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파출소부터 차근차근…'지붕 없는 박물관' 지키는 경찰서장으로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이제 부산에 있어도 서울의 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직접 오지 않아도 될 시대가 열릴 겁니다."
양동혁 성북경찰서장은 지난 10일 진행된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소속 '차세대 킥스(KICS)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근무했다.
킥스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말한다. 경찰, 검찰,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이 수사·기소·재판·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와 문서를 서로 공유하며 참고하는 전자 시스템이다.
차세대 킥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수사관들이 이용했던 킥스에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했다. 그동안 수사관들은 피의자 신문 조서를 수작업으로 작성했다. 참고인이 부산에 있으면 서울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과거 유사 사건이 있었는지 검색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향후 AI가 피의자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조서를 작성한다. 먼 지역에 사는 참고인은 원격으로 신속하게 조사한다. 유사 사건도 키워드만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차세대 킥스는 오는 1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시범 운영된다. 양 서장은 "앞으로는 수사관들 수사 환경도 매우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킥스를 이끈 양 팀장이 올해 성북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양 서장은 전북 정읍 한 파출소부터 시작해 △지역경찰 △교통 △수사 △형사 △경리·보급 △기동부대 대형식당 운영 △경비 △안보 △사이버수사 △디지털포렌식기획 △과학수사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거쳤다.
성북구는 서울 내 문화·교통·교육 중심지다. 서울 안에서도 문화재가 많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으로 국가의례로 선잠제를 지냈던 '선잠단지'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 등이 이곳에 있다. 북한산 둘레길을 다녀간 등산객과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치고 길상사, 흥천사 같은 유명 사찰과 암자 89개소가 위치한다.
또 성북구는 도심과 동북권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강북권을 대표하는 주거지다. 성북서는 성북구 중에서도 12개동, 16.58㎢을 관할한다. 관할 주민은 약 23만명. 상업 지역보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 주거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베드 타운으로 불린다. 성북서 주변에는 고려대, 국민대, 한성대, 성신여대, 서경대 등 5개 대학이 모여있다.
양 서장의 다양한 보직 경험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양 서장은 "어떤 분들은 한 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오히려 다채로운 성북구에서 경찰서장을 하는데 그동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서는 주변에 대학가, 주택가가 많아 생활형 범죄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교제폭력을 비롯해 스토킹범죄, 택배 절도, 부모와 자녀 간 갈등, 부부싸움 등 사건이 112 신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양 서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범죄 예방 활동이다. 그는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전날 신고된 관내 사건 사고들을 모두 살펴본다. 가정폭력, 스토킹 범죄, 교제 폭력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는지 사전에 대응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양 서장은 성북구청과 협의해 청소년 비행 사각지대 CCTV(폐쇄회로TV)를 비롯해 대학가 지하철역 내 안심거울 설치,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스마트 초인종, 음성 인식 비상벨, 현관문 안전장치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는 "경찰은 위급 상황을 미리 경고해주는 경종이자, 처마 끝에 울려퍼져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풍경과 같다"며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풍성한 열매로 보답하는 씨앗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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