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강경모드인데…추석 앞 바쁜 한동훈 "의제 제한없이"

차현아 기자, 안재용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9. 1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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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수도권비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공백 사태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가 출범조차 못하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의대 증원과 책임자 문책 등 의제에 조건을 달지 않고 협의체 출범에 주력한다는 것. 의료공백 '대란'이 우려되는 추석 연휴가 오기 전에 협의체를 가동시켜 민심을 달랜다는 의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 등 경질을 주장하며 정부의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으며 다른 정치적 셈법을 보였다.

한동훈 대표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의료계를 향해 "입장이 다르니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 아니냐. 대화의 전제로서 '뭐는 안된다' 이런 건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생각을 고집하거나, '이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선 서로 만남이 이뤄질 수 없다"며 "대화가 출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어떤 전제조건을 걸거나 의제를 제한하면서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또는 의료 개혁 관련 주무부처 장·차관 경질 등 의료계가 요구하는 사항도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여야의정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못 하겠느냐.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계시니 신속하게 협의체가 출범해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정부 마음대로 흘러갈 수 있는 구도도 아니다. 의료계가 들어와 충분히 하실 말씀을 할 수 있는 구도"라며 "간곡히 부탁한다.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대화뿐"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일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 이상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해선 "의료계가 참여해 합리적 안을 낸다면 원점 재검토가 가능하다"며 여야의정 합류를 촉구했다.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경질 주장에 대해서도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의료계와 가장 큰 간극을 보였던 2025~2026학년도 정원, 장·차관 경질까지도 주제의 제한을 두지 않고 협의체 출범을 최우선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재촉하는 것은 의료공백 사태 영향이 제일 큰 시기가 추석 연휴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비상의료체계와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 인상같은 대책이 나왔지만 의료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잇따르는 등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가시적인 여야의정 협의체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추석 연휴 '밥상 민심'의 주제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올라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차원의 움직임도 속도를 냈다. 의사 출신인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15개 의료기관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협의체 주체별로 3~4명의 위원을 검토하고 야당과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계획부터 철회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측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입시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전날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의대정원 변경을 법에 맞게 논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는 2027학년도로 2025년 5월까지 논의해 정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밝혔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도 전날 "오늘 당장 진행되는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요강 발표를 연기하고 의대생, 전공의가 참여해 여야의정 협의체 '끝장토론'을 진행하자"고 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협의체에 의료계를 합류시키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사과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의 경질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거론되는 장·차관 경질설을 앞세워 이번 의정 갈등에서의 정부 책임론을 띄우겠다는 의도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굉장히 어렵다"며 "그렇다면 정부가 의료대란을 불러일으킨 데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 의료계를 달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알지만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논의 가능성은 열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여당 내에서도 복지부 장·차관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신속히 조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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