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상황 되풀이?…'금투세 토론' 나서는 민주당, 득일까 실일까

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2024. 9. 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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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다시 돌아온 금투세 논쟁…민주당내 찬반 '팽팽'
정치권 뭐했나 성토…"유예도, 시행도 모두 부담있다" 토로도
2년 전 없던 '공개 토론' 결정한 민주…긍정 평가 속 결과에 이목
좋은 선례 자리잡을 수 있지만 자칫 李리더십 흔들 기재될 수도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약 4개월 앞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야권 내에선 금투세가 조세 원칙에 부합하고 내용상 타당하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평가되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 등을 이유로 재유예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날카롭게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 금투세 시행 찬반 토론회를 열어 중지(衆智)를 모으겠단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2년 전 이재명 대표가 한 번 금투세 시행 유예 결정을 했는데 또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고, 그동안 시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투세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더 커지지 않도록 봉합하는 한편,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부담이 당 지도부에 쌓이고 있다.

이미 2차례 유예한 금투세…되풀이되는 논쟁에 정치권 책임은?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토론회를 2주 앞둔 10일까지도 아직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찬반 어느 진영에도 힘을 싣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고 예정된 정책 토론과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당의 총의를 확인해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관련 '다대다'(多對多)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고, 현재 참여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금투세는 2020년 말 여야가 2년 유예하기로 합의해 2023년 도입할 예정이었다. 여야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는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금투세를 도입하되,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금투세 2년 추가 유예안을 들고 오면서 여야 간 논의에 불이 붙었다. 민주당 내에선 금투세를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으나 2022년 11월 이 대표가 금투세 유예 입장으로 선회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내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민주당은 증권거래세를 더 낮추는 조건으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 연합뉴스


금투세 관련 당내 논의는 이 대표가 지난 7월 당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금투세의 도입 유예 또는 완화 입장을 밝히면서 재점화됐다. 토론회가 가까워지면서 최근에는 의원들의 개별 의견들도 분출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당 최고위원 중 처음으로 전날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 선진화를 시킨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시행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소영, 전용기 의원 등도 현재 주식시장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금투세를 보완하되 그대로 시행해야 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당의 정책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진 정책위의장이 대표적인 금투세 '시행파'다.

한 차례 있었던 논쟁이 2년 만에 똑같은 양상으로 되풀이되면서 정치권을 향한 성토가 거세지고 있다. 불안정한 주식시장 구조에서 금투세 시행으로 손실을 볼까 우려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도 필요하지만, 조세 정책이 원칙 없이 여론에 따라 쉽게 바뀐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가 그동안 주식시장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투세 시행의 키를 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정무적인 판단만 남아있다"며 "당장 선거도 없기 때문에 금투세 시행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실존하기 때문에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유예한다면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어 설명이 필요하지만 시행했을 때 주식시장이 악화될 경우 민주당이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 '금투세 공개 토론' 향한 기대감…좋은 제도냐 리더십 흔들 도구되느냐 향방에 관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이번엔 당내 토론을 공개적으로 벌여 다양하게 의견을 듣고 결론 내려는 민주당의 모습은 2년 전과 다르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지점이다. 토론이 원활히 마무리될 경우 이번과 같은 형식은 앞으로도 당내 이견이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토론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결론이 나지 않거나, 지도부가 내심 추진하려던 의견과 다른 쪽에 무게가 실릴 경우에는 자칫 내상(內傷)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에 나설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명분과 실효성에 대한 당 지도부의 설명이 충분치 않다면 자칫 이 대표 체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

향후 쟁점이 되는 다른 법안에 대한 논의 또한 이번 토론 결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지난 4·10총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을 당론으로 추진해 지난달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생회복지원금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전 국민 지급보다는 차등 지급이 낫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투세 토론을 통해 유예 대신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경우, 향후 사안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반대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더 자주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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