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공백? 아들과 친구됐죠"…김명민, 아버지의 이름으로[EN:터뷰]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4. 9. 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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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니 TV 오리지널 '유어 아너'에서 우원그룹 회장 김강헌 역
배우 김명민. 심스토리 제공

무려 3년 만의 복귀였다. 배우 김명민에게 지니 TV 오리지널 '유어 아너'는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달라진 현장은 물론이고, 우원그룹 회장이자 최고 권력자 김강헌 캐릭터가 지금껏 김명민의 이미지에서 선뜻 연상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이를 위해 김명민은 7~8㎏을 증량하며 외적인 변화를 꾀했다. 아들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김강원의 심리와 위압감 역시 몇 마디 대사 없이 분위기와 몸짓 만으로 표현해냈다. 지금까지 캐릭터에 100% 몰입해 '메소드 연기'에 임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어깨에 힘을 덜고 그 안에 녹아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OTT에서 시작된 '유어 아너'는 주요 채널이 아닌 ENA에서 방송됐지만 시청률 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에 육박했고, 무엇보다 뜨거운 화제성을 몰고 왔다. 시청 수치로 다 측정되지 않는 그 '화제성'이 '유어 아너'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동력이 됐다.

배우가 천직일 것만 같은 김명민이지만 3년의 공백 동안 그는 누구보다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결혼 생활 동안 처음으로 아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아버지'인 자신을 정립해 나갔다. 그의 연기처럼 스스로 먼저 아들의 세계에 뛰어든 셈이다. '부성애'를 주제로 한 '유어 아너'와도 겹쳐진 지점이 많다.

다음은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진 김명민과의 간담회 일문일답.

Q 대기만성형 드라마였다. ENA 채널에서 이 정도 시청률이면 상당한 성과다

A 시청률에 무딘 편이다. 제가 워낙 (시청률이 높았던 시절의) 옛날 사람이라 '이런 수치를 두고 뭐 시청률이라고 하느냐'는 이야기도 한 적이 있었다. (웃음) 그런데 주변에서 드라마를 본 분들이 꽤 많았다. 시청률에 비해 관심도가 높다 보니까 요즘에는 또 이런 흐름이구나 싶었다. 3년 만에 드라마를 하니까 또 그 사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이런 흐름을 빨리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드라마의 장면들이 아른거린다.

Q 시원한 '사이다' 같은 결말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A 보통 '권선징악'을 좋아하시는데 저희 드라마는 그런 결말이 어렵다. 뒤틀린 부성애가 마지막에 어떤 결말을 맞는지, 작가님조차도 쉽게 결정하기 힘드셨을 거 같다. 그래서 과연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될 지, 끝나지 않은 찝찝한 느낌이 가슴에 남아있다. 선명하게 끝을 냈어도 좋을 거 같단 생각이지만 각기 다른 사연에 처한 사람들을 하나의 공식으로 끝 맺기는 힘들겠다 싶었다. 애매모호해도 최선이었다.

스튜디오 지니 제공


Q 3년 만에 복귀작이라 선택에도 신중했을 듯한데,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A (손)현주 형님이 저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꼭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배우라 대본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냥 하고 싶었다. 정말 존경하는 배우인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거 같았다. 원래 자주 만나게 되는 배우들이 있는데 한번도 못해본 배우는 만나기가 어렵더라. 그리고 역시나 하면서 왜 '대배우' 손현주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

Q 어떤 지점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다른 배우들과의 시너지도 좋았나

A 형님(손현주)은 모든 걸 받아주시는 산이다. 제가 언제 뭘 던져도 다 받아주시고, 치유해주시고,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다 풀어지는 존재다. 신인들은 아마 호기가 있을 거다. '이 사람이 그렇게 연기를 잘하나?' 그러나 현주 형님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됐을 거 같다. 저의 시너지를 그대로 받아서 넘겨주시는 분이고 대단한 배우다. 다른 아이들도 자세가 남달랐다. 자기 몫을 백분 이상 다 해냈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대사가 날아오기도 해서 저도 기분이 올라갔다. 연기 차력쇼라고들 하시는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제가 한 팀이 되어서 경기를 벌인 느낌이었다. 위 아래로 너무 든든했다.

Q 원작 소설에 없는 캐릭터라 김강헌에 색을 입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겠다

A 촬영 1년 전부터 감독님, 작가님과 함께 오랜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끊임없이 개발했다. 오히려 그러니까 한계가 없었던 것 같다. 현주 형님 같은 대배우를 표정이나 외적인 모습으로 찍어 눌러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야만 누가 되지 않는 거니까 걱정이 됐다. 제가 못 받치면 현주 형님 캐릭터도 살 수가 없다. 최대한 무섭게 굴었던 거 같다. 대사는 많지 않은데 그럼에도 위압감이 필요했다.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와 알파치노 중간 정도로 색깔을 잡았다. 양복도 무겁고 클래식한 것으로 골랐다. 살이 쉽게 찌지를 않아서 평생 햄버거를 다 먹어본 것 같다. 그래서 겨우 7~8㎏을 올렸다. 내적인 상황은 저 역시 아버지이고 나이도 비슷해서 감정이입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우 김명민. 심스토리 제공


Q 워낙 몰입이 강해서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그런 스타일을 유지했나

A 메소드에 너무 몰입해서 강압적으로 하는 모습이 힘들게 보일 수 있다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저도 그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했던 거긴 하다. 어느 배우들이나 하는 건데 제가 유독 두드러지게 많이 드러난 거 같다.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했던 영화의 영향으로 심화된 느낌도 있다. 메소드와는 관계 없이 김강헌을 편하게 풀어보고 싶었다. 촬영이 처음부터 초상집으로 시작하니까 현장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갈 뻔했다. 메소드에 빠지지 않으려고 슛 들어갈 때만 연기하다가 평소에는 수다 떨고 그랬다. 각자 감정에 빠져있으면 아무런 대화가 되지 않으니까 그랬던 거 같다.

Q 3년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본업인 연기 대신 어떤 일들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A 그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가족들이랑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아내와 약속한 부분이 있었다. 처음에 1~2달은 몸이 근질대고, 밖에 나가서 촬영하고 싶고 그랬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것들, 서운했던 것들 이런 걸 아들과 나누니까 너무 너무 좋더라. 3년이 지나서 연기하는데는 크게 부담이 없었다. 신인 때도, 지금도 저는 똑같은 김명민이고 작품 앞에서는 진지하게 노력해서 가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또 공백이 몇 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Q '유어 아너'의 김강원은 겉으론 냉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부성애를 가졌다. 그렇다면 지난 3년 간 현실의 김명민은 어떤 아버지였나 

A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 아이 발달에 좋다고 추천을 받아서 골프를 시켰다. 거기서 아이가 재능을 보여서 선수 생활을 했다. 나름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올라가고, 서울 대회에서는 우승도 몇 번 했다. 그런데 골프도 정신력이 중요하다. 아이가 흔들리니까 내가 '때려치우라'고 했다. 극약처방으로 말한 건데 바로 때려치우더라. (웃음) 당연히 공부를 늦게 시작했으니까 힘들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아이, 둘 만의 시간이 많았고 저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하니까 아내가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그래서 게임으로 접근을 했다. 3박 4일 동안 대상포진 걸려가며 게임을 파서 아이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 뒤에는 미국으로 로드 트립을 떠났다. 아이가 기분이 안 좋고 우울하면 같이 게임 하면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그럼 방언 터지듯이 다 나온다. (웃음) 그렇게 누구보다도 가장 친한 친구 같은 관계가 됐다.

스튜디오 지니 제공


Q OTT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또는 '도파민'이 유발되는 드라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배우 김명민이 끌리는 드라마는 무엇인가

A 시류에 따라 드라마의 트렌드도 당연히 바뀐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드라마도 있겠지만 저에게 드라마는 단 한 가지, 정통성이다. 어느 시대든 인간의 감정을 관통하는 정통성 있는 드라마가 좋다. 언제 시청자들 앞에 내놔도 다 공감 가능한 드라마가 그런 작품들이다. '유어 아너'도 설정을 보면 판사도, 권력자도 아니니까 공감을 못할 거 같아도 누구나 부모와 자식 관계가 있으니까 대입을 하게 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감정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작품이 좋다.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처럼 그런 드라마들이 그립긴 하다. 아무리 한 편에 60분이고, 숏폼의 시대라고 해도 그 드라마들이 지금 방송한다면 시청률 면에서 뒤처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류를 타도 정통성 있는 드라마는 그 안에 유지됐으면 한다.

Q 시즌2를 기대해봐도 좋을까. 손현주는 출연료를 깎아서라도 참여하겠단 입장이던데

A 현주 형님이 하신다면 저도 가고 싶다. 제작사 주도보다는 많은 시청자들이 열렬하게 원하면 갈 생각이 있다. (웃음) 그러나 역시 시즌1만한 시즌2가 없다는 소리가 많아서 지금의 관심과 반응이 영예로우니 시즌1에서 끝나는 거라면 괜찮다. 시즌2가 만들어져서 오히려 희석된다면 바라지 않는 부분이다. 만약 시즌2가 성사된다면 더 열심히 대본 작업도 하고 치밀하게 만들게 될 거다. 쉽지 않은 작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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