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아너’ 빌런 허남준 “죄없는 사람 죽는 엔딩 저도 화나..계속 울었다”[EN:인터뷰②]
[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허남준이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연출 유종선)를 떠나보내는 소회를 밝혔다.
9월 10일 방송된 10회를 끝으로 종영한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아버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흥미로운 부성 본능 대치극이 숱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허남준은 극 중 김상혁을 연기했다. 김상혁은 우원시를 손에 쥔 조직의 권력자이자 부친 김강헌(김명민 분)의 장남이다. 김강헌의 잔혹성을 빼닮은 인물답게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의 아내에게 강제로 마약을 주입하고 겁탈함으로써 송판호 아들 송호영(김도훈 분)에게 김강헌 차남 살해 동기를 유발했다.
숱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허남준의 특출한 캐릭터 소화력과 이를 토대로 한 열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허남준은 5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주변 분들이 (좋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캡처해 보내준다. 사실 제가 SNS는 인스타그램 하나만 한다. 기계치여서 (휴대전화를) 잘 만지지 못해 다른 SNS는 시작도 안 했다"며 말했다.
이어 "혹여라도 있을 저에 대한 비평 같은 것들을 최대한 보지 않기 위해 잘 접속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취향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아무리 좋은 취향이더라도 제가 목표로 한 것들이 흔들리거나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지금은 최대한 보지 않고 있다. 연기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보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여타 배우들에 비해 SNS 활동 빈도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허남준은 "일단 그런 걸 하는 성격이 아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가끔 올리긴 하는데 사실 그것도 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저의 엄청난 노력이다. 그래도 제 이런 성향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끔씩 올려드리고 싶어도 찍어 놓은 사진이 없더라. 사진첩에 음식 사진이나 잘못 찍힌 제 사진밖에 없다. 가끔은 그냥 까먹어 버릴 때도 있다. 그래도 지금보다 더 자주 올려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를 체감하냐는 질문에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항상 똑같이 반응한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게 조금 느껴지긴 하는데 거리에서 많이 알아보시고 하는 건 아직 없다. '스위트홈'을 할 때도 조금씩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었다. 그때보다 지금 좀 더 주변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긴 하지만 나머지는 그때랑 체감상 비슷하다. 사실 이렇게 드라마 종영 기념 인터뷰를 하게 돼 조금 체감한다. 드라마가 재밌어서 보다 보니 저에 대해서도 더 반응을 해 주시는구나 정도"라고 답했다.
김상혁은 마지막 회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다. 허남준은 결말에 대해 "저의 최후는 끝까지 악하고, 제일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이다.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악역이라고 해서 다 벌을 받는다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더라. 착하다고 해서 모두가 잘 사는 것도 아니라는 건, 어쩔 수 없이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저도 마지막 회 대본을 보며 화가 났는데 드라마는 드라마니까. 최대한 가슴 찢어지게 잘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허남준은 "안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죽고, 정말 죄가 없는 사람도 죽었다. 마지막 회 보고 계속 울었다. 더 펑펑 울고 싶었지만 제 자존심 때문에 덜 울었다. 눈물 한 방울이 아니라 진짜 많이 흘렀다. 소리만 안 냈을 뿐"이라며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며 완전 몰입했다. 진짜 '연기 잘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말이 안 나왔다. 기대하셔도 좋다. 마지막 회가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허남준은 2019년 데뷔작인 영화 ‘첫잔처럼’을 필두로 영화 ‘더블패티’, ‘낙원의 밤’, OCN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 JTBC '설강화: snowdrop', KBS 2TV '혼례대첩’,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 디즈니+ ‘로얄로더’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차곡차곡 쌓았다.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으로는 '스위트홈'을 꼽았다.
'스위트홈'에 동반 출연한 배우 김무열, 정석원에게 의지하며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고백한 허남준은 "시기가 그랬던 것 같다. 좋은 선배님들, 동료 배우 분들도 많았지만 그때 제가 엄청나게 불안정한 시기였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고, 제 연기에 대한 확신도 없던 때였다. 근데 만약 저라면 좀 버거워할 수 있는 제 모습들을 선배님들이나 감독님들이 끝까지 놓지 않아 줬다. 옆에서 엄청 따뜻하게 많이 해 주셨다. 그때부터 따뜻한 어른들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고 밝혔다.
허남준은 "그때 같이 붙어서 촬영했던 형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연기를 못했을 것 같다. 끝나고 한 2시간 특수분장 지우고 그럴 때 제가 멘탈이 나가 멘탈을 잡아 주셨다. 늦게 끝나도 기다려 주셨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이다. 그때 형님들이 연기 준비하는 걸 많이 따라 하고, 배웠다"고 녹록지 않았던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그때가 제일 제가 연약한 시기였다. 근데 절 단순히 연약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친구로만 바라봐주셨다. 기대고 싶은 어른이었다. 그분들 덕에 살았다. 그때가 역할 이름이 있는 배역을 시작한 시기였는데 자존감도 낮아지고, 항상 하던 연기인데 대본을 봐도 뭘 연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감독님도 엄청 예뻐해 주셨다. 제작진 분들도 배우를 예뻐해 주시면 예쁘게 담아 주시는 것 같다. 덕분에 여태까지 작품을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힘든 시간을 통과한 데뷔 6년 차 배우 허남준은 연기의 재미를 느끼며 부단히 성장하고 있다. 허남준은 "요새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스위트홈' 이후로 재미를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잘하고 싶어 괴로웠다. 혼자 엄청 고민하다가 형들에게 전화해 여쭤 보며 연기를 준비했다. 아주 조금이나마 이제 스스로 긴장을 푸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준비한 걸 원하는 대로 한 번쯤은 해 볼 수 있는 힘이 아주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말 재밌어하면서 연기하고 싶다. 제가 재밌는 게 저한테도 최우선이니까. 안 그러면 사실 연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어떤 작품을 하든, 어떤 상황이 오든 저에게는 일이고 업이 됐지만 그래도 그냥 작은 행복들, 재미들을 찾으며 연기하고 싶다. 오래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존경하는 배우이자 차기작에서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로도 김무열을 꼽았다. 허남준은 "평소 작품들을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한 배우 분들은 정말 많다. 롤모델은 이미 만났다. 김무열 형이다. 저뿐 아니라 같이 작품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멋진 분들이 많지만 제게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연기적으로도 최애 배우다. 막상 형에게 전화를 하면 제가 엄청 애처럼 한다. 사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도 바쁘고 가정도 있는 선배님이라 가끔씩 메시지를 보낸다. 연락하기 전에 요즘 스케줄이 많이 바쁜가 인터넷으로 찾아본 뒤에 연락한다"고 밝혔다.
'유어 아너'는 허남준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허남준은 "제게 개인적으로 가장 도전적이었던 작품이다. 제가 인물을 100%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독님과 작가님, 선배님들 믿고 그 설명을 토대로 무사히 연기한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이전에 했던 연기들과 다르게 좀 더 도전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표현 방법 자체가 조금씩 달랐다. 지금 시기의 제가 봤을 때 가장 도전적이었지만 앞으로도 안전하게 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허남준은 "마지막 회까지 시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김상혁을 사랑하고 미워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건강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저의 소중한 팬 분들. 지인이 캡처해 보내줬는데 제가 조금씩 잘 되고 있는 걸 너무 기뻐하면서도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응원해 주시고 멋있다고 해 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된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심심한 위로의 말도 드리고 싶다.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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