라고 말하는 사람을 아래로 두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말 그대로, 마음 그대로 받아들여주신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친구처럼 같이 조언해 주시고 알려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따뜻한 어른이다. 근데 명민 선배님이 정말 딱 그렇게 해 주셔서 진짜 감동이고 감사했다. 진짜 편했다. 제가 연기하는 데 방송을 보면서도 내가 말과 표정, 움직임을 하고 있지만 내가 한 게 있나 싶었다. 선배님이 많이 만들어 주셨다. 감동이었다"고 덧붙였다.

대선배 손현주와의 호흡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배움이었다. 허남준은 "함께 출연한 신이 상대적으로 적어 선배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순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부딪히거나 만날 때마다 좋았다. 선배님은 되게 조용히 조용히 말씀하시는데 되게 위트 있으신 분이다. 선배님들 모두 멋있고 다정하고 진솔했다. 손현주 선배님은 많이는 못 뵀지만 몇 번 부딪힐 때마다 어깨너머로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연기는 저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쉽게 배울 수 없는 연기이지만 멀리서 혼자 배워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응원으로는 김명민의 '다 네 편이야'를 꼽았다. 허남준은 "스쳐 지나가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제가 너무 떨 때 명민 선배님이 '다 네 편이야'라는 말을 해 주셨다. 모두가 네가 잘하기를 원하는, 네 편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된다고 해 주셨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 지었다.

허남준은 "제가 현장에서 엄청 긴장을 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밖에 있는 친구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고민이 많았다. 잘 표현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모두 꿰뚫어 볼 것만 같은 선배님들과 연기하니까 그냥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작품이나 그렇지만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한 치의 빠짐없이 잘하고 계시니까 여기서 자그마한 구멍이 보이면 정말 크게 보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아직 신인이기에 항상 어떤 작품 현장에서도 그렇게 떨었던 것 같다. 현장이 편해질 연차가 되지도 않았다.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 보면 오래 연기했다고 해서 현장이 편해지는 건 아니지만 신인이다 보니 더 어려웠다. 함께 연기해 주신 배우 분들, 도와주시고 편집해 주신 제작진 분들도 제게 다 은인이다"고 덧붙였다.

김강헌에게 싸대기를 맞는 신은 실제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장면이었다. 허남준은 "아마 실제로 맞았으면 세 테이크 이상 절대 못 가는 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맞는 신이었다. 그냥 안 때리는 걸로 했다. 생생하게 느껴졌다면 명민 선배님의 액션과 음향 팀 분들이 만든 효과음, 카메라 감독님의 무빙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 한 대도 안 맞았다. 선배님이 제가 혹시나 맞을까 봐 네가 좀 더 빠지라고, 거리 이만큼으로 하자고 해 주셨다. 장난을 재밌게 쳐 주시다가 다정하시다가 했다. 장점투성이인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신에 대해 "장례식장 나오기 전 상혁이 부하를 부르는 아주 짧은 장면이었다. 부하를 부르고 그 부하가 못 듣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 하나를 집에서 정말 오래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손가락으로 부르는 장면이었는데 뭔가 다르게 느낌을 하고 싶었다. 제대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사람을 다루는 김상혁의 방식을 이 신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엄청 고민했다. 감독님과 제가 고민해 온 것에서 살짝 축소한 버전으로 하기로 상의했다. 연기할 때 가장 짧으면서도 어려웠는데, 끝나고 나서 좋았던 장면"이라고 소개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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