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패 가를 90분… 해리스-트럼프, 메모지 한장 들고 승부
오늘 오전 10시부터 TV토론
‘첫 번째 시험’ 앞둔 해리스
‘7번째 TV토론’ 나서는 트럼프
특히 6월 진행된 대선 TV토론에서 인지능력 저하 논란을 일으키며 후보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해리스 후보가 이번 토론을 통해 어떤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가 큰 관심사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한 해리스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세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론이 열리는 장소가 올해 대선의 최대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란 점도 주목된다. 펜실베이니아주는 과거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 ‘블루월(Blue Wall·민주당 장벽)’로 불렸지만, 2016년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의 ‘성난 백인들’이 트럼프 후보 지지로 돌아서며 격전지로 바뀌었다. 한국 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진행될 ‘운명의 빅매치’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 ‘처음이자 마지막 시험’ 치르는 해리스
닷새간의 모의 토론 특훈을 거친 해리스 후보는 ‘검사 대 중범죄자’ 구도를 앞세워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화당으로부터 ‘말 바꾸기’(정책 뒤집기)에 대한 집중 공세를 받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토론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단 의도다.
이는 그간 자신을 미국 사회를 분열시킨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을 넘어설 새로운 리더로 규정하고자 했던 행보와도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대선 후보로 지명된 뒤 단 한 차례만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등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해리스 후보가 이번 맞대결에서 성과를 못 내면 만회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90분의 토론만으로 해리스 후보가 국정 운영 역량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해리스 후보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답했다. 해리스 후보를 급진좌파로 규정한 트럼프 후보의 주장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② 트럼프는 ‘막말 부메랑’ 조심해야
트럼프 후보는 벌써 7번째 대선 TV토론에 나서는 베테랑이다. 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알려 왔다. 그는 해리스 후보의 말 바꾸기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을 맡을 준비가 되지 않았단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 크리스 라시비타, 수지 와일스 트럼프 캠프 선임 고문은 9일 “해리스는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다면 왜 위험할 정도로 진보적인 정책에서 도망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후보의 공격에 트럼프 후보가 얼마나 절제된 대응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트럼프 후보가 인종이나 성적 비하 발언을 할 경우 비(非)백인과 여성 유권자가 더욱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혔던 ‘고령 이슈’가 트럼프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비교적 건강해 보이지만, 최근 유세에서 부쩍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5일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관세 부과와 보육비 지원을 장황하게 비논리적으로 연결지어 “지리멸렬한 연설”이란 비판을 받았다.
③ ‘마이크 음소거’ 트럼프에게 유리할까
토론 규칙은 6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의 TV토론 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후보들은 청중, 참모, 참고자료 없이 빈 종이와 펜, 물 한 병만 갖고 대결한다. 서로 직접 질문할 수 없고 질문 권한은 진행자만 갖는다. 질문에는 2분씩 답변할 수 있다. 이런 규칙이 토론에서 ‘말 자르기’와 ‘끼어들기’ 논란을 일으켜 온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하단 분석이 많다.
발언 순서가 바뀌면 마이크가 꺼지는 규칙도 그대로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해 규칙 변경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캠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후보 간에 유의미한 언쟁이 발생할 때는 주최 측이 마이크 음소거를 해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후보가 ‘맞짱 토론’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④ ‘토론 승리’, 누구에게 더 절실할까
이번 TV토론은 해리스 후보에게 더 부담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 및 정치권의 중론이다. ‘허니문(신혼여행) 효과’가 끝난 해리스 후보로선 반등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현상 유지만 해도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리스가 대선의 기세를 바꿀 마지막 기회”라며 “적당한 우세를 넘어서는 ‘눈부신 승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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