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메카 美 남동부 한국 중기 지원 총괄 거점 절실"

이병구 기자 2024.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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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미국의 새로운 제조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동부에서 현대기아차 등 한국 대기업들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지아텍 등 현지 유명 대학과 협력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들의 역량을 높이고 지원하기 위한 총괄 거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9월 초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남동부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들과의 협력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협력사로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총괄 거점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부터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남동부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북동부 지역을 추월했다. 미국의 경제 중심지가 뉴욕, 워싱턴DC 등의 북동부에서 텍사스, 플로리다 등의 남동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미 국세청(IRS) 자료를 인용해 2020년 초부터 남동부 지역이 미국 전체 일자리 증가의 3분의 2를 차지했고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5개 대도시 중 10개가 남동부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원장은 "현대기아차가 일찌감치 남동부 지역에 생산공장을 건설했고 현재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대차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설중"이라며 "주변에는 이미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이 진출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2005년 앨라배마주의 주도인 몽고메리에 현지 공장을 준공했다. 몽고메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라그란지에는 기아차 공장이 있다. 라그란지는 애틀랜타와 몽고메리를 잇는 도시로 2010년 기아차 공장이 설립되면서 광역 경제권 중심도시로 부상 중이다. 

국내 대기업의 자동차 생산공장이 들어서면서 150여개의 한국 중소 제조업체들이 포진했다. 인력 수만 6만여 명에 달한다. 이상목 원장은 "이곳에 자리 잡은 한국 중소 제조업체들이 의사소통이나 문화적 차이가 큰 현지 인력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며 "생산시간 및 불량률 단축, 무인화·자동화(자율 제조)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미국 남동부의 한국 중소 제조기업 중 자동차 프레임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자동차의 섀시를 주로 제조한다. 소성 가공, 프레스 등 정밀 가공기술과 용접기술이 필요한 기업들인데 이 같은 ‘뿌리기술’은 역량을 축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 대학들이 지역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나섰다. 어번대가 대표적이다. 어번대는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3000만 달러(약 400억원)를 지원받아 ‘자동차연구혁신센터’를 구축중이다. 어번대는 현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술 지원 파트너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손을 잡았다. 

이 원장은 "생기원은 뿌리기업 지원 및 지역 거점센터 운영 경험이 많은데다 미국기술협력센터를 중심으로 현지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남동부 진출 한국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던 데다 어번대와 2015년부터 제조혁신 기술포럼 등 기술협력을 지속해 온 인연으로 협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어번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공동 설립한 KAMTIC 개소식에서 마리오 에덴 어번대 학장(왼쪽)과 이상목 생기원 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생기원은 센터 공동 운영 요청을 받은 후 지난 5월 센터 설립에 대한 실무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어번대 측에 공동 운영제안서를 전달했다. 어번대는 기술 인력 교육을 통해 지역사업을 지원하고, 생기원은 현지 진출 기업의 제조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어번대에 들어선 생기원과의 기술협력 센터 명칭은 ‘KAMTIC(KITECH-AUBURN UNIVERSITY Manufacturing Technology Innovation Center)’이다. 양 기관은 제조AI, 자율제조 등의 첨단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실용화 기술을 현지 기업 현장에 이식해 제조혁신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 원장은 "우선 생기원 연구자 중 전문가를 선발해 어번대에 파견하고 구체적 세부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어번대 외에도 조지아공대(이하 조지아텍)가 생기원과의 제조기술 혁신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생기원과 조지아텍은 지난 8월 20일 제조혁신 기술포럼을 개최해 제조AI 등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원장은 "미시시피대도 뿌리기술 분야에서 생기원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 대학과 협력해 현지 진출 국내 제조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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