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나서도 소용없다"…강제경매 매물 해소 '하세월'

이수현 2024. 9.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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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파 여전…사장에 나와 쌓이는 물건 갈수록 늘어
"HUG 경매 시장 참여로 주인 찾은 물건은 늘어"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전월세 보증금 등을 갚지 못해 강제경매로 새 주인을 찾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사기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강제경매 처분되는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강제경매로 매각돼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은 1144건이다. 지난달(901건) 대비 243건(27%) 늘었고 전년 동월(526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강제경매로 매각돼 소유권이전등기가 나온 수가 1000건을 넘은 것은 통계가 남아 있는 2010년 1월 이래 처음이다.

강제경매는 채무자(집주인)가 전·월세보증금 등 채권액을 변제기일까지 갚지 못할 때 법원에서 채무자의 부동산을 압류한 후 경매를 진행해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별도 재판이 필요 없는 임의경매와 달리 강제경매는 재판으로 판결이 나온 이후에 경매를 진행해 부동산을 매각하게 된다.

강제경매의 경우 채권자 다수가 해당 건물에 거주 중인 세입자다. 임의경매는 저당권 등 담보 물건을 확보한 상태에서 채무자가 채무액을 갚지 못할 경우 법원에 매각 신청을 한다. 반면 강제경매는 담보로 확보하지 못한 부동산을 압류해 빚을 받아내는 절차로 건물 세입자가 집주인과 소송에서 승리한 후 강제경매를 진행한다.

지역별로도 서울 370건, 경기(359건), 인천(115건) 등 전세사기 여파가 컸던 수도권에 강제경매 매각 물건이 몰렸다. 그중 서울은 7월 281건에서 약 25% 급증했다. 강서구와 양천구 등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지역에서 각각 126건과 49건이 집중된 탓이다.

매달 강제경매로 매각되는 물건 수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 낙찰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HUG가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후 물건을 경매에 부치거나 직접 경매에 뛰어들고 있어 매각되는 물건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세사기 주택을 낙찰받기 위해서는 낙찰금액 외에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부담해야 해 낙찰자의 부담이 크다. 사기 사례 증가로 나오는 물건은 늘어나는데 가격 부담에 주인을 찾는 물건은 늘어나지 않으면서 시장에 쌓인 물건이 급증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빌라 밀집 거리 [사진=이수현 기자]

하지만 정부가 지난 4월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HUG를 공공주택 사업자로 지정하면서 HUG가 보증사고 물건을 직접 낙찰받아 든든전세주택 등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HUG가 경매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주인을 찾은 물건은 매달 증가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제경매로 매각돼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물건은 HUG가 경매에 뛰어들 수 있게 된 4월에는 545건에 불과했다. 이후 △5월 585건 △6월 757건 △7월 901건 △8월1144건으로 매달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강제경매로 나오는 물건 대다수는 전세사기 여파로 나온 빌라"라며 "HUG에서 보증한 물건이 대항력 없이 경매에 나오면서 많은 매물이 낙찰됐고 HUG 또한 다수의 물건을 매입해 매각된 매물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HUG의 대응에도 단기간 강제경매 매물은 증가할 전망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 기준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가 있는 부동산 수는 지난달 기준 3만1392건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 주인을 찾은 물건 수가 늘었어도 강제경매 예정인 물건은 그보다 더 많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연립·다세대 주택이 경매 시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10일 기준) 경매를 진행한 연립·다세대 주택 9937건 중 낙찰된 물건은 2213건(낙찰률 22.3%)이다. 낙찰률 28.8%를 기록한 2021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역전세 우려가 커진 이후 수년간 시장에 쌓인 매물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 위원은 "시장에 많은 물량이 쌓여 있고 역전세와 깡통전세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도 여전히 증가 추세인 만큼 강제경매 건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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