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남수동에서

경기일보 2024. 9.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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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가을이 밀려온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가을바람이 화실 문으로 들이닥친다.

간혹 콩국수가 먹고 싶어 남문시장에 간다든지 어반스케치 수강생들과 마음속 풍경을 찾는다.

남수동은 어반스케치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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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가을이 밀려온다. 불덩이 같은 열기가 아연판처럼 비틀어진 옥탑방 지붕을 관통해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가을바람이 화실 문으로 들이닥친다. 여름 내 밀쳐둔 것들이 익숙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간혹 콩국수가 먹고 싶어 남문시장에 간다든지 어반스케치 수강생들과 마음속 풍경을 찾는다. 서 있기조차 힘든 더위에 사생은 불가능하다. 이런 날은 전망 좋은 카페가 제격이다. 남수문 건너 성곽 자락을 걸었다. 놀라운 풍경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남수동은 어반스케치의 보고다. 오래된 한옥, 빨간 고추가 익어 가는 텃밭, 조용하고 단정한 골목길, 슬레이트 지붕이 얽혀 있는 낡은 집, 어느 소도시의 마을 같다.

작은 집들을 개조해 만든 카페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성곽길 중턱에 메이븐이라는 카페가 웅장하게 서 있다. 실내는 넓고 다소 조용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나의 작은 이상향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긴 테이블과 마주한다. 이곳에서 각기 다른 풍경을 그린다.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다양한 브런치를 즐길 수도 있다. 오후 1시가 돼서야 그림을 모아 놓고 평가를 마쳤다. 진지하고 건강한 몰입의 시간이었다. 수업을 종료한 이후는 나도 수강생과 동급 자연인이다. 나는 유목민처럼 걸어 매향 통닭에 선착했다. 온몸이 전율 가득한 시원한 생맥주에 통닭 살이 더해졌다. 함께 피우는 이야기꽃이 인생을 무르익게 한다. 가을 수수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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