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기발한 피서 앱으로 무더위 이겨내는 일본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올해 한국의 더위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데 섬나라 일본의 경우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매해 여름 무더위로 몸살을 앓는 게 현실이다.
이래서인지 더위를 피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상품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된다. 전국에 142개 대형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 중인 일본 내 최대규모의 몰브랜드 '이온몰'에 가면 바닥에 '이곳은 코스입니다' 등의 문구와 화살표가 그려진 표지판을 여럿 볼 수 있다.
이온몰은 2017년부터 판매촉진 마케팅 차원에서 '워킹코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를 위한 설치물 중 하나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공간에 들어와 돌아다니는 쇼핑만으로도 좋은 운동이 되겠지만 이온몰은 이러한 단순한 생각을 뛰어넘어 아예 내부에 운동코스를 설치한 것이다.
바닥에 선은 없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코스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어 자연스럽게 코스를 걸어다니며 쇼핑과 운동을 같이 즐기게 한다. 특히 '이온몰'(AEON MALL)이란 자체 앱을 통해 코스를 쉽게 체험할 수 있는데 걸음수를 측정해서 알려줌으로써 본인 운동량의 정확한 체크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1층에서 3층까지 계단을 이용하면서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면 총 약 2500보(약 1.2㎞ 코스)가 되는데 일본 후생노동성이 권장하는 하루 목표걸음수(8000보)의 약 3분의1을 이온몰 워킹으로 충당한다. 또한 전용 앱을 기동해 걷게 되면 걸음수에 따라 포인트를 획득해 사은품 추첨행사에도 참여한다.
운동을 위해 1~2㎞를 걷는 건 부담스럽지만 쇼핑몰이라면 목표지점에 좋아하는 매장이 있고 그곳에서 쇼핑할 생각으로 걷는다면 전혀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그 결과 지금은 하루에 10만명이 앱을 열어 걷고 있으며 전문 워킹복장을 하고 방문하거나 심지어는 노르딕스키 스틱을 들고 걷는 고객들도 보인다고 한다.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고 쇼핑하면서 운동까지 즐기는 1석3조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 야외에서도 가능한 한 시원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앱도 있어 화제다.
전철 환승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인 내비타임재팬은 최근 보도의 그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 '아루크(ALKOO·일본어로 걷다) 바이 내비타임(by NAVITIME)'을 제공한다.
이 앱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셰이드프라이오리티루트'(Shade Priority Route)는 걸어가는 목적지까지 가능한 한 많은 그늘을 이용해 시원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콘셉트다.
먼저 앱을 열면 구글맵처럼 지도가 표시되고 건물의 높이와 시간별 태양의 높이를 기준으로 그늘이 어디쯤 될지 계산한다. 그늘을 우선하는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위치가 '오모테산도'고 '아카사카역'까지 걸어가는 경우 가는 길의 그늘이 매시간 바뀌기 때문에 낮 12시 정각엔 '이 보도의 왼쪽으로 걸어주세요'라고 알려주고 오후 1시에서 2시 무렵엔 그늘이 바뀌기 때문에 맞은편 보도를 추천하기도 한다.
또한 '이 루트는 90% 그늘이 지지만 직선거리보다 5분 더 걸린다'든지 '이 루트는 60%만 그늘이 지지만 5분이면 갈 수 있다' 등 몇 가지 제안을 해서 조금이라도 직사광선을 피하고 싶을 때 매우 유용하다.
이 회사는 도보경로뿐만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더운 여름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서비스도 시작했다. 올 7월부터 무료로 제공하는 앱인 '내비타임드라이브서포터'(NAVITIME Drive Supporter)에 탑재된 '셰이드파킹롯맵'(Shaded Parking Lot Map)이라는 기능이 화제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주차하고자 하는 주차장과 예상되는 주차시간 등을 입력하면 주차하는 시간 동안의 그늘진 장소를 쉽게 찾아줌으로써 쾌적한 귀가를 도와준다.
한 기상학자가 올여름이 가장 시원할 것이라는 무서운 얘기를 했는데 더욱 기발한 '피서' 아이디어들을 기대해본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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