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최고의 교과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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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한 공연장으로부터 클래식 음악회를 함께 프로그래밍 하고 해설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을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로 전하는 공연이었다.
'사계'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약 300년 전에 작곡됐지만,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계절을 표현한 음악 중에 최고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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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한 공연장으로부터 클래식 음악회를 함께 프로그래밍 하고 해설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을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로 전하는 공연이었다. 흔쾌히 수락한 나는 며칠 동안 여러 출판사의 음악 교과서를 쭉 살펴봤다. 책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소개되는 음악은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모든 교과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음악을 찾았는데, 이탈리아 음악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5년 작곡한 ‘사계’다. ‘사계’는 사계절의 모습을 표현한 음악으로 아무리 클래식에 관심이 없더라도 살면서 꼭 한번쯤 만나게 된다.
‘사계’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약 300년 전에 작곡됐지만,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계절을 표현한 음악 중에 최고로 여겨진다. ‘사계’가 지금까지 연주되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인 비발디가 사계절의 풍경을 묘사한 작자 미상의 소네트(음률이 정해져 있는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즉 직접 본 계절의 모습이 아닌 시에 담긴 계절의 감성을 담은 음악인 것이다.
봄은 ‘봄이 왔다’로 시작한다. 이 문장 하나로 봄의 상징성과 의미를 상상할 수 있다. 여름은 ‘타들어간다’로 시작한다. 이 또한 무더위에 지친 자연을 바로 떠올리게 만든다. 가을은 풍성함에 대한 감사, 겨울은 매서운 추위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계절의 감성을 가장 잘 담아낸 클래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미있게도 이 음악은 교육적인 내용을 다뤄야 하는 음악 교과서에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비발디는 1678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음악적 재능이 있던 비발디는 결국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라는 보육원의 음악 선생님으로 부임해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즉 ‘사계’는 음악 선생님이 작곡한 곡이다. 여기에 형식마저 굉장히 이상적인 교육관을 담고 있다.
‘사계’는 하나의 바이올린이 솔로를 담당하고 나머지 현악기들이 반주를 담당하는 협주곡 형식을 띤다. 이를 ‘콘체르토(concerto)’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협동하다’ ‘경쟁하다’라는 뜻의 ‘콘체르타레(concertare)’에서 파생됐다. 그야말로 무대 위에서 여러 악기가 협동하고 경쟁하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장르다.
이런 협주곡의 가장 큰 장점은 실력의 편차와 상관없이 모두 한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력이 뛰어난 친구는 어려운 부분을 연주하고 다소 실력이 부족한 친구는 조금 쉬운 부분을 연주하며 음악에 힘을 보태면 된다. 잘하는 사람만이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이 아닌 다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협주곡이다.
나에게 의뢰를 준 공연장에선 내가 준비해간 프로그램 구성을 좋아했다. 그 안에는 약 300년 전 만들어진 최고의 교육자료가 사용됐다.
나웅준 콘서트가이드, 뮤직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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